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운주 한국도시광산협회 회장 “희소금속 안정적 확보는 도시 광산이 활성화돼야 가능”
“도시 광산을 ‘순환 자원’으로 인정해야”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매년 국내에서 버려지는 폐휴대전화는 2000만 대에 이른다. 이렇게 제 몫을 다한 후 ‘장렬히 전사한’ 폐전자 기기에는 귀한 보물이 숨어 있다.

‘도시 광산’은 이 보물을 찾는 일을 하는 사업이다. 1톤의 폐휴대전화에서 약 400g의 금을 채취할 수 있다.

최근 일부 광물의 몸값이 급등하며 도시 광산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염운주 한국도시광산협회 회장은 “지금이야말로 도시 광산을 육성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도시광산업계가 변곡점을 맞이했습니다.

“코발트를 비롯한 희소금속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도시 광산 육성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신산업의 핵심 원료로 희소금속이 필요한 대기업도 도시 광산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며 주목하고 있습니다.

세계 국가들은 이미 도시 광산에 필요한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경쟁에 돌입했죠. 하지만 국내 도시 광산업은 갈 길이 멉니다. 2018년 2월 전국의 도시 광산업체는 약 920곳으로 추산됩니다. 이 중 150곳의 업체들만이 사업 성과를 내고 있죠. 나머지 업체들은 상당히 규모가 영세합니다.”

▶도시 광산 기업에도 종류가 있을 텐데요.

“우선 ‘폐촉매·리튬·전자폐기물·분석’ 등 네 가지 분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분류한 이유는 도시 광산 중에서도 수요가 뚜렷한 업종이기 때문이죠.

폐촉매는 전통적으로 수요가 많은 백금 함유량이 높습니다. 리튬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리튬이온배터리의 원료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재료죠. 폐전자 기기를 다루는 기업은 재료가 풍부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분석은 재료 안에 얼마만큼의 광물이 담겨 있는지 파악하는 것으로 도시 광산의 기본이 됩니다.”

▶도시 광산이 자원 확보에 정답이 될 수 있을까요.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금도 국내 산업계의 금속 수요 중 무려 20%를 도시 광산 기업들이 공급하고 있습니다. 효율성도 높죠. 금광석 1톤에서 뽑아낼 수 있는 금의 양이 5g인 반면 1톤의 폐휴대전화에서는 400g의 금을 생산해 낼 수 있습니다.

도시 광산이 활성화돼 자원 확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지금보다 높아진다면 가격 변동 폭이 심한 희소금속의 안정적 확보가 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도시 광산의 자원을 ‘폐기물’로 바라보는 편견은 여전합니다.

“도시 광산에 사용되는 자원은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정의 부산물과 수명이 다한 전자기기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광물을 뽑아낼 수 있는 이 재료들을 ‘폐기물’로 취급하는 것은 업계 발전을 막는 가장 큰 문제죠.

도시 광산 분야의 선진국인 일본은 유가로 거래되는 폐자재를 ‘자원’으로 취급합니다. 반면 한국의 법은 여전히 폐기물로 분류하죠. ‘폐기물’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면 자원 보관부터 사업장 설립까지 많은 어려움이 따라와요. 처리 비용이 비쌀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사업장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수출입도 어려워요. 도시 광산에 사용되는 재료들이 폐기물로 분류되면 수출입 시 그 재료들이 유해하지 않다는 것을 기업이 직접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죠. 2000년대 들어 대기업이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과 동남아로 생산 기지를 옮겼는데 여기서도 대규모의 공정 부산물이 나와요.

이를 수입하면 재료가 넘쳐날 텐데 정작 국내로 가져오지 못하고 있어요. 협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사와 협력해 ‘컬렉트센터(가칭)’를 세우는 방안을 논의 중이에요. 이 센터는 해외에 있는 한국 기업들의 공정 부산물을 한 번에 모아 국내로 가져오는 일을 할 것입니다. 국부 유출을 막는 셈이죠.”

▶도시 광산을 통해 확보한 자원들은 어떠한 경로로 보관되나요.

“지금은 민간 기업이 생산한 자원을 기업의 야적장에서 제각각 보관하고 있습니다. 도시 광산으로 확보한 광물이 자원으로 분류되지 않아 정부 차원에서 이를 비축하거나 관리하는 시스템이 전무할 수밖에 없죠.

협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광물자원공사와 꾸준히 이야기를 나눠 왔습니다. 광물자원공사에서도 이 문제를 인식했고 공사법 개정을 통해 도시 광산에서 확보한 자원을 정부 차원에서 비축하고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 중입니다.”

▶세계적으로 ‘분쟁 광물’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엄격한 규제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협회 또한 회원사에 도움을 준다고요.

“세계 정보기술(IT) 기업의 연합인 미국의 RBA는 산하기관 RMI를 통해 분쟁 광물 사용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이 기관은 광물 제련소에 분쟁 광물을 쓰지 않았다는 인증을 받을 것을 요구합니다.

이 인증 프로그램을 RMAP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국내 도시 광산 기업들은 규모가 크지 않고 인력도 부족해 인증받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죠. 우리 협회는 RMI와의 제휴를 통해 회원사가 RMAP 인증을 받는 것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초기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5000만~1만 달러의 비용을 신청 기업에서 부담해야 하지만 협회를 통하면 무료입니다. 또 기업이 직접 신청하면 인증을 1년마다 갱신해야 하지만 협회와 함께한다면 조건 없이 갱신 기간도 3년으로 늘어납니다.”

▶업계 앞에 놓인 가장 큰 해결 과제는 무엇인가요.

“우리의 숙원은 도시 광산의 법제화입니다. 안타깝게도 현행법에서는 ‘도시 광산’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법 안에 도시 광산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생긴다면 순환 자원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다행스럽게 정부도 도시 광산 법제화에 관한 필요성을 인식해 업계와 교감 중입니다. 차차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mjlee@hankyung.com

염운주 한국도시광산협회 회장 약력 : 1987년 연세대 사회학과 졸업. 2012년 동반성장연구소 사무총장. 2012년 헨젤리사이클링코리아 대표(현). 2016년 한국도시광산협회 회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