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커스 : 인터뷰]
-“라뜰리에는 신개념 테마파크 사람과 사람 잇는 문화공간”
그림과 대화하는 테마파크 '라뜰리에',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의 새로운 도전
(사진)라뜰리에 입구는 액자 프레임을 모티브로 꾸며졌다. 액자 문이 열리면 19세기 프랑스의 모습이 펼쳐진다. / 맥키스컴퍼니 제공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그림 속으로 직접 들어가 볼 수는 없을까.”

서울 동대문 현대시티아울렛 11층에 10월 문을 연 아트랙티브 테마파크(Attractive Theme Park) ‘라뜰리에’는 조웅래(58) 맥키스컴퍼니 회장의 엉뚱한 발상에서 시작됐다.

맥키스컴퍼니가 7년이라는 준비 기간 끝에 완성한 라뜰리에는 단순히 그림 속 공간을 재현해 놓기만 한 곳이 아니다. 미디어아트·홀로그램·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다양한 첨단 통신 기술을 접목해 그림 속 인물과 직접 대화할 수 있고 생생한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신개념의 테마파크다.

라뜰리에에서 10월 31일 만난 조웅래 회장은 형형색색의 페도라를 쓰고 분홍색 재킷을 입고 있었다. 조 회장이 “카바레 복장”이라며 농담을 건넨 옷차림은 화려한 라뜰리에와 잘 어울렸다.

그림 속으로 들어가 본다는 그의 발상에 걸맞게 테마파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액자 모양의 입구를 지나야 했다. “라봉(라뜰리에+봉주르)”이라는 라뜰리에만의 인사와 함께 그리스 신들을 형상화한 액자 문이 열리자 19세기 프랑스로의 여행이 시작됐다.
그림과 대화하는 테마파크 '라뜰리에',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의 새로운 도전
(사진)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 1959년 경상남도 함안 출생. 1985년 경북대 전자과 졸업. 1992년 5425 대표이사. 2004년~현재 맥키스컴퍼니(전 선양) 회장 / 서범세 기자

◆소주 회사가 테마파크 만든 이유

소주 회사 맥키스컴퍼니를 운영하는 조 회장이 테마파크를 연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독특한 조합이 단순한 발상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7년 전 라뜰리에를 처음 기획할 당시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도 없었고 지금 같은 첨단 기술도 없었어요. 기술과 별개로 ‘그림 속으로 들어가 보면 어떨까’ 하는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일입니다.”

그림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공간이 필요했다. 또 공간에서 어떤 경험을 할 수 있을지 콘텐츠를 기획해야 했다. 그가 생각한 핵심 콘텐츠는 바로 ‘그림 속 주인공과의 대화’였다. 당시에는 인공지능도, 빅데이터도 없던 시절이었지만 7년 동안 기술 발전을 거치면서 그의 상상은 현실이 됐다.

“4차 산업혁명이라고 아무리 떠들어도 그 실체가 없잖아요. 생활 속에 기술을 녹여내 직접 체험할 수 있고 교육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고흐가 왜 자살했는지, 19세기 인상파 화가들은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등 3D 미디어 아트 속 주인공에게 말을 걸면 각자 다른 대답을 들려줍니다. 많은 질문이 쌓일수록 많은 데이터가 축적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대답도 다양해집니다.”

조 회장이 라뜰리에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또 다른 메시지도 있었다.

“미래는 상상력과 창의력, 엉뚱한 생각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냅니다. 그게 가치가 있고 경쟁력이죠.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을 어렵고 무겁게만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지방에 있는 소주 회사도 4차 산업혁명에 도전했다더라’는 말을 들으면 다른 사람들은 ‘우리도 한번 해볼까’하는 도전의식이 생기지 않겠어요.”
그림과 대화하는 테마파크 '라뜰리에',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의 새로운 도전
(사진) 미디어 아트쇼로 감상하는 ‘모네의 정원’./ 맥키스컴퍼니 제공

◆크리에이티브 연구소 있는 소주 회사

맥키스컴퍼니에는 조 회장의 경영 철학과 기업 구성원들의 상상력을 실현하기 위한 ‘크리에이티브연구소’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실시간 3D 영상 다중화면 동기화 시스템’과 ‘홀로그램 상품 자동 판매기’ 등 다수의 특허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라뜰리에의 전체적인 기획은 맥키스컴퍼니의 크리에이티브연구소가 맡되 여러 기술 회사와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구현했다.

“우리는 기술을 내세우는 회사가 아니에요. 이미 만들어져 있는 기술을 도입해 콘텐츠에 녹여내는 일을 합니다. 홀로그램 기술 자체를 우리가 개발한 것은 아니지만 고흐라는 유명한 화가의 죽음을 가지고 20분짜리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하는 일이죠.”

라뜰리에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 회장은 현재 동대문에 있는 라뜰리에가하나의 쇼케이스 형태라고 소개했다.

공간은 테르트르 광장, 몽마르뜨거리, 마들렌 꽃시장, 라마르틴 광장, 포름 광장 총 5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있다. 5개 콘셉트에 따라 디자인과 기술뿐만 아니라 조명·향기·체험 요소도 모두 다르다.

구역별로 미디어 아트쇼와 홀로그램 토크쇼, 뮤지컬 등 동적인 테마파크를 구현하기 위한 콘텐츠를 강화했다.

조 회장은 각각의 요소를 모듈화해 전 세계에 수출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미 중국에서 라뜰리에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 접촉 중이다.

