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커스-코스모진]
- ‘차별화된 콘텐츠·IT와의 융합’이 살길
구글 회장, 프란치스코 교황이 찾은 한국 여행사...코스모진 정명진 대표가 본 관광업 미래
(사진) 정명진 코스모진 대표는 외국인 VIP 대상 의전 관광 분야를 특화시켰다. 지금까지 프란치스코 교황,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영화감독 우디알렌, 스티브 첸 유튜브 창업자 등 해외 유명 인사들이 코스모진을 통해 한국을 방문했다. /이승재 기자

[한경비즈니스= 김영은 기자] 올해 출국 내국인이 방한 외국인의 2배를 웃돌았다. 관광수지 적자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된 이유는 국내 관광 시장에서 ‘큰손’ 역할을 했던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제적인 요인과 국내 사정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게 관광업이다.

하지만 유커에 기대지 않고 차별화된 관광 상품으로 자신만의 분야를 개척한 기업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우디 알렌 영화감독, 스티브 첸 유튜브 창업자, 휴 잭맨 영화배우 등의 한국 여행을 책임진 코스모진 여행사가 그 주인공이다.

코스모진은 2001년부터 외국인 주요 고객(VIP)의 의전 관광을 전문적으로 진행해 왔다. 의전 관광은 방한 외국인의 공항 영접에서부터 호텔 숙박, 관광, 통·번역, 각종 예약 및 섭외 등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모든 동선에 개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명진 코스모진 대표에게 해외 유명 인사들과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국내 관광업계 미래에 대해 물었다.

Q. 의전 관광이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사업 기반을 다지고 확장시킨 과정이 궁금합니다.

A. “스물아홉 살에 코스모진을 차렸는데, 그 이전부터 관광 기획 일을 해 왔습니다. 그때는 특수 목적 관광객들을 위한 인프라가 현저히 부족했어요. 가이드들이 틀린 설명을 해줄 때도 많았고 쇼핑과 유흥 위주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거기서 의전 관광에 대한 수요를 보고 사업에 뛰어들었어요. 워낙 생소한 분야였던 만큼 회의나 초청을 주최하는 고객사에서 의전 관광에 대한 니즈가 있었죠. 비즈니스나 국제회의 등 특수 목적을 가지고 방문한 VIP 데이터가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업이 확장됐습니다.”

Q. 외국인 VIP를 상대하는 만큼 직원들의 전문성이 요구될 것 같습니다.

A. "내부적으로 국제적인 수준에 맞는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코스모진 직원은 70명 정도입니다. 직무는 투어 스케줄을 관리하는 코디네이터, 의전을 진행하는 도슨트와 가이드, 차량 운전사 파트 등으로 나눠져 있어요.

코스모진은 관광 안내와 의전을 가이드와 도슨트로 등급화해 차별을 두고 있습니다. 주로 VIP를 안내해야 하는 도슨트는 경제·문화·역사를 전문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이 있어야 하고 외국어 점수도 높아야 합니다.”

Q. 기억에 남는 스토리를 들려줄 수 있나요.

A. “VIP는 호화롭고 특별한 것보다 세심하고 진심으로 다가가는 서비스에 감동한다는 것을 느낀 계기가 있습니다. 몇 년 전 당시 나이지리아 국방부 장관이 방문한 적이 있어요. 그분이 공항으로 출국하기 전 “어제 저녁 칵테일파티 때 먹었던 일본식 안주를 사가고 싶다”고 부탁하는 거예요. 그게 뭔지 설명을 들어봤더니 멸치볶음이었어요.

당시 인천에 있는 마트를 다 뒤졌지만 반찬으로 만들어진 멸치볶음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마트에서 멸치를 사 근처 호프집에 들어가 멸치볶음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어요. 음식과 함께 레시피와 재료를 나이지리아 국방부 장관에게 전달했더니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 받고 정말 좋아했어요.”

Q. VIP들이 한국에서 가장 흥미를 느끼는 곳은 어디인가요.

A. “VIP들은 늘 ‘너희만의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합니다. 또 국제 정세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비무장지대(DMZ)와 공동경비구역(JSA)은 VIP가 가장 선호하는 관광지예요. 남북한의 관계와 현재 진행형인 분단의 역사를 체감할 수 있으니까요.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땅굴 투어를 하면서 투어를 함께 진행한 유엔군에게 다양한 질문을 했어요. 이후 한국을 또 찾았을 때에도 DMZ를 방문할 만큼 좋아했습니다. DMZ 투어를 한 외국 VIP들은 한국의 안보에 대해 불안감을 갖기보다 한국적 상황을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슈미트 회장도 ‘한국이 불안하고 극한 상황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와 보니 다들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Q.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관광업계가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A. “외국 VIP들은 입을 모아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이슈라고 말합니다. 자연·역사·경제·과학 등 다양한 요소를 모두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죠. 중국인 중 패키지로 오는 관광객이 많이 줄면서 타격을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관광업계의 안일한 태도도 문제가 있습니다. 기존 방식보다 정보를 개방하고 고객에 대한 활용 가치를 높이는 등 관광산업의 각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해외 온라인 여행 시장에서 한국 관광 상품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관광업과 정보기술(IT)의 융합이 더 적극적으로 이뤄질 때 홍보·마케팅부터 구매 유도, 관광객 데이터화 등 많은 부분이 해결될 수 있습니다.

또 한국을 방문하고 싶게 만드는 강력한 콘텐츠도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평창 동계올림픽도 강력한 콘텐츠가 될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숙박이나 교통도 문제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Q. 코스모진은 어떤 청사진을 그리고 있습니까.

A. “이제는 살아남기 위해 각성이 필요한 때입니다. 코스모진도 사업 규모를 늘리기보다 시스템을 디지털화하는 데 중점을 둘 예정입니다. 스타트업과 끊임없이 만나고 회의를 통해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 있어요. 관광업, 특히 기존 여행사들은 구태의연하게 오프라인 의존도가 높았습니다. 스타트업은 기술과 젊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지만 데이터가 없었죠. 이 둘을 이어 줄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방한 관광객들에 대한 데이터는 많은데, 이걸 어디에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몰랐어요. 단순히 서비스 질을 높이고 발전하는 데만 데이터가 쓰이는 것은 아깝잖아요. 우선 여러 정부 기관에 우리 데이터를 공유해 방한 관광객의 데이터 샘플을 만들 예정입니다. 또 다른 기업과 협업해 해외 온라인 관광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스타트업을 만들어 볼까 생각 중입니다.”

◆ 정명진 코스모진 대표는… 1991년 홍익여고 졸업. 1995년 호주 TAGE대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 전공. 2001년 코스모진여행사 대표(현).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