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터뷰]
김현 대한요양원 원장 · 임희철 대한요양원 이사장
30대 ‘삼성맨’, 자수성가로 모은 ‘수십억’ 털어 실버 사업에 올인
(사진) 김현(왼쪽) 대한요양원 원장, 임희철(오른쪽) 대한요양원 이사장이 젊은 나이에 실버 사업에 도전했다. /서범세 기자

[한경비즈니스=김서윤 기자] “어린 나이에 어떻게 큰돈을 벌었냐고요? 열심히 살았죠. 1년에 363일 일했어요.”

25세, 26세에 삼성 ‘금융맨’으로 입사한 지 8년 만에 경기·수도권 지역의 아파트와 상가 건물 몇 채를 소유하게 된 재테크의 달인들이 돌연 사회봉사 정신으로 무장하고 실버 사업에 올인하겠다고 나섰다.

20대에 돈맛을 알면 인간이 안 된다고 했던가. 김현(34) 대한요양원 원장, 임희철(35) 대한요양원 이사장은 돈에 대한 편견을 제대로 깬 주인공들이다.

김 원장과 임 이사장은 지난 1월 의기투합해 평촌 신도시에 496㎡(150평) 규모의 요양원을 오픈했다.

각각 연봉 8억원, 5억원이 넘는다고 알려진 이들의 삶은 흔히 어린 나이에 돈을 흥청망청 쓰고 다니는 ‘직업이 아들’인 이들과 달랐다.

수수한 옷차림으로 요양원에서 어르신들을 돌보고 있는 김 원장은 “평생의 꿈과 비전을 담은 사회사업을 이제 시작했다”며 “돈을 좇기보다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 인생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인터뷰 도중 치매에 걸린 어르신이 고함을 치며 부르자 몇 번을 뛰어갔다 오기도 했다.


◆ 2009년부터 부동산 투자로 시드머니 마련

“제 꿈은 뮤지컬 배우였어요. 하지만 갑작스러운 집안의 부도로 가정경제가 휘청거렸죠.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생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어요. 소년 가장처럼 살았죠. 잠도 쪼개 자면서 열심히 일했고 많이 번 만큼 경제적으로 힘든 주변인들을 도우며 살아왔습니다.”

그런 김 원장이 10년도 안 된 기간에 수십억원의 큰돈을 벌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직업 특성상 고액 자산가들과의 상담에서 재테크 관련 조언을 많이 들었어요. 한국의 부자들은 은행 예금이나 주식으로 돈을 벌지 않아요. 무조건 부동산으로 벌었더라고요. 종잣돈을 모아 부동산 매입을 시작했습니다.”


김 원장은 2009년 서울 화곡동에 경매로 나온 빌라 물건을 매입했다. 첫 투자는 실패였다. 사전 지식 없이 무조건 싸다고 골라 산 빌라는 천장에서 물이 새고 보일러가 터지는 등 골칫덩이였다. 결국 손해를 보고 되팔았고 이후 몇 번의 시행착오를 더 겪었다.


다음해부터는 수원·안양·분당 등 경기권의 아파트들을 구매해 수익을 올렸고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상가 건물을 사기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김 원장과 임 이사장은 퇴직 후 먹거리로 부동산 관련 사업을 구상했었다.



또래에 비해 고소득자인 이들을 보며 연세 지긋한 재력가들은 “돈은 30대에 버는 게 아니야. 30대에는 덕을 많이 쌓고 40대에 주변의 함께 지내는 이들과 함께 돈을 버는 거야”라고 조언했다.


요양원을 차리게 된 것은 임 이사장의 입김도 컸다. 임 이사장에게는 장애를 앓고 있는 가족이 있다. 그의 부인은 특수학교 교사다.



