[새로운 미래 금맥, 첨단 농업의 최전선을 가다 ②]
딕슨 데스포미어 컬럼비아대 명예교수...1999년 수업 중 '수직 농장' 첫 고안
딕슨 데스포미어 컬럼비아대 명예교수 "첨단 농업은 '기술'보다 '왜'가 더 중요"
(사진)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학교 보건대학원 앞에서 포즈를 취한 딕슨 데스포미어 컬럼비아대 명예교수. /이정흔 기자

[뉴욕=이정흔 한경비즈니스 기자, 후원 한국언론진흥재단] 무려 17년 전의 일이다. 딕슨 데스포미어 컬럼비아대 교수는 1999년 제자들과의 수업 도중 우연히 ‘수직농장’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첫 아이디어는 단순했다. 제자들은 옥상에 농장을 만들고 싶었지만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데스포미어 교수는 그런 제자들에게 농장을 굳이 실외를 고집하지 말고 실내에 만들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러다 문득, 더 많은 농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1층만 하지 말고 ‘층층이 쌓자’는 의견을 냈다. 데스포미어 교수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자마자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수직농장’의 기술을 처음으로 고안해 낸 데스포미어 교수는 실제로 이로 인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됐다. 이후 17년간 그는 수많은 나라를 방문해 최첨단 농업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수직농장을 비롯한 다양한 기술을 전파하는 역할을 도맡았다.

2009년과 2011년 한국에도 방문한 적이 있다. 데스포미어 교수는 “내가 방문해 본 한국은 이미 최첨단 농업 기술에 대해 정부나 기업들의 관심도 많고 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고 치켜세웠다.

◆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비약적 발전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첨단 농업이 제자리걸음인 이유는 무엇일까. 시종일관 넉살 좋은 웃음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던 데스포미어 교수의 목소리가 한껏 진지해진다. 그는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왜’ 이런 첨단 농업이 중요한지를 사람들이 깨닫는 게 중요하다”고 답한다. ‘어떻게’가 아니라 ‘왜’에 대한 답(Not how but why)을 찾는 것이 문제라는 얘기다.

그는 일본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사람들은 자신들의 먹을거리를 더 이상 믿지 못하게 됐다. ‘안전하고 건강한 음식’이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가 된 것이다. 이후 관련 기술 또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최근 들어 글로벌하게 ‘첨단 농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 또한 궤를 같이 한다.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의 ‘기후 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를 기점으로 기후변화가 전세계 주요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수직농장은 단순히 깨끗한 먹거리를 대량 생산 가능하다는 것을 넘어서서, 자연에게 ‘땅을 되돌려 준다’는 의미가 크다. 인간은 지금까지 숲을 훼손하고 커다란 밭을 일궜다면, 앞으로는 숲을 되살리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그래야 나무들이 울창해지고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데스포미어 교수는 “이미 우리의 자연 환경과 경제 환경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전세계적으로 첨단 농업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친환경적으로 농작물을 재배하는 방법은 수직농장만 있는 게 아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모든 해답은 이미 우리 머릿속에 있다. 자연을 잘 관찰하고 따라한다면 무궁무진한 첨단 농업의 새로운 방식들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수준 높은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인재들은 넘쳐나며, 이를 위한 기술력 또한 충분하다. 다만 부족한 것은 우리의 상상력일 뿐이다.

그는 “첨단 농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성공 사례가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한국과 싱가포르, 중국 등 인구 밀도가 높으면서도 충분한 투자자금이 있는 나라들이 적합하다. 실제로 아시아 국가의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데스포미어 교수에게 기술 자문을 요청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한다.

데스포미어 교수는 “한국에서도 아파트에 수직농장을 짓는 등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우수한 인재와 기술력, 풍부한 자본을 갖춘 한국이 성공 사례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vivajh@hankyung.com

[첨단 농업 기사 인덱스]
(1) 식물 공장 : 일본 편
(2) 식물 공장 : 미국 편
- 폐공장에서 '녹색 기적'이 자란다
- 홀푸드 옥상 위의 ‘고담그린’ 옥상 농장
- 딕슨 데스포미어 컬럼비아대 명예교수 "첨단 농업은 '기술'보다 '왜'가 더 중요"
(3) 식물성 고기
(4) 스마트 팜 : 유럽 편
(5) 스마트 팜 : 미국 편
(6) 국내의 미래 농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