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제 1176호 (2018년 06월 13일)

“건설업 ‘주 52시간’ 똑같은 기준 적용은 무리”

서명교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원장 인터뷰
-"남북 경협, 남북 합작 건설사 설립 필요"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최근 산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노동시간 단축’ 문제다.

7월부터 상시노동자 300인 이상인 기업의 노동시간이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게 되면서 대책 마련에 급급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고민에 빠진 것은 단연 건설업계다. 여러 가지 문제들이 실타래같이 얽히고설켜 풀어내기가 쉽지 않다.

서명교(59)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원장 역시 이런 부분을 걱정했다. 건설정책연구원은 건설업계의 권익과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기 위한 연구 활동을 펼치는 업계 최고의 싱크탱크 중 하나다.

그는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하는 방향성 자체는 동의하지만 기후 등 외부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 건설 산업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하나나나 들춰본 뒤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 52시간 도입으로 건설업계에서 예상되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입니까.


“생산성 악화가 가장 큰 걱정입니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무직 직원들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고 근무가 가능하죠. 하지만 건설업은 달라요. 너무 춥거나 더워도 작업을 하지 못하고 비가 와도 마찬가지예요. 외부 환경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얘기죠.

그러다 보니 똑같은 기준으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해서는 생산성이 정상적으로 나타날 수 없습니다.

숙련자들이 부족해지는 것도 생산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거예요. 숙련된 인력이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이를 대체할 인력이 필요한데 사실 그런 인력들은 충분하지 않거든요.”

-당장은 상시노동자 300인 이상인 건설사만 영향을 받는데요.

“2020년까지 노동시간 단축을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한다는 게 정부 방침입니다. 다만 건설업계는 현장과의 미스매치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요.

건설사는 근로기준법상 상시노동자 수를 한 달 전 현장을 기준으로 투입된 인력을 기준으로 계산하도록 하고 있어요. 실제 본사 인력은 50인 정도에 불과하더라고 현장 인력까지 합쳐 계산하면 이를 적용받게 되는 ‘상시노동자 300인 이상 기업’이 많이 나올 수 있어요.

또 건설업은 원도급을 받아 하도급을 주는 구조인 것도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원도급 업체가 300인 이상 기업이라고 가정해 보죠. 일을 하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일을 멈춰야 하는데 이때 밑에 있는 노동자 300인 이하 하도급 업체 또한 같이 일을 멈출 수밖에 없어요.

원도급 업체가 현장에서 측량은 물론 수시로 품질관리를 하기 때문에 하도급 업체가 혼자 일하기가 어렵습니다.

즉 규모가 작아 주 52시간 적용을 받지 않는 하도급 업체들도 실질적으로는 적용을 받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는 셈이죠. 생각보다 많은 업체들이 여기에 해당될 것입니다.

이처럼 노동시간 단축으로 건설업계에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좀 더 논의해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52시간 근무제의 긍정적인 효과는 없습니까.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일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노동시간을 줄이고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하는 방향은 매우 바람직합니다.

그런데 저녁이 있는 삶도 돈이 있어야 누릴 수 있겠죠. 노동시간 단축 제도라는 게 기본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이고 임금을 보전해 주겠다는 게 암묵적으로 들어가 있는 것인데 건설업계의 실상은 다릅니다.

현장 노동자들은 현재 시간 단위로 소득을 계산하고 있어요. 일을 많이 못하게 되면 그만큼 소득도 줄어들게 되는 셈이죠. 공공 부문은 정부가 해당 비용을 보전해 주겠다며 준비에 착수했지만 민간 부문에서는 아직 얘기가 없어요.

한국 건설 시장 현황은 공공 부문이 20%에 불과하고 민간이 80%입니다. 대부분의 현장 노동자들의 임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죠. 물론 노동시간 단축이 장기간 노동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데 있어서만큼은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건설 경기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갈수록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우선 건설업계가 정부 예산에 많이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지속적으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죠. 이미 올해도 14% 정도 감소했어요.

또 부동산 경기, 대표적으로 주택 경기가 작년부터 서서히 하강 추세에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에요. 금리 인상 압박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죠. 현재까지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지 않고 있지만 미국이 계속해 금리를 인상하는 추세인 만큼 계속 동결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을 겁니다.

금리 인상은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건설업계의 경기변동에 영향을 주는 핵심 요인이죠. 조만간 침체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남북 경협이 급물살을 타면서 건설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는데요.

“남북 경협은 SOC 분야와 개성공단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이 가능해요. SOC 분야에서는 철도·도로의 연결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도 재가동되면 시설 개·보수 등이 필요한 만큼 건설업계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죠.

다만 아직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남아있기 때문에 건설업계는 향후 북·미 회담 등을 지켜보며 사전에 철저히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남북의 경우 시설 규정이 다른데 그런 제도적 측면을 어떻게 통합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가장 좋은 대안으로 남북의 합작 건설 기업 설립을 제안하고 싶어요. 이를 통해 한국의 건설 기술이전과 표준화 작업을 이행해 남북 건설 산업의 발전이 함께 이뤄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서명교 원장 약력
1959년생. 한양대 건축학과 졸업. 1983년 기술고시 18회 합격. 2010년 국토해양부 국토정보정책관. 2013년 국토교통부 서울지방 국토관리청장. 2014년 국토교통부 수자원정책 국장. 2016년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원장(현).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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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8-06-1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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