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제 1136호 (2017년 09월 06일)

소순무 율촌 변호사 "법조계 개혁, 큰 강물의 줄기처럼 중심 잡고 가야"

[스페셜 리포트Ⅱ= 소순무 율촌 변호사 인터뷰]
“선진국 가려면 조세 정의 먼저 세워야”
‘한국법률문화상’ 수상…세금은 여론으로 정해선 안 돼


(사진) 소순무 율촌 변호사. /이승재 기자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소순무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국내 조세소송 분야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실력자다.

1978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20년간 법관을 지냈다. 2000년 변호사로 개업해 법무법인 율촌에 합류했다.

소 변호사는 38년간의 법조인 생활 동안 25년이나 조세소송을 연구하면서 해당 분야에서 한 획을 그었다. 2000년 그가 펴낸 책 ‘조세소송’은 조세소송 분야의 바이블로 평가받는다. 2000년 초판이 출간된 이 책은 지난해 8판까지 이어졌다.

그의 손을 거친 뒤 두고두고 회자되는 판결도 적지 않다. 소 변호사는 2006년 ‘중복 세무조사 위법 인정 최초 대법원 판결’을 통해 무리한 세무조사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이 밖에 ‘소득금액변동통지 처분성 인정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등 다수의 새로운 판결을 이끌어 냈다.

이 같은 그의 굵직한 족적들과 함께 율촌 역시 조세 분야에서 최고의 로펌으로 올라섰다고 해도 결코 과언에 아니다.

이처럼 조세 분야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2007년 대통령상, 2011년 동탑산업훈장을 수상한 그가 8월 28일 또다시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됐다. 바로 ‘제48회 한국법률문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한국법률문화상은 대한변호사협회가 법조 실무나 법률 연구를 통해 인권 옹호와 법률 문화의 향상, 법률 문화 교류에 공로가 있는 사람에게 주는 법조계 최고 권위의 상이다.

법조인으로서 이룰 수 있는 것들을 다 이룬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말했다.

향후 한국의 올바른 조세 정의와 법률 문화를 확립하기 위해 계속 정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 변호사를 만나 새 정부의 조세정책과 법률 문화 전반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이승재 기자

Q. 새 정부의 조세정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새 정부에서 공약으로 내세운 것들을 이행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돈이 필요합니다.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증세가 필수적이겠지요. 다만 조세법을 만드는 데는 조세 정의가 작동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다소 아쉽습니다.

세법은 기본적으로 중립성과 조세 정의 측면에서 논의되고 개정돼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정치 논리가 법을 앞서는 시대 흐름을 보이고 있는 듯합니다. 세법을 만들었으면 세금을 걷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어느 한쪽에서는 가혹하게 징수하고 어느 영역에서는 눈감으면 그건 조세 정의가 아니죠.

종교인 과세 문제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충분히 거둘 수 있었지만 약 50년 동안 과세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어떤 곳엔 가혹한 세무조사를 벌여 엄청나게 징수하고 있는데 이건 조세 정의가 아닙니다.”

Q. 법인세 인상 논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기에 대해서도 방향성이 옳은지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세법개정안에 대기업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이 포함됐는데 그 대상이 되는 기업들은 많지 않습니다.

지난해 신고 기준으로 129개 기업입니다. 대기업 중에서도 초대기업만 법인세 인상에 포함된 셈이죠.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에 따른 세수 효과도 2조6000억원 정도입니다. 부의 불평등 심화 문제가 불거지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팽배한 채 세법개정안으로 이어졌어요. 세법을 개정할 때는 세계적인 추세도 감안해야 합니다.

대기업의 법인세를 인상할 때는 국제적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봐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기업에 대한 감세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국만 세계적인 추세와 다른 쪽으로 간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어려움도 발생할 수 있지요. 뭐든지 급격한 변화는 세법에서 맞지 않는다고 봅니다.”

Q. ‘부자 증세냐, 보편적 증세냐’를 놓고도 정부의 셈법이 복잡해 보입니다.

“이 역시 조세 정의 측면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세금은 국민의 회비입니다. 그런데 현재 회비 면제자가 너무 많아요.

정작 근로소득자의 47%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죠. 정부·여당이 증세 논의 과정에서 펼친 논리들을 보면 아쉽습니다. 여론의 80%가 고소득자·대기업의 증세에 찬성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여론이 이랬다는 논리는 황당할 뿐만 아니라 이 또한 정치적인 논리가 앞서가는 모습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세금을 더 걷겠다는 데 반대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겠습니까. 얼마라도 세금을 내야 국민의 도리를 하는 것입니다. 세금은 여론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지요.”

Q.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검찰 법원 등 법조계 개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법조인 신뢰 추락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사실 제도를 개선한다는 것은 어려워요.

다만 기본적으로 법원도 많은 것을 내려놓고 있는 중이고 검찰도 개혁의 의지를 보이면서 서서히 달라지고 있어요. 조직 내부에서도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는 모습입니다.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점진적인 개혁이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급격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법이 중심을 잡지 못하면 국민들도 혼란스러워 합니다.

따라서 법과 제도는 큰 강물의 줄기처럼 중심을 잡고 가야 해요. 우려스러운 부분은 한국 사회가 어느 부분이 문제된다고 하면 너무 조급하게 고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에요.”

Q. 현재 한국에서 법이 올바르게 중심을 잡고 있다고 보십니까.

“최근 몇몇 사례들을 보면 과연 올바른 법 집행이 이뤄지고 있는지 의구심이 듭니다. 갑자기 흑이 백이 되는가 하면 양형도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최근 갑질 논란이 불거져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종근당 회장을 놓고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수행비서를 욕했다고 구속영장이 청구된 사람이 있는지 반문하고 싶습니다.

아마 없을 겁니다. 그건 여론과 인민재판을 하겠다는 것이지 법 집행이 아닙니다. 이럴 거면 법이 왜 필요하겠어요. 법이라는 것은 여론과 떨어져야 하는데 사실 여론이란 것은 실체가 없어요. 이걸 지켜주는 게 법입니다.

최근 법이 사회 여론에 너무 흔들리는 경향이 있는데 법이 중심을 잡기 위해선 여론에 흔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그때그때 구부러지는 법 집행은 우리의 삶을 힘들게 한다는 점을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Q. 법 집행이 여론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사법 작용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는 어려서부터 제대로 된 법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부모와 선생님들이 가르쳐야 합니다. 특히 선생님들이 법을 알고 학생들을 교육해야 해요. 이

런 측면에서 선생님에 대한 법 교육 역시 절실합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제대로 된 시스템이 현재 마련되지 않았어요. 교육부는 자기 소관이 아니라고 하고 법무부는 교육부 소관이라고 하면서 서로에게 미루는 형국입니다.

이럴 때 국가적 차원에서 어린 학생들이 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올해 법무법인 율촌에서 파트너 정년을 맞았습니다. 이제 파트너 자격에서 벗어나 율촌의 소속 변호사로 일하고 있죠.

최근에도 계속 조세 부문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두 가지 숙제를 갖고 있습니다. 조세 정의의 실천적인 구현 방안을 연구하는 것과 세금 감시입니다.

한국은 세금 낭비가 너무 심해요. 납세자들이 세금을 적절히 감시하고 목소리를 내면 훨씬 나은 조세 문화가 정착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순무 율촌 변호사 약력
1951년생. 서울대 법대 졸업. 경희대 법학 박사. 1978년 제20회 사법시험 합격. 1990년 서울고등법원 판사. 1999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2005년 기획재정부 고문변호사. 2007년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2015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한국후견협회 협회장(현). 사단법인 온율 이사장(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현).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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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7-09-0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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