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제 1181호 (2018년 07월 18일)

‘취임 100일’ 김광현 창업진흥원장, "잘 키운 스타트업이 일자리 만든다"

-“창업지원, 공급자 시각에서 벗어날 것”

약력: 1960년생. 1995년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2010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2015년 은행권청년창업재단 상임이사 겸 디캠프 센터장. 2018년 4월 제4대 창업진흥원 원장(현).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닉네임은 ‘광파리’. 트위터 팔로워 수는 42만5451명.

본명보다 필명으로 유명한 김광현 창업진흥원 원장은 한때 정보기술(IT) 전문기자로 유명세를 치렀던 스타 기자 출신이다. 그런 그가 창업 생태계 지원을 위한 ‘대한민국 창업 선봉대’로 고군분투 중이다.

2015년 28년간의 기자 생활을 접고 은행권청년창업재단 상임이사 겸 디캠프(D.CAMP) 센터장을 맡아 활약했던 김 원장은 지난 4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창업진흥 전담 조직인 창업진흥원 원장에 임명됐다. 

최초의 민간 출신 창업진흥원장인 그의 비전은 뚜렷하다. 민간 벤처·창업계에서 경험한 변화와 혁신을 정부에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제대로 해내겠다는 것이다.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창업을 통한 산업 경쟁력 회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시기, 취임 100일을 맞은 김광현 원장을 서울 마포구의 서울창업허브에서 7월 6일 만났다.

-최초의 민간 출신 창업진흥원장이 된 소감은.

“28년간 기자로 일하고 3년간 디캠프 센터장을 맡으면서 창업진흥원(이하 창진원)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 중 몇몇은 창진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부정적인 이야기들도 상당히 많았다. 

디캠프에 있으면서 민간 부문에서 혁신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체험했다. 이런 조직 문화가 ‘그들만의 리그’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창업계의 혁신적인 열기가 공공 부문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느꼈다. 그렇게 하려면 누군가가 나서 민간과 정부의 가교 역할을 해야 했다. 공공 부문을 혁신해 보자는 생각으로 도전에 나섰다.” 

-원장 취임 후 3개월이 흘렀다. 그간 무슨 일을 했나. 

“창진원이 무엇을 잘하는지, 또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면밀히 관찰했다. 창진원 직원들은 정부의 세금을 꼼꼼하게 집행해 허튼 곳에 돈이 새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을 매우 잘한다. 정부 정책을 정확하게 집행하는 것이 창진원의 임무라면 90점 이상의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창진원의 임무가 ‘정부 정책을 잘 집행하는 것이냐’고 물었을 때 내 대답은 ‘아니오’다. 창진원의 책무는 창업 생태계에 도움을 줌으로써 창업을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목표라면 지금 창진원의 점수는 90점 이하라고 생각한다. 

창진원은 상당히 많은 업무를 정확하게 하려고 노력한다는 강점이 있지만 창업자가 원하는 바를 제대로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 

정부 지원이 창업자에게 적합하게 또 효율적인 과정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창진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 앞으로 많은 부분을 바꿔 나갈 계획이다.”

-취임 후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혁신의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창진원 직원들이 나를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부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창진원의 소통은 세 방향에서 이뤄져야 한다. 

우선 내부 임직원 간 소통이다. 그리고 창진원과 창업자를 연결하는 주관 기관과 창업자 등 창업계와의 소통도 필요하다. 이들이 우리에게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불만을 정확하게 끄집어내 지원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창업 정책을 만드는 정부 기관(중소벤처기업부)과의 소통을 잘해야 한다. 

즉 창업계와의 소통으로 정책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내부에서 이를 논의해 해당 의견을 정책 당국에 제시함으로써 보다 좋은 창업 지원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 세 가지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져야만 혁신의 피가 제대로 흐를 수 있다.”

-원장만의 남다른 소통 방식이 있나.

“직원들은 내게 언제든지 ‘노(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위에서 지시하고 이를 그대로 실행하는 조직은 이미 죽은 조직이다. 

그래서 가장 먼저 넥타이부터 풀었다. 또 직원들과의 도시락 미팅도 1주일에 한 번 갖고 있다. 각 부서의 직원 4~8명과 소규모 단위로 둘러앉아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궁금한 것을 물어보기도 하고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애로 사항도 청취한다. 격식을 파괴하니까 처음에는 굳은 표정이었던 직원들도 이제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매달 전 직원이 모이는 월례 회의 방식도 바꿨다. 기존에는 교장선생의 훈화 말씀처럼 원장이 말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그렇게 하는 게 싫었다. 취임식 이후 7월까지 세 차례에 걸친 월례 조회에서 프레젠테이션 방식으로 발표했다. 

