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 사외이사 인터뷰 ]
-최승국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이사장
“에너지 복지는 복지정책으로…한전 적자 부담 줄여야”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이 진통 끝에 6월 28일 열린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이사회 문턱을 넘었다.

앞서 6월 21일 이사회에서는 누진제 개편안을 수용할 경우 재무 부담에 따른 경영진 배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제기 되면서 의사회 의결이 한 차례 보류된 바 있다.

한전은 공공재인 전기를 공급하는 공기업이면서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과 이윤 추구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충족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6월 26일 한전 사외이사(비상임이사)인 최승국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이사장을 통해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의 쟁점과 한전 적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안을 들어봤다.


-한전 이사회는 6월 21일 ‘정부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개편안’을 한전 전기요금 약관에 반영하는 것을 보류하기로 했다.

“기본적으로 한전은 공기업이면서 뉴욕 증시에 상장된 주식회사이므로 당연히 기업으로서의 기본 구조도 지켜야 한다. 이사회는 한전 경영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 기구라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 정부 누진제 개편안에 따라 한전이 매년 3000억원의 적자를 보는 구조에 대해 동의할 수 없는 이유다.”

-한전이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장 기업으로서의 주주 가치 극대화도 실현해야 하는 두 가지 역할이 충돌하고 있다.

“기업은 이익을 내야 하는데 한전은 지금 적자를 내도록 강요받고 있다. 공기업으로서 당연히 정부 정책에 부응할 의무가 있지만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정부 논리로만 갈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약 계층에 대한 하절기 냉방권 보장 취지에 대해선 100% 동의한다. 다만 냉방권을 보장해 주는 방식이 전기요금 할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정부가 추진 중인 누진제 완화 정책은 에너지 복지가 필요한 사람이 아닌 전기를 적게 쓰는 1인 가구가 수혜를 보게 된다. 결국 정책 취지에 맞지 않는 셈이다.”

-한전이 대규모 적자로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고 전기료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전기요금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하나.

“정부와 한전만의 문제라기보다 정치권에서 표심을 의식해 자꾸 시장을 왜곡하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전기요금에 원가를 반영해 현실화하는 것이다. 전기도 일종의 소비재이기 때문에 전기를 사용한 사람들이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이용자 부담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민·관 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가 기본 전제를 전기요금 할인 여부만 가지고 논의했기 때문에 보다 큰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고 본다. 전기요금 개혁에 대한 중·장기 로드맵을 먼저 세우고 누진제와 원가가 반영되지 않은 요금 체제 개편 논의를 해야 했다.”

-한전의 재정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에너지 복지 실현도 가능한 대안은 무엇이 있나.

“전기요금에 원가를 반영하면 한전이 적자를 낼 일이 없다. 나머지 복지 사각지대는 에너지 바우처(쿠폰)나 별도의 복지정책을 통해 재정 지원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지금 정부가 정책 설계를 잘못해 복지와 전기요금 정책을 섞어 버리면서 혼란을 만들고 있다. 공기업이면서 주식회사인 한전의 특성을 고려해 복지 정책과 전기요금 정책을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



ahnoh05@hankyung.com



[한전 누진제 개편안 ‘진통 끝 통과’ 기사 인덱스]


-‘정부와 주주 사이’ 전기요금 싸움으로 기로에 선 김종갑 사장
-누진제 개편안 수용하고 전기료 인상 카드 꺼낸 한전
-“에너지 복지는 복지정책으로…한전 적자 부담 줄여야”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1호(2019.07.01 ~ 2019.07.0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