그는 “아내와 함께 우리가 늙으면 부모님과 우리 가족들을 어떻게 돌볼지 논의하곤 했다”며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가정을 위한 사업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요양원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50~60대 이후에도 맞벌이를 하는 이들이 늘고 있어요. 이 때문에 80~90세 되신 어르신들을 종일 곁에서 모실 수 없는 가정들도 많고요. 그런 고민을 해결해 드리고 싶어요. 가족처럼 모시는 게 우리가 할 일이겠죠.” (임 이사장)


금융계에서 고액 자산가들을 만나면 그들의 고민도 같았다. 재산이 많으나 적으나 노후 걱정은 매한가지였다. 그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요양 시설에 대한 고객들의 니즈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전했다.



김 원장과 임 이사장은 고액 자산을 보유한 어르신들이 아닌 중산층을 포함한 소외 계층을 타깃으로 하는 요양 사업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김 원장은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땄다.


“기초생활수급자, 의료 경감 대상자, 장애인들에게 우선적으로 입소 혜택을 주고 있어요. 우리가 실버 사업을 하려는 목적은 사회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거든요. 자산가들을 위한 실버타운이나 노블레스타워를 세워 더욱더 많은 돈을 벌 수도 있지만 우리는 없이 사는 이들을 위한 삶을 살 겁니다.” (임 이사장)
30대 ‘삼성맨’, 자수성가로 모은 ‘수십억’ 털어 실버 사업에 올인
(사진) 임희철(왼쪽) 대한요양원 이사장, 김현(오른쪽) 대한요양원 원장이 평촌신도시에 위치한 대한요양원에서 인터뷰 중이다. /서범세 기자

◆ 어두운 요양원 이미지, 밝은 공간으로 탈바꿈

양원에 입소하는 어르신들은 요양 등급(1~3등급)에 따라 최대 80%를 정부에서 지원받는다. 월 이용료 150만원을 기준으로 정부에서 120만원을 지원해 줘 고객은 30만원 정도를 부담하게 된다.

“요양원은 장기요양보험에 적용돼 자기 부담금이 적어요. 요양병원은 건강보험이 적용돼 월 자기 부담금이 훨씬 높아요. 요양병원에는 의사가 상주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월 부담금이 월 130만~150만원으로 2~3배 정도 더 부담되죠. 응급 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증 환자들 외에는 요양원에 모시는 것이 나아요.”

임 이사장은 과거 친할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셨을 때만 해도 요양병원 및 요양원에 대한 인식이 별로 좋지 않았다고 회상하며 이야기를 이어 갔다.


그는 “언론을 통해 이따금 보도되는 요양원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를 벗기 위해 많이 준비했다”며 “젊은이들이 운영하는 밝고 열정적인 요양원으로 키워 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요양원은 의사 면허가 있거나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어야 허가가 난다. 또한 임대가 아닌 자가 건물을 소유해야만 운영할 수 있다. 대한요양원은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인근 병원과 연계해 촉탁의사제를 운영하며 응급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는 점도 자랑할 만하다. 대한요양원의 정원은 13명이고 간호사와 지역에 거주하는 요양보호사가 상주하며 한 명당 어르신 2.5명을 돌본다.

내부 인테리어에도 세심하게 신경 썼다. 대부분의 요양원이 4인실로 구성된 데 비해 이곳은 3인실로 배치해 조금 더 넓고 쾌적하게 지낼 수 있도록 했다. 바닥은 콘크리트 대신 보호 패드를 깔았고 가구도 친환경 자재를 사용했다.


객실은 남향으로 배치해 밝은 분위기를 조성했다. 낙상을 방지하기 위해 침대를 기존 침대보다 낮게 특수 제작했고 어르신들을 위한 상해보험에도 가입했다. 식자재는 안양농수산물센터에서 공수한 신선한 먹거리를 사용한다.

임 이사장은 “어르신들을 위한 음악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해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되고 있다”며 “요양원을 지역사회에 개방해 지역 행사나 어르신들의 담소 공간으로 제공하고 학생들의 봉사 활동 공간으로도 상시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