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존 헨리 클리핑거 미국 MIT 미디어랩 교수]
스위치토큰, 블록체인 활용해 탄소 배출 감축량 도전
지구온난화, 암호화폐로 해결한다고?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스위치토큰이 세상을 바꿀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 한 암호화폐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힌 학자가 있다. 단순히 금융 편의나 생활 편의를 위해서가 아니다.

그는 암호화폐를 통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태양 자원 등 신재생에너지의 사용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신재생에너지 생산으로 감축되는 탄소 배출량 만큼 ‘스위치토큰’을 보상받음으로써 부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뜬구름 잡는 얘기는 아니다. 이미 암스테르담·바르셀로나 등 세계적 도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한국에서는 경기도 수원시·안산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프로젝트와 협업하기로 했다. 첫 코인은 올해 11월 발행될 예정이다.

서울시 서초구 KW컨벤션센터에서 10월 25일 열린 ‘블록체인 실용화와 미래 유망 산업 세미나’ 강연이 끝난 무대 뒤에서 스위치토큰의 개발자이자 블록체인 분야의 전문가로 알려진 존 헨리 클리핑거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미디어랩 교수를 만났다.

-스위치토큰이란 무엇입니까.

“스위치토큰은 신재생에너지인 태양열 에너지를 생산하고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경제적인 가치로 보상(리워드)해 주는 시스템입니다. 신재생에너지 생산 및 소비로 감축되는 탄소 배출량 만큼 코인을 보유하고 거래할 수 있는 가상화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를 자산으로 소유한 사람은 스위치토큰을 보유할 수 있죠. 탄소가 감축되는 만큼 토큰 가격이 올라가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올해 11월 코인이 발행될 예정이죠.”

-왜 스위치토큰을 개발했나요.

“기후변화는 심각한 사회문제이지만 전 세계인이 단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았죠. 우리는 어떻게 하면 보다 빨리 전 세계 70억 인구가 태양광 에너지를 사용함으로써 지구온난화 해결에 동참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탄소 배출을 줄이면 경제적 보상을 하는 스위치토큰을 만들게 됐습니다.”

-이전에도 탄소 배출을 줄이면 보상하는 정책들이 더러 있었는데요.

“정부나 지자체에서 그러한 정책을 내놓았지만 큰 효과를 낼 수 없었습니다. (각 국가의 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았고 국가별로 달라 70억 인구 모두를 프로젝트에 참여시킬 수 없었죠. 스위치토큰은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을 통해 국가 간 경계를 무너뜨려 전 세계에서 통용 가능한, 또 오래도록 지속 가능한 리워드 정책을 펼칠 수 있습니다.”

-코인을 만들어 내는 구조가 궁금합니다. 비트코인처럼 복잡한 문제를 풀어 채굴하는 방식인가요.

“비트코인과 스위치토큰은 블록체인을 기반 기술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같지만 완전히 다른 시스템입니다. 가령 비트코인은 거래가 유효한지 증명하는 대가로 ‘코인’을 보상받는 일명 작업 증명(POW : Proof of Work) 방식으로 채굴을 위해 엄청난 전력을 낭비합니다. 이를 위해 화석연료가 사용되는 것은 물론이죠. 이것은 스위치토큰이 가고자 하는 길이 절대 아닙니다.

스위치토큰은 POW 방식의 전력 낭비 문제를 고민한 결과, 모든 노드(블록체인을 이용하는 사용자)를 식별할 수 있는 POP(Proof of Production)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블록체인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몇 가지 절차를 통해 사용자의 탄소 감축을 확인한 뒤 리워드로 토큰을 발행하는 것입니다.”
지구온난화, 암호화폐로 해결한다고?
-어떻게 하면 코인을 받을 수 있죠.

“누구나 코인을 받을 수 있어요. 예컨대 현재 집에서 PV 태양광발전 시스템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자산으로 보유하거나 소유한 사람은 무료로 코인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태양광발전소를 보유했다면 태양광으로 생산하는 전기로 절감된 탄소 배출량과 생산된 에너지를 비교해 코인을 얻을 수 있죠.

이들은 토큰을 발행하고 관리·감독하는 곳인 토큰커먼즈재단에 매일 에너지 생산량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보고합니다. 그러면 재단은 소유자가 생산한 에너지와 탄소배출 저감량을 계산해 코인을 나눠줍니다. 시간이 지나 코인의 값이 올라가고 가치가 높아지면서 이익을 창출하게 되는 거죠.”

-토큰커먼즈재단은 무엇인가요.

“스위스에 본사를 둔 비영리재단 토큰커먼즈재단에서 스위치토큰을 개발했습니다. 토큰을 발행하고 관리·감독하는 곳이죠. 재단의 보호 아래 고도로 분산화한 블록체인을 생성함으로써 화석연료에서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합니다. 이 재단의 구성원은 개인·비즈니스·지역 또는 국가 정부와 상관없이 스위치토큰 플랫폼의 모든 구성원을 의미합니다.”

-암호화폐, 더 좁은 의미에서는 스위치토큰이 대중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십니까.

“여기 두 장의 사진이 있습니다. 하나는 1904년 미국 뉴욕시의 거리 풍경입니다. 모두가 3000년의 역사를 가진 마차를 끌고 있습니다. 자동차는 단 한 대뿐입니다. 그리고 1912년 동일한 장소. 3000년의 역사를 가진 마차는 자취를 감췄습니다. 자동차가 거리를 가득 채웠죠. 불과 8년 만의 변화입니다.

암호화폐는 이제 막 시작됐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또한 지금까지는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데 장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해 왔지만 스위치토큰의 대중화로 이 문제를 10년 안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존 헨리 클리핑거 미국 MIT 미디어랩 교수

예일대를 졸업했고 다보스포럼 eG8포럼 위원이다. 개방형 거버넌스 플랫폼을 개발하는 ID3(기관 혁신 및 데이터 기반 디자인 연구소)의 창립자이자 대표이며 최근에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와 에코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기 위한 암호화폐인 ‘스위치토큰’을 공동 개발했다.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