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도흠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국산화 통해 역수출한 경험 전한다"


[한경 비즈니스 = 이현주 기자 ] 국내 승강기의 ‘국산화’에서 ‘선진화’, ‘지능화’까지 산업 발전의 역사와 궤를 같이했다. 일본에 기술을 의존하던 데서 신기술을 적용한 엘리베이터를 개발해 역으로 수출하는 쾌거를 올렸다. 그 공을 인정받아 2010년 국내 승강기 도입 100주년을 맞아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국내 최초 승강기 기사 관련 서적을 출간해 베스트셀러 저자로도 이름을 알렸다. 올해부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로 미래의 승강기 주역들에게 현장 노하우를 전하는 데 팔을 걷어붙일 계획이다. 엘리베이터 한길을 35년째 걷고 있는 이도흠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를 만났다.
“엘리베이터 한길 35년, 기술 전수에 주력할 것”
사진 = 김기남 기자

승강기 국산 기술 개발에 총력
사람과 화물을 위아래로 실어 나르는 엘리베이터는 첨단 기술 집약체로 통한다. ‘안정성’, ‘낮은 고장률’, ‘승차감’ 등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고도의 기술이 적용된다. 주로 대기업이 엘리베이터 시장에 진입해 있는 이유다. 시장 규모 기준 세계 2위인 한국의 승강기 산업은 특히 1990년대 이후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을 갖게 됐다. 이도흠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는 35년간 승강기 현장에서 기술 개발에 기여한 주역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 세월을 국산화·선진화·지능화의 키워드로 설명했다.

국내 승강기의 역사는 1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10년 서울 조선은행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게 시작이었다. 그 후 꽤 오랫동안 국내 승강기 산업은 해외 기술에 의존하는 형태였다. 주로 일본과의 기술제휴를 통해 승강기 시장이 형성됐다. 1985년 현대엘리베이터에 그룹 공채 1기로 승강기업계에 발을 내디딘 이 교수는 당시 상황에 대해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일본에 의존했기 때문에 최대 목표는 국산화였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금성산전은 일본 히타치와 합자·기술제휴로 설립됐다. 금성기전은 미쓰비시, 동양엘리베이터는 도시바와 손을 맞잡는 식이었다. 1984년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와 현대그룹이 합자로 설립된 현대엘리베이터는 업계 후발 주자였다. 이 교수는 이와 같이 일본이 기술이 주류를 이루는 상황에서 한국의 독자적인 승강기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업체별로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특히 이 교수가 주력했던 분야는 ‘가변전압 가변주파수(VVVF) 엘리베이터’ 개발이었다. 요즘 표현으로 인버터 방식이다. 1980년대 중반까지 주로 아파트에 설치되는 중·저속 엘리베이터는 교류전압 제어 방식이 적용됐고 오피스 빌딩에 있는 고속 엘리베이터에는 직류 엘리베이터가 적용됐다. 두 방식에 비해 소비 전력과 유지·보수, 승차감 등에서 이점을 가지는 VVVF 방식은 엔지니어라면 도전하고 싶은 당시의 혁신 신기술이었다.

“회사에서 ‘책상을 들고 일본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VVVF 방식이 일본으로부터 도입된 이후 1980년대 후반부터 저속에서 고속 엘리베이터에 이르기까지 사양이 VVVF 기종으로 바뀌고 있었거든요. 제가 몸담고 있었던 현대엘리베이터는 그 기종이 없어 대학원에서 VVVF 제어 방식을 연구한 저를 눈여겨본 것이죠. 그렇게 일본의 엘리베이터 회사와 기술제휴 및 연수를 통해 개발을 시작했고 국산화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역으로 일본에 수출하면서 그 공로로 무역의 날에 상도 받았습니다.” 2010년엔 국내 승강기 도입 100주년을 맞아 정부로부터 개인 최고상인 국무총리 표창도 받았다.

그는 특히 1991년부터 13년 6개월 동안 현대엘리베이터 일본 지사의 주재원으로 근무했다. “주재원의 임기가 통상 5년인데 비해 13년 이상 일본에서 지사장으로 근무하면서 많은 노하우를 쌓았다”는 설명. 그중에서도 1991년 일본 정부로부터 승강기 검사 자격 인증을 한국인 최초로 받아 한국에 승강기 안전 기술을 전수한 것, 일본 회사와 기술제휴해 국내 최초의 지하철 스크린 도어를 설치한 것, 주차 설비 관련 기술 도입과 지원 업무를 담당한 경험을 꼽았다.

승강기 선진화는 곧 안전성
승강기의 ‘선진화’는 곧 안정성과 직결된다. 24시간 운전사 없이 가동되는 엘리베이터의 핵심은 사고와 고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그 사이 고장률(승강기 대수÷고장 건수×100)도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왔다”며 “일을 시작한 1985년 무렵과 비교하면 고장률 20%에서 약 5%대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교수는 모터 제어 분야에서 승강기 선진화에 기여해 왔다고 했다.

첨단 기술이 적용되는 엘리베이터 분야에서 최근 화두는 단연 ‘지능화’다. 원격제어·초고속화 등의 세부 기술을 필요로 한다. 이 교수는 현재 한국승강기안전공단과 전자통신연구원에서 주관하는 스마트 승강기 제어반 표준 모델 개발 전문위원으로 일하면서 관련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교수는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승강기 기술 서적이 전무했을 당시 승강기 보수기능사 및 기사 1, 2급 수험 서적을 펴내면서다. 그가 집필한 수험 서적은 교육생들의 필독서가 됐다. 약 20년의 시간이 흘러 지난해 그는 승강기 기능사와 기사 자격을 직접 취득했다. 그는 “책을 집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시 한 번 교육생의 시각에서서 승강기의 기본을 생각하고 향후 현장 중심의 실무 교육에 집중하기 위해 직접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덧붙였다.

35년간 한 우물을 파 온 이 교수는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하는 일에 팔을 걷어붙일 계획이다. 2009년 말부터 중소기업인 문앤썬엘리베이터에서 전무로 일하면서 대기업과 일본에서 습득한 기술과 경험을 전수하고 있다. 그는 특히 “인천공항3단계 T2터미널과 관제탑에 중소기업 최초로 엘리베이터 44대를 설치 완공하면서 인천공항공사로부터 문앤썬엘리베이터가 표창을 받았을 때 큰 기쁨과 보람을 느꼈다”고 전했다.

올해부터는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로 청년들을 만난다. 고용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이 11개 분야에서 오랜 경험과 숙련 기술을 보유한 기술 전문가 192명을 2018년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로 위촉했는데, 그중 전기전자 분야의 강사진으로 선정되면서다. 이에 따라 2018년 12월 12일부터 2021년 12월 12일까지 3년 동안 특성화고·마이스터고 등에서 젊은이들에게 승강기 기술의 핵심 노하우와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전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에 대해 물었다. 이 교수는 “엔지니어는 자기가 터득한 기술을 전파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최고의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며 “승강기는 유지·보수가 그 어떤 분야보다 중요하고 관련 법규로도 제정돼 있어 우수한 전문 인력을 꾸준히 필요로 하는 만큼 앞으로 후배들을 양성하는 데 더욱 힘을 쏟고 싶다”고 답했다.

약력
1959년생. 한양대 전기공학 석사. 1985년 현대엘리베이터 설계부·연구소·도쿄지사·해외영업부. 2009년 문앤썬 전무이사(현). 2018년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현).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6호(2019.01.07 ~ 2019.01.1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