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 최문순 강원도 도지사]
탄탄해진 인프라 활용해 연간 GRDP 3% 성장 목표
최문순 강원도 도지사 "평창 동계올림픽 유산은 ‘경제 활성화’가 될 것”
◆약력 : 1956년생. 1984년 서울대 영문학과 졸업. 2005년 MBC 사장. 2008년 제18대 민주당 국회의원. 2011년 민주당 평창 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수석부위원장. 2011년 강원도지사(현, 연임).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땅길과 바닷길 그리고 하늘길이 모두 열렸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20여 일을 앞둔 강원도의 모습이다.

강원도는 평창 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넘어 올림픽 유산을 토대로 도의 경제 발전을 이룩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그 중심에 평창 올림픽을 유치한 2011년부터 개최를 앞둔 2018년까지 도정을 이끌어 온 최문순 강원도 도지사가 있다.

최 도지사는 2011년 제36대 도지사로 당선된 지 3개월 만에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확정지으면서 7년 동안 줄곧 올림픽 준비에 몰두해 왔다. 최 도지사에게 평창 올림픽이 갖는 의미와 강원도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소감이 어떠신지요.

“그동안 상황이 만들어지는 대로, 여건이 주어지는 대로 정신없이 뛰어왔습니다. 현재로서는 얼른 끝났으면 좋겠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기도 합니다(웃음).

강원도가 고집스럽게 유치했고 또한 국고가 쓰이는 만큼 강원도와 대한민국에 큰 도움이 되는 올림픽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어깨를 누릅니다. 러시아 국가대표단 공식 불참 등 악재가 불거질 때는 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이었습니다.

다행히 올림픽을 한 달 남기고 북한의 적극 참가로 ‘평화 올림픽’을 이룰 수 있게 됐습니다. 무사히 치러지길 기도할 뿐입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때는 개막식을 하면서도 공사가 진행돼 아쉬움을 남겼는데요, 평창 올림픽의 준비 상황은 어떤가요.

“한마디로 모든 준비가 완벽하게 끝난 상태입니다. 올림픽 경기 시설은 총 12개로 설상 7개, 빙상 5개가 위용을 뽐내고 있고 경기 시작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경기장을 둘러보시면 ‘올림픽 모드’라는 것을 바로 느깔 수 있을 거예요.

모든 경기장은 선수들이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국제연맹의 시설 기준에 부합하는 최신 공법을 적용해 건설됐습니다.

또 올림픽 선수촌도 지난해 12월 준공해 선수단을 맞을 준비가 이미 끝난 상황입니다. 역대 최고의 대회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한 만큼 국민 모두 평창으로 오셔서 즐겨 주시길 기대합니다.”

-2011년 도지사에 당선된 후 올림픽을 위해 뛰어온 시간만 무려 7년입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평창을 북한의 수도인 평양과 혼동해 지도에 그릴 만큼 강원도와 평창의 인지도는 낮았습니다. 유치가 결정되고 체계적으로 홍보해야 할 시기에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과 북핵 문제가 불거져 중요한 때를 놓치기도 했죠.

올림픽조직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손을 놓은 동안 강원도 혼자 애를 써야 했습니다. 우리마저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죠.

그러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평창 올림픽 홍보에 힘이 실렸습니다. 최근에는 북한의 참가 결정으로 ‘평화 올림픽’이라는 세계적 이슈로 부각되기 시작해 매우 고무돼 있는 상황입니다.”

-특별히 기대하는 종목이 있나요.

“사실 올림픽 유치 전까지는 김연아 선수로 유명해진 피겨 종목과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정도밖에 잘 몰랐어요. 지금은 노르딕복합·바이애슬론 등 설상 경기에 대해 ‘열공(열심히 공부)’ 중이랍니다.

최근에는 패럴림픽 종목을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하키 경기와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를 보고 큰 감동과 박진감을 느꼈습니다.”
최문순 강원도 도지사 "평창 동계올림픽 유산은 ‘경제 활성화’가 될 것”
(사진)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평창 올림픽의 마스코트인 반다비와 수호랑 인형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동안 강원도는 평창 올림픽을 준비하며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 같습니다. 도의 어제와 오늘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평창 올림픽 유치 신청과 준비를 하면서부터 이미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특히 교통 사회간접자본(SOC)의 변화가 많았습니다. 서울~양양 고속도로와 원주~강릉 복선전철 개통, 춘천~속초 고속화철도 추진 등은 소위 올림픽 효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올림픽이 아니더라도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언젠가 이뤄질 사업이기는 했습니다만 시기를 보다 앞당겼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평창 올림픽이 강원도의 경제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문명의 발전 과정에서 보듯이 이제 이 길을 따라 사람과 물자와 자본이 들어올 거예요. 강원도는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갖춰진 교통·항만·항공 등 인프라를 중심으로 올림픽 이후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도는 평창 올림픽의 유산을 바탕으로 신관광 정책 추진하고 있어요.

