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길순 에어비타 대표
음이온은 ‘공기중의 비타민’…'공기청정기'에 담은 엄마의 사랑
사계절 집안 공기 책임지는 '216g의 마법'
(사진)에어비타 이길순 대표.(/김기남 기자)

이길순 대표는
1964년생. 연세대 융합기술영역과 석사 졸업. 2003년 (주)에어비타 대표이사. 2008년 발명의 날 대통령 표창. 2015년 대한민국 세계 여성 발명 대회 준대상. 제50회 발명의 날 산업포장.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2017년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일기예보를 볼 때 기온이나 강수량만을 확인하지는 않는다. 최근 들어 기승을 부리는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하루하루 미세먼지 농도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미세먼지가 심해질수록 공기청정기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한국의 공기청정기 시장 규모는 2014년 5000억원에서 2015년 5600억원, 2016년 6300억원으로 매년 성장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커진 만큼 소비자들의 눈높이도 까다로워졌다. 특히 어린 자녀와 수험생·환자 등을 둔 가정에서는 공기청정기를 구입할 때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소기업인 ‘에어비타’는 기존 시장의 고정관념을 버린 공기청정기로, 국내외 시장의 한 획을 긋고 있다. 지난해 에어비타의 제품은 약 13만 대가 판매됐다. 서울 강서구에 자리한 에어비타 본사에서 이길순 대표를 만났다.

◆고정관념 깬 소형 공기청정기

에어비타의 공기청정기를 본 고객들은 이렇게 작은 제품이 과연 방의 공기를 깨끗하게 바꿀 수 있을지 호기심을 갖는다. 에어비타의 대표작인 ‘에어비타캡슐’의 무게는 216g에 불과하지만 공기 1cc당 400만 개의 음이온을 발생시킨다.

“소형 공기청정기를 생각하게 된 것은 학부모들이 아이의 방에 공기청정기를 놓아두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가정에서 사용하는 방은 크기가 작고 책·컴퓨터 등 가구가 많아 외형이 작은 공기청정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대표가 공기청정기 사업에 뛰어들 때만 해도 대기업이 생산한 대형·고가의 공기청정기가 대세를 이루던 때였다. 이 대표는 아이의 방 공기를 신선하게 유지하고 싶어 하는 학부모들의 마음을 정확히 이해했다.

이 때문인지 에어비타의 공기청정기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특히 에어비타의 공기청정기가 학생들의 집중력을 높여 준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비결은 ‘음이온’이다. 에어비타가 생산하는 모든 제품은 음이온 방식의 공기청정기다. 음이온 방식의 공기청정기는 음이온을 공기 중에 발생시켜 유해 물질을 제거한다. 음이온이 공기 속 비타민 역할을 하는 것이다.

“공기가 깨끗한 산이나 숲 근처에서 술을 마시면 잘 취하지 않는다고 하죠. 그만큼 음이온은 사람의 집중력을 높여 주는 역할을 합니다.”

에어비타는 공기청정기 시장의 주요 고객층이 아니었던 젊은 층에게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외모 관리에 관심이 많은 여학생들은 에어비타의 무선 충전식 제품인 ‘에이볼’을 늘 휴대하고 다닌다. 신선한 공기를 늘 쐴 수 있고 집중력까지 높여주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사업을 하면서 만나는 고객들의 의견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 에어비타가 참가했던 다수의 전자제품 박람회에서 만난 고객들을 잊지 않고 있다.

“독일에서 열린 박람회에서 어떤 독일 노신사 한 분이 제게 무척 고맙다고 말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해외에서도 우리 제품이 인기를 얻는다는 사실에 기뻤고 한국을 넘어 해외 고객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켰다는 점에서 뿌듯했습니다.”

이 대표의 보물 중 하나는 에어비타를 사용한 소비자들이 보내온 편지다. “우리 제품을 사용하고 비염이 나았다는 분부터 삶의 질이 향상됐다는 분까지 다양한 사연을 담은 편지를 종종 받아봅니다. 소비자들의 의견은 언제나 힘이 됩니다.”

이길순 대표는 에어비타를 창업하기 전만 해도 사회 경험이 없었던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직장 생활도 해 보지 않은 서른여덟 살의 가정주부가 어떻게 국내 소형 공기청정기 시장을 이끄는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

“수년 전 반지하에 살던 이웃의 아기가 3개월 동안 감기로 병원에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무척 아팠습니다. 처음엔 공기청정기를 사 주려고 했는데 그 당시 공기청정기가 대중화되지 않던 시기여서 가격이 너무 비쌌습니다. 이렇게 비싼 돈을 주고 살 바에는 차라리 내가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에어비타’의 시작이었습니다.”

