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 인터뷰]
- 오규환 대한변리사회 회장, 특허침해소송에 변리사 반드시 참여해야 소비자에 이득
오규환 대한변리사회 회장 "변호사에게 변리사 자격 자동 부여는 특혜"
[한경비즈니스= 김영은 기자] 12월 8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세무사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번 세무사법 개정안이 갖는 의의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법사위 패싱’ 1호 법안이라는 것. 둘째, 14년째 국회에 계류 중인 변리사법 개정안의 통과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것이다.

이처럼 법률 서비스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변호사와 유사 직역 간 업무 영역 다툼이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변호사에게 자동으로 부여되던 세무사 자격이 폐지된 데 이어 변호사가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에 ‘변호사의 직업 자유와 국민 선택권을 박탈하는 행위’라는 의견과 ‘변호사에게 주어지던 특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오규환 대한변리사회 회장 "변호사에게 변리사 자격 자동 부여는 특혜"
변리사법 역시 개정 전 세무사법과 마찬가지로 1961년 제정 당시부터 변호사에게 자동으로 변리사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변호사의 변리사 자격 취득 요건을 강화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7주간의 집합 교육과정과 6개월의 현장 연수 과정을 거친 변호사만 공식적인 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논란은 ‘특허 침해 소송대리권’이다. 특허 관련 소송은 크게 둘로 나뉜다. 특허심판원에서 진행되는 특허 유무효 결정과 특허 권리 범위 결정에 불복하는 ‘심결취소소송’, 법원에서 진행되는 특허 침해 여부와 이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특허침해소송’이 있다. 현재 특허침해소송은 변호사만 대리할 수 있고 변리사는 심결취소소송에 대해서만 소송대리권을 갖는다.

지난해 변리사도 함께 특허침해소송을 대리하도록 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이 발의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이번 세무사법 개정안 통과에 변리사들이 남다른 의미를 갖는 이유다.

한경비즈니스는 12월 12일 오규환 대한변리사회 회장을 만나 특허침해소송 공동대리권에 대한 변리사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오규환 대한변리사회 회장 "변호사에게 변리사 자격 자동 부여는 특혜"
(사진) 오규환 대한변리사회 회장 / 대한변리사회 제공

▶이번 세무사법 통과가 변리사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입니까.

“세무사법 개정은 ‘비정상의 정상화’입니다. 전문성 없는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비정상이고 세무사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아요. 이번 국회 본회의에 특혜 자격을 폐지하려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상정돼 표결했을 때 재석 의원 247명 가운데 찬성 215명, 반대 9명, 기권 23명이었습니다. 절대 다수의 의원이 찬성한 것이죠.

주목할 점은 이와 같이 절대 다수의 의원 또는 절대 다수의 국민이 찬성하는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는 데 10년이 걸렸다는 사실이에요. 이는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들의 일부가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특혜 세무사 자격이 사라지면서 특혜 변리사 자격 폐지에 대한 기대도 커졌습니다.”

▶지난해 변호사의 변리사 자격 취득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됐습니다.

“2016년에 변리사법이 개정돼 현재는 변호사가 변리사 자격을 취득하려면 약 8개월간의 실무 수습을 받아야 하죠. 하지만 현재의 제도도 변리사로서의 소양을 갖췄는지에 대한 객관적 검증 없이 변호사에게 주어지는 특혜 또는 자동 자격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평균적으로 변리사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시험에 투자하는 시간은 대략 3년입니다. 반면 변호사들은 7주 동안 최소한의 교육만 받는다고 볼 수 있죠. 변리사라는 직업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서라도 특혜 제도는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변리사도 법정 설 수 있는지에 대한 '침해소송대리권'이 관건

현재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변리사법 개정안은 두 건이 발의된 상태다. 주광덕 새누리당 의원(경기 남양주병)이 지난해 6월,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성남분당갑)이 지난해 8월 변리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 발의안에는 변리사가 단독으로 법정에 출석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변리사와 변호사 간 또 다른 갈등은 ‘소송대리권’이죠. 벌써 네 번이나 국회에 법안이 상정돼 계류 중인 것으로 아는데 진행 상황은 어떤가요.

“변리사에게 특허침해소송 대리권을 부여하기 위한 법안은 17, 18, 19, 20대 국회에 연속으로 발의됐습니다. 현재 20대 국회에도 발의돼 있는 법안이 2개 있는데 법안의 내용은 꽤 유사하고 각각 여당과 야당이 중심이 돼 발의한 법안입니다. 정당 간의 다툼이 없는 법안이라고 볼 수 있죠. 법안이 발의된 지 벌써 1년 6개월 정도 됐는데 아직도 소관 상임위원회인 산업위에 계류 중입니다.

안건은 변호사와 변리사 모두의 침해소송대리권을 인정하는 침해소송 공동대리권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요. 변호사가 선임된 사건에 한해서 추가적으로 함께 소송을 진행할 수 있는 선택적 공동 소송대리권입니다.”

▶특허침해소송에서 변리사가 소송대리인으로 참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가장 큰 이유는 전문성입니다. 변리사가 특허침해소송을 대리해야 법률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특허침해소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특허침해소송 대리에 필요한 중요한 조건으로는 과학기술·특허법·민사소송법·민법에 대한 지식이 있는데, 변리사는 이들 4가지 지식을 모두 갖춰야 시험에 통과할 수 있어요. 반면 변호사는 시험에서 2가지(민법·민사소송법) 자격만 요구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특허침해소송 대리에는 변호사보다 변리사가 더 적합하다고 봅니다.”

▶자동 자격이나 소송대리와 관련한 해외 상황은 어떤가요.

“일본·중국·영국 및 유럽 등 주요국들은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대리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영국과 중국에선 변리사의 단독 대리도 가능하죠. 또 유럽 변리사는 변리사의 침해소송대리권 도입에 대해 변호사들이 반대했지만 수요자인 기업이 강하게 지지해 변리사의 침해소송대리권이 인정됐습니다.”
오규환 대한변리사회 회장 "변호사에게 변리사 자격 자동 부여는 특혜"
▶현재 변리사 시장의 수요와 공급은 어떤 상황입니까.

“특허 출원 건수를 따져보면 한국이 세계 4위입니다. 1위가 중국, 2위가 미국, 3위가 일본이죠. 2009년 리먼브러더스 쇼크로 증가 폭이 감소 추세이지만 특허 건수는 해마다 늘어 왔습니다. 그런데 2016년도 들어 국내 출원 건수가 2015년에 비해 약간 줄었어요. 특허 시장도 팽창기를 지나 어느 정도 정체기가 왔다고 생각됩니다. 해마다 시험을 통해 배출되는 변리사는 220~230명 정도인데 출원이 정체되는 시기에서는 인원이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도적 문제도 있겠지만 결국은 밥그릇 싸움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변리사는 그렇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대형 로펌에서는 특허침해소송이 들어오면 변호사와 변리사가 내부적으로 팀을 이뤄 공동으로 진행하는 곳이 많아요. 소송대리권이 없어도 변리사가 소송 진행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거죠. 산업체를 잘 알고 특허에 대해 전문가인 변리사가 재판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의뢰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측면이 강합니다.”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