이를 통해 동북아 물류·관광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고 글로벌 관광·문화 대표 도시로 성장할 계획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강원도는 전국 인구 비율 3%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유동인구 2억 명 이상이 방문하는 곳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첨단 기술 기업을 유치해 4차 산업혁명 선도 지대로 키워 나갈 계획입니다. 연간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률 3% 이상을 달성하는 지역으로 발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2016년 기준 강원도의 GRDP는 2.6%로 전국 평균치인 2.8%에 미달한다).”

-지역 경제를 넘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가요.

“평창 올림픽 유치는 강원도를 넘어 한국의 인지도 상승과도 긴밀한 관계가 있습니다. 즉 올림픽이 비단 강원도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활로를 찾고 있는 대한민국 전체의 경제 활성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은 우리의 경제 수준을 대략 2배 정도로 성장시켰습니다. 이번 평창 올림픽도 이에 상응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대한민국이 재도약하는 일대 전환점이 될 거예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올림픽의 저주’를 우려합니다. 평창 올림픽 효과가 지속 가능할 것이라고 보시는지요.

“‘올림픽의 저주’는 아마 성공했던 몇 개최지만 빼고 다 손실을 본 데서 나온 말일 것입니다. 화려한 경기장과 지나친 상업화 추세도 한몫했을 것이고요. 그런 측면에서 평창 올림픽은 관광과 투자 활성화라는 ‘경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교통망이 획기적으로 개선됐습니다. 도로·철도·항공·크루즈 등의 인프라 확충을 기회로 관광·자본·물류 유입 기반을 마련해 나갈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강원도는 평창 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해 달렸습니다. 강원도의 ‘다음 목표’는 무엇입니까.

“아무래도 올림픽 이후의 강원도는 많이 달라져야겠지요. 그러기 위해 (도민들이) 이 고생을 하며 동계올림픽을 치르는 거잖아요. 2월 이후 강원도는 ‘국제 강원’을 지향해 나갈 계획입니다.

국제 강원은 평창 올림픽이 강원 경제성장의 전환점이 되도록 도정 전반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동계올림픽 시설의 사후 활용 방안에 대해 최적 안을 찾고 올림픽 이후의 ‘신(新)강원’을 여는 밑그림을 그리는 중입니다. 올림픽 후에는 이 목표를 향해 전진해 나갈 예정이죠. 그런 면에서 강원도의 본격적인 발전은 ‘이제부터’입니다.”

-‘국제 강원’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십시오.

“올림픽 이후 생긴 유산을 통해 도정 운영의 큰 축을 ‘올림픽’에서 ‘세계 중심의 신강원’으로 바꾸는 전략입니다. 관광·농업·산업·산림 등 4개 부문에서 핵심 전략을 설정하고 도정 전반을 국제화하는 데 힘쓸 계획입니다.

그리고 아직 타 지역에 비해 부족한 사회간접자본 확충에도 더 힘쓸 계획입니다. 제2경춘국도, 춘천~철원고속도로, 제천~삼척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고 국제 크루즈 기반 시설을 확대하며 양양공항 노선을 다변화할 계획입니다.

평화 올림픽을 통한 남북 관계 개선으로 금강산 관광 재개, 철원평화산업단지 조성, 강원평화특별자치도 설치 등 남북 교류 사업도 차곡차곡 준비해 실행해 나갈 계획입니다.”

-평창 올림픽이 끝나면 6·13 지방선거가 다가옵니다. 도지사님의 거취에 대한 궁금증도 많은데요, 3선에 도전하시나요. 그리고 도민에게는 어떤 도지사로 남고 싶으신지요.

“글쎄요. 당장은 평창 올림픽 성공 개최와 대회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 우선이겠지요. 도지사로서 뭐 색다른 것은 없고 그저 열심히 뛴 도지사, 권위나 힘을 내세우지 않고 이웃집 아저씨같이 늘 곁에서 웃으며 힘을 주는 도지사, 억지로 무엇을 해보려고 하지 않고 그저 물 흐르듯이 같이 있어 주는 도지사 정도면 만족할 것 같습니다.”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