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디터 슈레터러 지멘스㈜ 부사장]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1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지멘스는 독일 베를린과 뮌헨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전기전자 기업이다. 전 세계 200여 국가에 35만여 직원을 둔 지멘스는 전력화·자동화·디지털화 영역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인더스트리 4.0)를 맞아 제조업체들이 대규모의 투자나 서비스 비용 증가 없이도 디지털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올 초에는 한국 시장에 스마트 공장의 필수 토대가 되는 산업용 클라우드 솔루션인 마인드스피어를 출시했다.

이 회사의 한국법인 지멘스㈜의 디지털 팩토리, 공정 산업 및 드라이브 사업본부를 총괄하는 디터 슈레터러 지멘스㈜ 부사장과을 만나 한국의 스마트 공장 현황, 마인드스피어의 한국 진출 속내에 대해 물었다.
"스마트 공장, 오랜 시간 들여 점진적 변화 추진해야"
(사진) 약력 : 1963년 독일 출생. 1995년 아시아·남미·유럽 지역 해외 영업 담당. 2017년 지멘스㈜ 디지털 팩토리·공정 산업 및 드라이브 사업본부 총괄 부사장(현). /서범세 기자

Q. '스마트 공장'의 주요 무대가 될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의가 저마다 다 다릅니다. 지멘스에서 보는 4차 산업혁명이란 무엇인가요.

"인더스트리 4.0(제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생산 및 데이터 처리 효율성을 개선하는‘차세대 산업 혁명’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사물인터넷(Internet-of-Things·IoT)을 이용해 제품과 기계 간 상호 통신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전체 생산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는 것을 말하죠. 인더스트리 4.0은 제조와 같은 전통 산업에 IT 시스템을 적용해 스마트 공장으로 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 인더스트리 4.0시대에서 지멘스는 스마트 공장에서 제조 공정의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통합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Q. 지멘스 독일의 암베르크 공장은 어떻게 스마트 공장의 모범 사례가 됐나요.

“30여 년 전에는 스마트 공장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우리는 2007년부터 100억 달러 정도를 들여 UGS·멘토그래픽스 등 글로벌 소프트웨어 회사 17곳을 단계적으로 인수하면서 스마트 공장 시스템 사업을 키워 왔고 현재 수준에 이르게 됐죠. 스마트 공장은 어느 날 갑자기 뚝딱 도입하기 힘든 개념입니다. 오랜 시간을 갖고 점진적인 변화를 추진해야죠.”

Q. 한국의 스마트 공장은 어느 단계에 와 있나요.

“제4차 산업혁명 선도국인 독일 및 미국과 비교하면 휴대전화·전자·자동차 등 조립 산업은 삼성·SK·LG 등 대기업들이 스마트 공장 도입에 속도를 내면서 디지털 팩토리 수준에 상당 부분 근접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철강·화학·시멘트·제지 등 이른바 공정 산업은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대부분이 20년 이상 된 노후 설비를 사용해 온 만큼 짧은 시간에 생산 설비를 스마트 공장 시스템으로 교체하기 어려운 실정이죠. 스마트 공장을 도입하기 위해선 한국의 공정 산업 부문도 자동화 시스템 도입에 속도를 내야 합니다.”

Q. 국내 스마트 공장 확산을 위해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제4차 산업혁명의 도입 단계에서는 정부가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소·중견기업들은 스마트 공장 도입을 통해 회사가 어떤 편익을 누릴 수 있는지, 도입에 무엇이 필요한지 잘 모르기 때문이죠. 이 단계를 넘으면 기업은 스마트 공장 도입에 필요한 과정을 하나하나 파악해야 합니다.”

Q. 한국 시장에 마인드스피어를 적용했을 때 가장 큰 효과를 얻을 것으로 보는 산업 부문이 있나요.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적합한 것이 바로 마인드스피어죠. 제조 강국인 한국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하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많은 만큼 이 부문에 가장 큰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멘스는 현재 상위 25개 자동차 OEM 업체 중 24개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죠.”

Q. 현재 지멘스의 한국법인 지멘스㈜는 현대위아, 훼스토(FESTO), 쿠카(KUKA)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안산에 데모 스마트 공장 구축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의 수순과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안산 반월·시화 산업단지에 구축되는 데모 스마트 공장의 지멘스 컨소시엄 생산라인은 ‘미래형 스마트 공장’의 표준인 지멘스 모듈형 생산시스템 기반으로 설계돼 새로운 제조 및 IT 기술을 실제 생산 환경에 적용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할 전망입니다. 스마트 공작기계·로봇·공정장치를 융합한 글로벌 최고 수준의 정밀가공 고도화 통합 라인이 설치될 예정이죠. 여기에 산업용IoT(IIoT), 가상현실융합시스템(CPS) 기술의 도입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제품을 설계해 다품종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생산단가와 불량률을 최소화하는 미래의 공장 모습을 구현할 계획입니다."

Q. 디터 슈레터러 부사장께서는 올해 1월 지멘스㈜의 디지털팩토리·공정산업 및 드라이브 사업본부 총괄직에 임명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의 앞으로의 계획을 묻겠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을 오랫동안 알고 있었지만, 한국에서 산업전반을 담당하는 두 개 사업부를 새롭게 총괄하게 되며 디지털화에 대한 한국 고객의 관심과 수요를 직접 겪으니 더욱 감회가 새롭고 기쁩니다. 지멘스의 한국법인 지멘스㈜는 다양한 산업에서 가능한 한 빠르게 이 목표를 달성하고, 해외 시장에서 그 혜택을 누리기 위해 노력하는 한국 고객사들을 지원하고자 합니다. 이는 단지 디지털화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스마트 공장의 토대가 되는 자동화와 전력화를 포함합니다. 한마디로 전력화, 자동화는 물론 디지털화에서까지 고객의 요구에 적합한 전체적 접근방식을 제공할 것입니다."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