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지훈 BCG 건설담당 파트너 인터뷰
- “현지 인력·자재 공급 시스템 만들어 가격 경쟁력 확보해야”
“위기의 건설업…먹거리는 해외 플랜트밖에 없다”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현재 국내 건설산업은 한마디로 ‘내우외환’이다. 국내는 경기 침체와 함께 찾아온 주택·사회간접자본(SOC) 부문 위축, 해외는 경쟁력 저하에 따른 수주 절벽 위기에 고전 중이다.

수많은 건설사들이 생존을 위한 방법을 찾고 있지만 당장 마땅한 묘수는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장 현실적이면서 근본적인 건설산업의 활로를 찾기 위해선 국내보다 해외에서 동력을 찾아야 하지만 내세울 만한 경쟁력이 없다.

해외 건설산업의 가치사슬 중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시공 부문에 한국 건설사들의 경쟁력이 주춤하는 사이 중국·인도·터키 등을 비롯한 후발 주자들에게 추격의 빌미를 제공하면서 먹거리를 빼앗기고 있다.

위기에 빠진 한국 건설사의 경쟁력을 찾기 위해 지난 10월 29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강지훈 파트너(건설 산업 담당)를 만나 비즈니스 전략 관점에서 본 한국 건설사의 경쟁력을 진단받고 어떠한 준비가 필요한지 물었다.

▶ 최근 건설 경기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2013년 이전으로 회귀됐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은 아니고 징후는 3년 전부터 있었어요. 일단 최근 몇 년간의 건설 경기 호황은 국내 주택, 그중에서도 재건축 사업이 시장을 견인해 왔습니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한계에 다다르게 됐죠. 지방은 살 사람이 없어 미분양이 넘치고 서울은 사람이 넘치니 집값이 폭등하고요. 그런데 수요가 있어도 서울에는 더 이상 집을 지을 수 없어요. 이제 건설산업을 이끌던 주택 사업의 일거리가 떨어진 셈이죠. 아마도 내년보다 내후년, 내후년보다 그다음 해가 더 어려울 겁니다.”

▶ 건설사들의 실적을 보면 올해 무척 좋은데요.
“지금 실적은 2~3년 전 수주했던 국내 주택 사업 물량을 소화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3년간 건설사들이 국내 주택 매출로 성장했던 게 20~30%씩인데 이제는 수주해 놓은 물량이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의 건설사 실적이 앞으로 몇 년간 지속적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 주택 사업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입니다. 총체적인 위기입니다. 건설산업은 주택 사업 외에도 SOC와 해외 건설 부문이 높은 비율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이들 큰 줄기의 사업들이 제대로 진행되는 게 없습니다. SOC는 투자가 줄어들고 해외 건설은 수년 전부터 수주가 급감하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더스트리4.0 정책이 펼쳐지는 공장·시설·물류 등이 건설산업에서 성장하고 있는 섹터인데 비율이 별로 높지 않습니다.”

▶ 건설산업을 살리기 위한 해법은 있나요.
“결국 해외에서 먹거리를 찾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물론 해외도 녹록한 상황은 아니지요. 일단 해외 건설은 분야를 쪼개 접근해야 하는데 크게 건축·토목·플랜트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중 건축이나 토목은 먹거리가 크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건축이나 토목산업을 자국의 경기 부양을 위해 자국의 국내 기업들에 맡깁니다. 갈수록 로컬 비즈니스가 강해지고 있죠. 해답은 플랜트에서 찾아야 합니다.”

▶ 플랜트 분야도 치열하지 않나요.
“물론 치열하죠. 플랜트 분야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한국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습니다. 중동 쪽 발주 물량이 많은 화학공업(화공) 플랜트는 유가와 연관이 있다 보니 물량이 들쭉날쭉해요. 최근 몇 년간은 저유가 기조로 화공 플랜트에 대한 발주가 많이 취소되거나 지연됐습니다. 발주가 지연된 상황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수주가 줄어들게 되고 저가 수주에 따른 손실을 보게 되는 등 문제가 발생했지요. 전력과 관련된 플랜트도 있는데 이쪽은 이미 중국이 거의 시장을 점령하다시피 했습니다. 가격 경쟁력에서 이미 한국 건설사들이 밀린 상황입니다. 신재생 사업 분야 시장 역시 배타적입니다. 기술력이 높은 산업이 아니다 보니 자국 기업 중심으로 사업이 많이 전개되죠.”

▶ 결국 플랜트도 먹거리가 없는 것 아닌가요.
“아닙니다. 경쟁력을 만들어야죠.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는 기술력이죠. 플랜트 분야는 중동 외에 북미나 유럽 시장도 큽니다. 하지만 한국 건설사들이 이들 지역에 진출하지 못한 이유는 결국 기술력의 한계 때문입니다. 기술력을 키워 신시장을 노리는 것입니다.
둘째는 가성비를 높이는 것입니다. 우리가 처음 중동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 기업의 가성비 때문입니다. 과거 소수의 유럽이나 미국계 사업자들에게 휘둘렸던 중동 사업자들에게는 근면 성실하면서 가격 경쟁력도 있고 그들의 대항마로 내세울 수 있는 ‘메기 효과’로서 한국 건설사들이 최적이었던 것이죠. 하지만 현재 이 자리를 중국·인도·터키 등의 신진 사업자들에게 빼앗기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기술력을 갖춘 유럽 사업자들까지 가성비를 갖추고 중동으로 진출하고 있고요.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어떻게 한국보다 기술력이 좋은 유럽 건설사들이 가성비까지 갖추게 된 것일까’라는 것이죠. 이는 바로 시스템 제도화에 있습니다.”

▶ 시스템 제도화라는 것이 무엇인가요.
“좀 복잡한데요, 아주 간단히 예를 들면 현지에 있는 하청업체를 쓰고 현지에서 자재를 조달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제도를 만드는 것입니다. 현재 한국의 건설사 대부분은 에코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에코 시스템은 하청업체와 자재 공급을 국내 사업자로 꾸려 현지에서 공사를 진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다 보니 국내 사업자로서는 사업을 추진하기 편하지만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게 된 것이죠. 한국 건설사보다 앞선 기술을 갖춘 스페인의 테크니카스 리퍼블리카(TR)는 현지 하도급사와 계약함으로써 계약 구도에서도 경쟁력 있는 시스템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TR 외에도 유럽의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자 대부분이 중동에 진출할 때 이러한 시스템을 제도화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 이 시스템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나요.
“자재나 인력의 현지화만 하더라도 원가의 10%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런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려면 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이 시스템이 꼭 필요합니다. 또한 여기에 더해 공사 진행 중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보완 활동을 선제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만 갖춘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 국내 건설사 중 이런 시스템을 준비 중인 곳이 있나요.
“해외 건설에 진출해 있는 대형 건설사들은 대부분 현지화에 대한 고민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시스템을 못 만들고 있어요. 물론 일부 건설사들은 상당한 진전을 보이기도 합니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7호(2018.11.05 ~ 2018.11.1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