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드미트리 미하일로비치 가리니테크 최고기술경영자(CTO)
단국대 등 산학협력…향후 SK·한화 등 新성장동력 창출 기회 모색
“한국 IT와 러시아 기초과학이 만나면 신성장 기회 생길 것”
(사진) 드미트리 미하일로비치 가리니테크놀로지스 최고기술경영자(CTO)가 러시아의 바이오와 드론 관련 신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러시아가 원천 기술을 무기로 한국 시장에 손을 내밀고 있다. 자국의 발달한 기초 과학기술 역량과 한국의 산업 기술 경쟁력을 융합하면 세계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러시아 석학들이 모여 만든 바이오·드론 분야 기술 전문 업체 가리니테크놀로지스 또한 이런 전략으로 최근 한국을 찾았다. 단국대와의 산학협력을 시작으로 SK·한화 등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사업 제휴를 검토, 기회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구소련 영광, 기초과학으로 회복”

“러시아의 기초과학과 한국의 정보기술(IT)이 만나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습니다.”

지난 12월 6일 단국대와 ‘2016 동북아 신기술 산학포럼’을 공동 주관하기 위해 방한한 드미트리 미하일로비치 가리니테크놀로지스(이하 ‘가리니테크’) 최고기술경영자(CTO)는 포럼이 끝난 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의료·제약·농업 등 바이오와 드론 기술을 소개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미하일로비치 CTO가 속한 가리니테크는 러시아 첨단 기술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2014년 싱가포르에 설립됐다. 러시아 국립물리연구소와 국립모스크바대(MGU)·국립원자력대(MEPHI)·바우만공과대(BAUMAN) 등 3곳의 연구소가 개발한 신기술과 완성 제품을 세계화하기 위해 총 48명의 과학자가 관련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 중 미하일로비치 CTO는 세계 5대 의료 과학자로 선정된 발레리 슬라비예프 박사와 함께 공동 수석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가리니테크놀로지스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핵과 군사 분야를 제외한 의료·제약·농업 등 바이오와 드론 관련한 기초과학 전문”이라며 “물리, 화학, 생화학 분야에서 노벨상수상자를 17명 배출한 3곳의 대학연구소와 국립물리연구소의 첨단기술을 세계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는 첨단산업 투자를 통해 과거 소련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고 보고, 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중심으로 기초과학 발전을 위해 천문학적 수준의 투자를 하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 기초과학 분야에 8340억 루블(약 27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가리니테크놀로지스 또한 이 같은 기초과학 분야 투자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미하일로비치 CTO는 “러시아는 바이오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오를 만큼 기초과학에 많은 투자를 했지만, 구소련 시절 이후 경제적 위기가 계속되면서 이를 상용화하는 응용 사업은 미숙한 측면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첨단기술에 기초한 전자기기, 의료기기 등 응용기술 수준이 높기 때문에 이러한 경험이 우리(러시아)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한국 IT와 러시아 기초과학이 만나면 신성장 기회 생길 것”
(사진) 드미트리 미하일로비치 가리니테크놀로지스 최고기술경영자(사진 오른쪽)와 정상욱 가리니테크놀로지스 아시아 총괄대표. /김기남 기자

◆“아시아 진출, 교두보는 IT 강국 코리아”

미하일로비치 CTO는 이번에 단국대와 진행한 포럼에서 ‘러시아 의학 및 농업 분야 바이오 기술과 드론’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이를 통해 가리니테크가 보유한 18개 첨단 기술 중 원격으로 혈액 검진이 가능한 ‘RLD 키트’, 기존 핵자기공명장치(MRI)로 해독하기 힘든 폐 관련 질병까지 선명하게 보여주는 과분극화 MRI ‘제논’, 장시간 운행이 가능한 차세대 농업용 드론 ‘COPTERS’ 등 주요 기술을 공개했다.

이 중 ‘RLD 키트’는 혈액 샘플의 수집과 운송, 저장을 간편하게 해 운송비를 최소화하고 외부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질 우려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이 기술은 주사기를 이용한 기존의 혈액 검진 방식과 달리 키트 안에 동봉된 침을 통해 특수 용지에 소량의 피를 묻히면 혈액 채취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해당 샘플 키트를 우편을 통해 혈액검사실로 발송하면 검사실에서 질병을 검사한 후 전자우편 등으로 결과를 알려준다.

미하일로비치 CTO는 “혈액검사실이 없는 곳에 사는 사람들과 신생아 및 군인의 질병 검사는 물론 소·돼지·닭 등 가축의 질병까지 예방할 수 있다”며 “제품 상용화가 본격화하면 ‘RLD 키트’는 연간 4억7000만 장에서 2년 내 50억 장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드론 기술에 대해서도 “러시아의 우주항공 관련 기술을 이용해 20kg 이상의 비료를 싣고 70분 이상의 장시간 살포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라며 “농약과 비료 살포를 위한 드론 기술 중 독보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러시아의 최신 기술과 한국의 산업 동력이 만나면 저성장 시대의 미래 산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을 그는 거듭 강조했다. 미하일로비치 CTO는 “독자적으로 기술 개발을 하려면 수많은 연구 인력과 천문학적인 재원이 필요하다”며 “한국 기업은 러시아의 첨단 기술을 토대로 제품을 개발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SK와 한화 등이 이 회사 기술에 관심을 보이며 기술제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리니테크의 단기 목표는 한국을 교두보 삼아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북미 및 유럽 시장에서도 러시아 기술 상용화를 꿈꾸고 있다. 미하일로비치 CTO는 “석유의 종말을 앞둔 시대에 러시아와 한국이 기술로 협업하면 나라의 경제성장에 보다 유익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