지인의 자녀에 대해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이 오늘날 에어비타로 이어진 것이다.
사계절 집안 공기 책임지는 '216g의 마법'
(사진)이길순 에어비타 대표가 에어비타의 히트작인 '에어베타캡슐'을 들고 미소짓고 있다.(/김기남 기자)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창업

이 대표는 공기청정기 관련 기술을 배운 적도, 영업을 해 본 적도 없었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이었다. “사업 초기에 저와 함께했던 기술 이사와 공장 관리자가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습니다. 저는 총체적인 관리와 영업을 맡았는데, 하루 종일 운전을 하며 사업과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어요. 김밥 한 줄로 끼니를 때우는 게 다반사였죠.”

초창기 에어비타가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이 대표는 많은 시련을 겪었다. 사기를 당한 적도 있었고 공장 화재로 많은 재산을 잃기도 했었다. “제가 창업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 그전에 사회생활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그전까지는 사회가 이렇게 무서운 곳인지 잘 몰랐거든요.”

이 대표는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무조건 ‘도전’해 보라는 이야기를 해주곤 한다. “제가 처음 창업한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모두 허황된 꿈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때 그 말을 들었더라면 오늘의 에어비타는 없었을 겁니다.”

이 대표와 경영진의 노력으로 에어비타는 현재 총 7개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고정관념을 깬 작은 크기와 젊은 층들이 선호하는 세련된 디자인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외관이 다가 아니다.

이 대표와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에어비타의 기술력이다. 현재 에어비타의 22명 직원 중 7명이 기술 파트를 맡고 있다. “보통 신제품을 내놓을 때 통상 1년이 걸립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는 이유는 기술이 제대로 적용됐는지 여러 번 테스트를 해야 하기 때문이죠.”

에어비타의 모든 제품들은 에어비타가 직접 특허를 얻은 ‘AICI(Airvita Ions-Ozone Complex Ionization)’ 기술을 적용해 만들어졌다. 이 기술은 살균과 냄새 제거 등 공기를 정화하는 에어비타의 복합 이온화 기술이다.

해외 진출 성과도 좋다. 에어비타는 현재 세계 26개국에 진출해 있다. 교육열이 높은 중국 학부모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로 중국의 반한 감정이 심해지면서 현지 진출이 어려워지자 우리 직원이 직접 중국 현지로 가 관련 업체들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에어비타 제품이 세계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국가는 독일이다. 특히 제조업의 성지인 독일에서 성공을 거뒀다는 점은 이 대표를 미소 짓게 하고 있다. “독일에선 인증을 받는 데만 1년이 걸렸습니다. 긴 시간으로 이룬 성과인 만큼 보람이 큽니다.”

독일은 에어비타에 좋은 추억을 선사하기도 했다. 2008년 에어비타는 독일 QVC홈쇼핑을 통해 40분 동안 준비한 1만6000개의 제품이 ‘완판’되는 드라마를 썼다. 올해는 기업들에 또 하나의 신흥 공략국으로 불리는 인도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미세먼지 정화 탁월한 신제품 ‘준비 중’

시대가 바뀐 만큼 에어비타 역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기승을 부리는 중국발 미세먼지는 에어비타의 앞에 새 과제를 부여했다. “우리 제품의 아이덴티티였던 음이온식 공기청정기가 아닌 필터식 공기청정기를 출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필터식 공기청정기는 음이온 공기청정기에 비해 미세먼지 제거에 더 큰 효과를 갖는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품 형식이 바뀌더라도 에어비타의 제품이 갖고 있는 특성은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히트작인 ‘에어비타캡슐’은 한 달 내내 사용해도 전기료가 100원 미만(누진세 미적용 시)이다.

에어비타캡슐뿐만 아니라 에어비타의 모든 공기청정기 제품은 유지비 면에서 경제적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필터식이지만 유지비가 많이 들어가지 않는 제품 생산을 목표로 모든 직원들이 똘똘 뭉쳐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와의 인터뷰 중 가장 많이 나왔던 단어는 ‘사랑’이었다. 이 대표의 직원들을 향한 사랑, 제품을 향한 사랑, 소비자를 향한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우리 회사의 사명(Airvita)은 공기 중에 ‘비타민’을 공급한다는 뜻입니다.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들의 삶에 신선한 비타민을 더하고 싶습니다.”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