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정치인]
-강창일 한일의원연맹 회장 인터뷰

-“강제징용·위안부 넘어 큰 그림 있다면 단기간 내 해결 쉽지 않아”
강창일 의원 “日 규제, 대일본제국 부활 초석 놓기 아닌가 의심”
강창일 의원 “日 규제, 대일본제국 부활 초석 놓기 아닌가 의심”
[한경비즈니스=홍영식 대기자] “日 의존 탈피해 경제 체질개선 계기로”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로 촉발된 양국 간 충돌은 과거의 갈등 양상과 차원이 다르다. 그 밑바닥에 과거사 문제가 깔려 있다는 점은 같지만 이전엔 정치·외교적 갈등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경제·안보 영역까지 갈등 범위가 확대됐다. 유례없는 일이다. 한국 정부뿐만 아니라 전문가들도 일본이 자칫 공멸을 부를 수 있는 이런 강수를 들고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일본의 의도는 뭘까.

국회의원 가운데 대표적인 일본 전문가로 꼽히는 강창일 한일의원연맹 회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본이 강제징용을 둘러싼 배상과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넘어 큰 그림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일본이 자국 경제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수출 규제에 나선 것은 ‘대일본제국 부활’이라는 거대한 전략 차원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의혹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해법을 마련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강 의원의 진단이다.

그는 그런 만큼 보다 냉정하고 치밀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을 만나 한국 수출 규제에 나선 일본의 의도와 우리의 바람직한 대응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일본이 오랫동안 준비한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죠. 일본이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국 정치에 활용하려는 것 아닌가 생각했어요. 그런데 일본 정부가 전략물자 대북 밀반출 문제를 꺼내는 등 경제를 안보 문제에까지 연계하는 것을 보면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봐야 해요. 보다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강제 동원 피해자, 일본군 성노예 등 그간 제기된 현안에 국한한다면 대화를 통해 타협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고 일본의 큰 전략, 큰 그림 속에서 한국 때리기에 나섰다면 문제가 간단하지 않습니다.”

-큰 그림은 무엇을 뜻합니까.

“우경화된 일본 정치 세력들은 대(大)일본제국 부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큰 국가 전략 속에서 이 문제가 터졌다면 해결하기가 간단하지 않다는 얘기예요. 현재로선 이런 큰 전략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지 속단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과거 일본의 행태를 보면 군사 대국화 이슈가 있을 때마다 북한 위협론을 들고나왔어요. 이제 한국 위협론까지 끼워 넣었습니다. 한국과 북한 위협론을 묶어 평화 헌법 개정 명분으로 삼고 대일본제국 부활을 위한 밑그림으로 삼으려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 참의원 선거(7월 21일) 뒤에도 양국 관계가 나아질 가능성이 낮은 것 아닙니까.

“과학적으로 면밀하게 분석해 봐야 해요. 단지 강제징용,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고리로 한 국내 정치용만은 아니라는 감이 옵니다.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해선 대응 방안을 찾기 어려울 수 있어요.”

-한·일 양국 갈등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습니다. 이번 갈등이 이전과 비교해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과거에는 역사와 정치 두 측면에서 옥신각신했습니다. 이번엔 갈등이 경제 영역까지 확대됐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일본이 이렇게 초강수로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경제문제까지 건드리는 것은 서로 공멸할 수 있어요. 한국이 좀 더 손해 보겠지만 일본도 손해 봅니다. 그런데도 일본이 저렇게 나오는 것은 이해가 잘 안돼요. 대일본제국 부활이라는 큰 전략이 숨어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입니다.”
강창일 의원 “日 규제, 대일본제국 부활 초석 놓기 아닌가 의심”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일본군 성노예 합의 파기 이후 일본의 보복이 예상됐음에도 정부가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국이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일본 기업들의 자산 강제 매각을 통한 현금화 조치를 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죠. 그래서 우리 정부는 그전에 문제를 풀자고 제안해 왔습니다. 그런데도 일본이 수출 규제를 툭 던진 것은 이해하기 어려워요.”

