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대표, "리스크 관리 역량 키우려면 '책임추궁 제도' 보다 완화돼야"
“100억 벌어도 1억 손해에 책임추궁…누가 남으려 하겠나”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일명 ‘부도 박사’로 유명한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대표는 1980년 한양투자금융에 입사한 이후 동아투자금융과 국민생명보험(현 미래에셋생명) 등의 금융회사를 두루 거친 리스크 관리 분야 전문가다.

이 대표는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현재의 책임추궁 제도가 보다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은행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은 어떠한가요.

“외환위기 이후 뼈를 깎는 자구책으로 지금은 해외 유수의 은행들보다 더 나은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요. 하지만 리스크 관리의 핵심은 사람입니다. 인사가 잘되면 리스크 관리가 성공한 것이고 인사가 못되면 리스크 관리는 실패했다고 봐야 합니다."

▶주요 은행의 인사는 어떻게 평가하나요.

“지금은 주요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전문가를 두루 등용했지만 여전히 리스크 관리 담당 전문가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리스크담당 부서가 기피 부서이기 때문이죠. 리스크 관리가 기피 부서가 된 것은 지금까지 은행이 계속 시행착오를 겪는 원인 중 하나였어요. 하지만 최근 들어 변화의 흐름이 보입니다. KB국민·우리·NH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이 리스크 관리 및 여신 부분 임원들을 대대적으로 승진 내지 중용했어요.”

▶앞으로 개선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리스크는 실패를 안고 있는 것입니다. 리스크를 제로화하는 것이지 제로가 될 수는 없죠. 그런데 가령 100억원을 벌려다가 1억원이 물리면 책임추궁을 당합니다. 리스크 부서가 아니면 그럴 일이 생길 여지가 적어지니까 심사 부서 같은 곳을 가려고 하지 않는 거죠. 한푼도 벌지 않고 한푼도 물리지 않은 사람은 오히려 살아남는 이상한 구조인 거예요. 쉽게 말해 효자는 떠나고 불효자만 살아남는 겁니다. 너무 과도한 책임추궁을 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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