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제 1157호 (2018년 01월 31일)

“최고의 고객서비스는 현장에서 나옵니다”

[인터뷰]
아시아나항공 최초의 승무원 출신 여성 임원 안효경 상무



(사진) 안효경 아시아나항공 캐빈서비스 운영담당 상무./ 서범세 팀장


[한경비즈니스 = 차완용 기자] 1989년 봄, 대학 졸업을 앞둔 안효경 씨의 손에 입사 지원서가 한 장 들려 있었다.

신문에 난 채용 공고를 본 아버지의 권유로 작성한 아시아나항공 캐빈 승무원 공채 3기 입사 지원서다. 적성에 맞을지 걱정도 있었지만 일반 직장을 다니는 것보다 재미있을 것 같아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로부터 몇 개월 뒤 그는 올림머리를 한 채 김포국제공항에 모습을 보였다. 첫 비행 근무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캐리어를 든 손은 땀으로 흥건했다. 비행기가 어떻게 이착륙했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지만 어찌됐든 무사히 첫 비행 근무를 마쳤다.

아시아나항공 최초 승무원 출신 임원의 입사와 첫 비행 근무는 이렇게 시작됐다. 어느덧 28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 그는 ‘캐빈서비스 운영담당 상무’로 불리고 있다. 올해 1월 1일 발령과 함께 강서구 오정로 아시아나타운에 자신만의 사무실도 갖게 됐다.

그런데 안효경 상무는 틈만 나면 사무실 밖으로 나가 승무원 대기실로 향한다. 출근도 새벽같이 해 사무실이 아닌 승무원 대기실에서 한참을 보낸다. 비행 근무에 나가는 후배들의 얼굴을 보고 ‘수고해’라는 말 한마디를 전하기 위해서다.

안 상무는 임원 승진 후 아쉬운 점이 딱 하나 있다. 바로 ‘비행 근무를 못 서는 것’이다. 임원 승진 이전 승무원 출신 최초로 여성 팀장 발령을 받은 2014년부터 지금까지 비행 근무를 못해 몸이 근질근질하다.

24년간 몸에 밴 비행 근무가 좀처럼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 그리움 때문인지 안 상무는 하루에도 몇 번씩 승무원 대기실로 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출신 ‘최초의 팀장’, ‘최초의 임원’이라는 역사를 써 가고 있는 안 상무를 1월 24일 만났다.



Q. 임원 승진을 축하드립니다.
“‘캐빈 승무원 출신의 최초 여성 임원’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부담감이 매우 큽니다. 제가 후배들의 거울이 될 수 있고 제가 잘해야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처음 며칠간은 잠도 제대로 못 잤습니다.”

Q. 승진 후 바뀐 점이 많을 것 같습니다.
“부서를 맡고 있던 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조직의 한 부문을 맡는 임원으로서의 책임감은 상당히 다른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주어진 업무 중심으로 구성원의 역량을 보면서 성과를 내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부문의 방향성을 고려하면서 효율성도 함께 키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Q. 어떤 목표를 갖고 있습니까.
“서비스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소중한 자산이고 우수한 서비스는 시스템만으로는 갖춰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핵심은 기업 문화와 구성원들 간의 조화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어떤 항공사보다 훌륭한 캐빈 서비스의 명성과 평판을 계승할 수 있도록 현장을 최우선시할 것입니다.”

Q. 성격이 깐깐한 편일 것 같은데요.
“실제로는 매우 털털합니다. 친구들은 ‘된장찌개’ 같다는 소리도 많이 하고요. 또 은근 유머도 많은 편입니다. 성격은 화끈하긴 한데 뒤끝이 없는 편입니다. 특히 세대·직원 간 소통에서는 자신 있습니다. 그런데 좀 강한 측면도 있어 옳다고 생각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밀어붙입니다.”

Q. 일과 가정은 어떻게 관리하셨나요.
“일과 가정 그리고 육아에서 크게 어렵거나 부담감을 갖지 않았습니다. 여성으로 일하는 데 크게 불편 사항이 없을 정도로 출산·육아휴직·복직제도 등 회사 자체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었고요. 또한 남편의 외조도 지금의 제가 있게 만들어 줬습니다. 연애를 오래하고 결혼했는데 제 일에 대한 이해나 조언 그리고 응원을 많이 해줬습니다.”

Q. 상무님이 나름대로 세우신 원칙이 있을 텐데요.
“오래도록 지켜 온 원칙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상대방의 눈을 보면서 칭찬하자’입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도 있듯이 제 칭찬을 통해 상대방이 성장하는 과정을 보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는 ‘귀를 열고 많이 듣자’입니다. 입이 한 개, 귀가 두 개인 이유가 있다고 하죠. 그래서 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급적 많이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캐빈 승무원 공채 3기인데, 아직 선배들이나 동기들이 근무 중이신가요.
“그럼요. 현장에 아직 선배님도 있고 동기들도 일하고 있습니다. 선배는 3분이 있고 동기는 저를 포함해 14명입니다. 이들 중 일부는 아직도 세계 곳곳 하늘을 누비며 안전과 서비스를 책임지는 현장의 수장으로 비행하고 있습니다. 선배와 동료 모두 같이 동고동락하면서 가족같이 지내 온 제게는 소중한 분들입니다. 이분들은 앞으로 제게 많은 힘이 돼 줄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선배들의 경험이 후배들에게 전수될 수 있도록 제가 가교 역할을 해야죠.”

Q. 딸이 둘인데, 승무원이 되겠다고 하면 추천하시겠습니까.
“예. 당연하죠. 여성으로서 캐빈 승무원만큼 좋은 직업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제게는 최고의 직업입니다. 하지만 딸아이는 생각이 다른 것 같아요. 첫애가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데, 승무원과 관련된 학과에 가지 않더라고요. 좀 아쉽긴 한데 나중에 마음이 바뀔 수 있지 않을까요. 그때 딸이 승무원을 한다면 적극적으로 추천할 것입니다.”

Q. 일하는 여성들 혹은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정할 때는 자신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먼저 채워질 수 있도록 우선순위를 정한 후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만 조금 더 일찍 꿈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자신의 가치를 올리기 위한 계획을 지금부터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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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8-01-3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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