“저는 돈을 떠나 새로운 시도 자체에 큰 의미를 두고 있어요. 라뜰리에는 단순히 입장료를 받으려고 시작한 사업이 아닙니다. 기술과 콘텐츠도 끊임없이 개발 중이고 계속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나갈 거예요.”
그림과 대화하는 테마파크 '라뜰리에',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의 새로운 도전
(사진) 고흐의 작품 ‘밤의 카페 테라스’를 그대로 재현한 카페./ 맥키스컴퍼니 제공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다

조 회장은 유쾌하고 호탕한 성격만큼이나 걸어온 길이 독특했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그는 1984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무렵 삼성전자를 떠났고 1992년 ‘소리를 선물한다’는 콘셉트를 내세운 벨소리 다운로드 서비스 ‘700-5425’를 만들어 창업에 성공했다.

1994년에는 자동 응답기 음성 처리 보드의 핵심 부품 사업을 시작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1990년대 중반 ARS 자동 응답 서비스가 유행하자 대기업에서 핵심 부품을 수입하기 시작했어요. 수입한 부품에 대기업 라벨을 붙여 팔았으니 저는 망할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이런 아픔을 겪으면서 조 회장에게는 사업 철칙이 생겼다. 바로 ‘남들이 따라할 수 없는 사업을 하자’였다.

“어떤 아이디어를 구현하든 돈이 많은 기업이 따라올 수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러려면 디테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중소기업 혹은 스타트업들 중에는 나 같은 아픔을 겪은 사람이 많을 거예요.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디테일한 부분까지 완성도를 높이고 작은 부분까지 기업 철학이 들어가면 누구도 따라할 수 없습니다.”

2004년에는 주류 회사 선양을 인수해 지금의 맥키스컴퍼니를 창업했다. 소주에 상쾌한 산소를 넣어보자는 아이디어로 산소 소주 ‘O2린(오투린)’을 만들어 특허도 출원했다.

음성인식 부품 회사에서 소주 회사, 첨단 기술을 이용한 인터랙티브 테마파크 사업인 ‘라뜰리에’까지…. 그의 사업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언뜻 보면 서로 어울리지 않는 사업들을 여럿 진행하는 이유를 묻자 조 회장은 자신의 명함을 꺼내 보여줬다. 조 회장의 명함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700-5425 때부터 기업 경영의 철학이 ‘사람과 사람 사이’였습니다. 700-5425는 음악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였고 소주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술이죠. 모르는 사람들은 ‘생뚱맞다’고 하지만 제가 하는 일은 언제나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라뜰리에도 그림과 기술을 통해 사람을 이어 주고 그림과 사람이 직접 대화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해 19세기 작가와 사람을 이어 주기도 합니다. 회사 이름도 ‘이을 맥’에 키스를 합친 말이에요. 내 철학은 늘 일관적입니다.”

조 회장이 다른 영역으로 무대를 넓히는 사이, 소주 사업은 오직 오투린만 고집한 이유가 궁금했다. 그에게 주류 포트폴리오를 과일소주·탄산주 등으로 다각화할 생각은 없는지 묻자 그는 단호하게 “없다”고 말했다.

“술은 앞으로 소비가 줄 수밖에 없는 시장” 이라며 “이미 대형 주류업계가 포진하고 있는 수도권으로 진입하기도 어렵다” 고 말했다.

그는 지역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상생할 수 있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계족산 작업반장’ 상생과 믿음의 경영

조 회장은 지역민들과 상생할 수 있고 직원들과 소비자에게는 신뢰를 줄 수 있는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사람들이 그를 부르는 별명은 ‘계족산 작업반장’이다. ‘오투린’으로 맥키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해 오던 그가 새로운 별명을 얻게 된 것은 2006년이었다.

조 회장은 대전 계족산에 14.5km에 달하는 황톳길을 만들었다. 그가 황톳길 사업을 시작한 이유도 역시 단순했다.

“사실 황톳길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만들었던 것은 아니에요. 황톳길을 맨발로 걸어보니 스트레스가 풀리고 머리가 상쾌해졌어요. 그 느낌을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고 함께 즐기고 싶었습니다.”

황톳길이 자리 잡자 피아노를 산으로 끌고 가 음악회를 열었다. 매년 열리는 맥키스 오페라의 ‘뻔뻔(fun fun)한 클래식’을 통해 사람들에게 문화 콘텐츠를 선사한다. 전국의 질 좋은 황토 2000톤을 새로 깔고 숲속 음악회를 진행하느라 매년 10억원 가까이 들어가지만 입장료를 따로 받지 않는다.

계족산 황톳길은 조 회장의 꾸준한 관리 덕분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한국 대표 관광지 100선에 연속 3번 포함됐다.

조 회장이 좋아서 한 일 덕분에 지역에 관광 명소가 생겨나고 지역 경제가 살아난 것이다. 조 회장은 이런 활동을 바탕으로 10월 28일 ‘2017년 대한경영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최고경영자대상’을 수상했다.

학회는 조 회장을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증대하는 공유 가치 창출(CSV) 경영을 활발히 추진하는 혁신적인 기업인이라고 평가했다.

조 회장은 ‘상생’과 ‘믿음’의 경영을 강조했다.

“계족산 아래 보리밥집에 가면 ‘황톳길 덕분에 먹고삽니다. 우리는 보답하고자 오투린 소주만 팝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어요. 우리의 CSV 덕분에 상생이 이뤄질 수 있는 것입니다. 억지로 한 일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진정성을 가지고 한 일이 지역 주민들에게 사회적·경제적 이익을 줬기 때문에 그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거죠. 직원들의 자부심도 굉장해 이직률이 0%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성장하는 동안은 인적자산과 물적 자산으로 성장했지만 앞으로는 사회적 자산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사회와 상생해야 투자와 도움이 일어나고 지속될 수 있어요.”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