하반기에는 창업자와 주관 기관과의 소통을 보다 강화할 계획이다. 보다 많은 미팅을 통해 이들이 원하는 바를 지원 정책 과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김광현(왼쪽 둘째) 창업진흥원장과 직원들이 도시락 미팅 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서범세 기자



-취임 당시 ‘창업 선봉대’ 역할을 자처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창진원장으로서 크게 세 가지를 제시했다. 먼저 창업 지원 정책이 공급자 위주가 아닌 창업계가 원하는 수요자 위주의 정책이 될 수 있도록 개선하는 작업을 3년간 할 계획이다. 

다만 공공 부문이다 보니 정부 정책과 예산 반영에 시간이 좀 오래 걸린다. 얼마가 걸리더라도 개선 작업을 포기하지 않을 테니 창업계에서 기다려줬으면 좋겠다. 

둘째는 우리가 정부와 민간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창업계의 현상을 정확히 반영해 정말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있도록 싱크탱크 역할을 제대로 해내겠다. 

마지막으로 자랑스러운 창진원 문화를 만들고 싶다. 조직 문화는 조직원들의 말과 행동, 일하는 방식 모든 것이 포함된 총체적인 것이다. 그 하나하나를 멋진 방향으로 바꾸려고 한다. 그렇게 3년 임기가 끝나면 직원들에게 박수 받으며 떠나고 싶다. 그게 내 3년의 목표다.”

-창업 지원 방식과 절차를 어떻게 개선할 계획인가.

“그동안의 창업 지원 방식과 절차는 공급자 위주였다고 판단한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우리가 하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하나씩 들여다보고 개선할 예정이다. 

예컨대 창업자들은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오프라인에서 40시간의 의무교육을 받아야 한다. 만일 교육 내용이 형편없으면 휴대전화만 들여다보다가 간다. 한시가 바쁜 창업자들에게 상당한 시간 낭비다. 

창진원에는 ‘창업에듀’라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 있다. 중기부와 협의해 양질의 콘텐츠로 플랫폼을 개선해 40시간의 의무교육을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 또한 재미가 없다. 온라인 교육을 전제로 오프라인에서 만나 토론하고 네트워킹하는 실용적인 방식으로 오프라인 교육도 점차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기존에 잘하고 있는 사업은 강화하고 부족한 사업은 개선하려고 한다. 현재 진행 중인 ‘창업선도대학’ 프로그램은 내년에 창업가들의 의견을 녹여낸 ‘시즌2’를 운영할 예정이다.” 

-또 다른 프로젝트가 있다면.

“창진원에는 창업 기업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프로그램들이 많다. 해외 전시에 스타트업이 참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창업도약패키지)은 물론 해외 액셀러레이터와 연계해 시장 진출을 타진해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팁스프로젝트)도 있다. 

앞으로도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지원 사업은 중기부와 협의해 보다 강화할 계획이다.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스타트업들은 굉장히 많지만 민간 스타트업이 자기자본을 갖고 해외 진출을 도모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정부에서 일정 부분 자금을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창업이 국정 최우선 과제로 등장했다. 창업은 왜 중요한가.  

“지금은 창업을 통해 혁신하지 않으면 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는 시대다. 전 세계적으로 창업 경쟁이 불붙고 있다. 덩치가 커진 대기업들은 내부 혁신에 한계가 있다. 이들이 혁신하려면 외부의 혁신 에너지를 끌고 들어와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을 내놓아야 한다. 애플·구글·페이스북도 그렇게 하고 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혁신 협업(컬래버레이션) 여부에 따라 산업 경쟁력이 달라진다. 중국의 위협으로 한국의 제조업이 위험에 처해있는데 이러한 협업으로 기존 제조업과 서비스의 혁신적인 탈바꿈이 필수적이다. 그렇게 해야만 기업의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고 더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창업으로 고용 효과가 있나.