-양국 정상회담을 통한 해결과 특사 파견 주장도 나옵니다.

“특사 파견이나 정상회담은 아직 때가 아니에요. 특사는 사전 조율을 어느 정도 한 다음 좋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 때 보내야 합니다. 정상회담은 그런 절차들을 다 거쳐 물밑에서 합의안을 도출한 다음 하는 겁니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습니까.

“일본과의 갈등이 경제 전쟁을 하는 수준까지 와 버렸어요. 이번 기회에 일본 의존적인 경제 체질 구조를 개선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해요. 한국과 일본 경제계도 함께 나서 줘야 합니다. 일본 경제계는 ‘이러면 공멸한다’는 것을 정치 지도자들이 인식하게 해야 합니다. 양국 정치인들도 나서는 등 다방면에 걸쳐 해결 노력을 보여줘야 해요.”

-의회 차원에서 일본 방문을 준비한다고 들었습니다.

“일본의 일한연맹 의원들과 대화할 예정입니다. 초당적으로 대표단을 구성해 보내려고 합니다. 서로 윈-윈하는 방안을 찾아야죠.”

-한국은 일본이 제안한 제삼국 중재위 구성에 반대했고 일본은 양국 기업이 참여하는 한국의 ‘1+1’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배상은 개인과 기업 간 문제예요. 이를 중재위를 구성해 해결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되죠. 한국은 일본이 ‘1+1’ 안을 받아들이면 중재위에서 논의해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일본의 규제 조치로 올스톱됐습니다. 기업과 민간 간의 문제를 갖고 중재위로 가는 것은 명분상 안 됩니다.”

-이른바 ‘강창일식 해법’을 내놓았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사용자가 일본 국가인 경우와 기업인 경우를 구분해야 합니다. 징병·징용에 의해 군인·군속으로 끌려가 사망하거나 다친 사람의 사용자는 일본 국가입니다.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돈을 받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해선 국민 보호 차원에서 특별법을 만들어 한국 정부가 배상하는 게 맞습니다. 이미 노무현 정부 때 지급했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이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에 소송을 건 사람들은 일본 기업에 가서 월급 등을 받지 못한 데 대한 배상을 요구한 겁니다. 청구권 협정에는 개인에 대한 기업의 배상은 포함돼 있지 않아요. 이 때문에 개인과 기업 간 문제에 대해선 사용자인 일본 기업이 책임을 지고 배상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베 정권이 훼방을 놓고 있어요.”

-‘미국 중재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 쪽이기 때문에 옆 나라 일에 관여하지 않으려고 해요. 미국 국익과 관련 있는 것만 관여하려고 하죠. 미국이 한국 반도체를 많이 구입하는데 자국 기업 보호 차원에서도 미국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만약 일본이 대일본제국 부활 의도 차원에서 한국의 수출 통제에 나섰다면 미국은 일본을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합니다. 일본은 미국과 사이가 좋았다가도 진주만 공습을 했어요. 일본이 지금은 미국을 추종하지만 언제라도 미국에 ‘노(No)’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미국도 일본을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큰 그림 차원인지 아닌지 언제쯤 알 수 있겠습니까.

“일본의 행보를 계속 봐야 합니다. 발톱을 금방 드러내지는 않겠지요.”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 감성적으로 대응하는 게 바람직한지 논란이 있습니다.

“국민이 자발적으로 하는 일에 대해 ‘하라, 마라’고 할 수 있나요. 국민이 화가 나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우려됩니다. 과거 한국 국민에게 반일 감정의 불이 붙었을 때 양국 관계에 별 도움이 안 됐어요. 그런 감정이 불붙기 전에 해결해야 합니다.”

-한국의 역대 정부들이 일본 부품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했지만 별 진전이 없었습니다.

“부품 단지 조성 등 말만 있었고 실천은 부족했어요. 하지만 이번엔 달라야 합니다. 일본이 경제 분야에까지 항시 도발하고 공격해 올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말로 끝내선 안 됩니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4호(2019.07.22 ~ 2019.07.2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