“각종 통계를 보면 (기술)창업 지원을 통한 고용 창출 효과는 분명하다. 다만 효과를 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창업자들은 적은 인력으로 버티다가 사업의 가능성을 확인한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인원을 늘린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올해 임직원이 1000명을 돌파했다. 스타트업 하나가 제대로 성장하면 7~8년 후에는 1000명이 넘는 고용을 창출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창업 생태계 선순환’을 강조한다. 지금의 ‘K생태계’는 어떠한가. 

“2000년 벤처 붐의 거품이 꺼지고 나서는 ‘창업 암흑기’라고 할 정도로 창업이 안됐다. 창업하면 패가망신한다고 다들 꺼리는 사이 우리의 성장 동력은 계속 약해져 갔다. 젊은이들은 대기업 입사가 아니면 공무원이 되려고 했다. 그러다가 정부 지원과 민간의 힘으로 창업 생태계에 많은 플레이어들이 등장했다. 창업 지원 공간도 생겼고 모태펀드를 통해 투자 생태계 활성화에 힘을 기울이다 보니 지금은 투자 생태계가 많이 활성화됐다. 스타일난다·비바퍼블리카·블루홀과 같은 성공 사례도 많이 나왔다. 지금의 선순환 구조는 약 70~80% 정도 완성됐다고 본다.”

-현장에서는 규제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스타트업이 많다. 

“사실 창업에서 규제 논란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전 세계 창업가
들이 모두 겪고 있는 문제다. 그러나 기존 잣대를 들이대면 혁신은 불가능하다. 기술 창업은 아예 하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다. ‘규제 프리존’과 같은 풍토를 조성해 혁신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줘야 하는 이유다. 

국회도 이런 부분에 공감대를 갖고 관련 법안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   

-‘융자 창업’에서 ‘투자 창업’으로 시대적 변화가 가능한가.

“과거 창업가들은 자기자본이 있거나 은행으로부터 융자를 받아야만 창업할 수 있었다. 그만큼 창업에 따른 위험부담이 컸다. 지금은 창업 생태계가 많이 풍부해져 융자가 아닌 투자를 받아 창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별로 2~3번 투자를 받으면 데스밸리를 넘는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 올해만 해도 데스밸리를 넘어 대박을 낸 성공 사례들이 많았다. 

여성 의류 쇼핑몰인 스타일난다는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 로레알에 지분 100%를 약 5700억원 정도(추정치)에 매각했고 게임업체 블루홀도 어려운 사업 환경에서 중국 텐센트를 비롯한 벤처캐피털(VC)들로부터 6000억원대 투자를 이끌어 냈다. 

이런 게 바로 ‘유니콘(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지칭)’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잘하면 ‘데카콘(기업 가치가 10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을 지칭)’도 될 수 있다. ‘투자 창업’ 생태계가 풍성해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퍼주기’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조건 지원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창업 지원 정책에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디캠프 센터장 3년 기간에도 이 고민은 항상 따라다녔다.

어디까지 우리가 도와주고 언제 손을 빼야 할까. 창업 지원 정책도 마찬가지다. 창업 생태계와 교류하면서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민간에서 충분히 잘하고 있는 부분에 굳이 정부가 나설 필요는 없다. 민간 영역에선 힘을 빼고 민간에서 하기 어려운 부분에서는 정부가 힘을 더 실어줘야 한다. 

자기 부담금도 점차 높여야 한다. 100% 지원 받다가 나중에 지원이 사라졌을 때 충격이 클 수 있으므로 예방주사를 놓듯이 성장 단계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화해야 한다.

‘불공정’ 문제도 있을 수 있다. 비슷한 업을 함에도 지원 유무에 따라 경쟁의 출발이 달라진다. 다방면에서 면밀한 고민이 필요하다.”

-앞으로 창업 생태계는 어떻게 달라질까.

“이제는 은행 융자를 받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본다. 창업 리스크도 적어졌고 창업 문턱도 낮아졌다. 

더욱이 최근 3~4년 사이에 창업 지원 역할에 미진했던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발을 들여놓고 있다. 예전에는 정부 정책과 사회적 원성에 마지못해 참여했다면 최근에는 기업형 벤처 캐피털(CVC)도 만들고 직접 액셀러레이터도 한다. 

대기업의 투자 인수가 활발해지기 위해서는 그들이 탐낼 만한 스타트업들이 많이 생겨야 한다. 

이렇게 창업 생태계에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면 정부는 민간이 잘하는 영역에서 점차 힘을 빼면 된다. 창진원을 비롯해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보다 멋진 모습이 완성되지 않을까 싶다.”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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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8-07-1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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