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기술력 차이로 소재·부품은 단시간에 따라잡기 어려워
…위기를 터닝포인트 삼으려면 규제 완화·미래지향 산업 투자 확대해야

[차은영의 경제돋보기] 소재·부품 육성,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경비즈니스 칼럼=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의 후폭풍으로 시작된 한국과 일본의 무역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외교적 역량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초기 대응에 미숙했고 이것이 경제 전쟁을 확대재생산하면서 악화시키고 있다.

필수 불가결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반도체와 전자 등의 분야에 뒤처져 있던 한국 기업이 앞서 나가는 것이 불편했던 일본은 급기야 핵심 소재, 부품·장비 분야의 자국 기업의 수출 규제를 통해 경제적 타격을 가하기에 이르렀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하면서 미국과 중국은 관세 전쟁에 이어 환율 전쟁에 돌입했다.

결국 한국이 최대 피해국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확산되면서 코스피지수가 3년 6개월 만에 1900선이 무너졌다.

그런데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1900선이 바닥이라는 확신이 없고 국내 투자 기관의 매수가 떠받치는 것이 언제까지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추세적인 잠재성장률 감소와 경기 불황이 겹치고 다각적인 경제 충격이 한꺼번에 불어 닥치는 ‘퍼펙트 스톰’을 극복하려면 전략적 사고와 실행력이 중요하고 무엇보다 냉철한 현실 인식이 전제돼야 하는데 정부의 현실 인식은 원론적이면서 이념적 사고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반도체와 전자 분야 소재 산업의 특성상 전 세계를 시장으로 하는 대규모가 아니면 수조원에 달하는 연구·개발(R&D) 투자가 쉽지 않다. 따라서 전자 산업은 일본이 소재, 한국이 조립에 특화하는 분업의 형태를 띠고 있다.

정부는 대기업에 대한 투자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반도체 관련 투자를 위축시켜 왔다. 정부가 그동안 소재 국산화에 5조원을 사용했지만 일반적 수준의 소재 개발 이상으로 발전되지 못했다.

국내 반도체 장비의 83%를 일본을 비롯한 미국과 네덜란드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각종 규제로 소재·부품의 국산화는 단기간에 현실화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노력한다고 해도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율을 50%까지 높이려면 최소 5년 이상 걸린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기술적으로 고부가가치 소재와 부품은 사실상 단기간에 갭을 채우는 것이 불가능하다.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비생산적 복지 지출을 줄이고 보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정부 투자 지출을 선회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반시장적·반기업적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대기업의 R&D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

반도체 생태계 내에서 소재·부품의 국산화가 이뤄지는 형태가 되려면 대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 또한 소재·부품업계의 성장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대표적으로 화학공장들은 부지 선정부터 규제에 막혀 있다. R&D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실질적 혜택과 노동시간 제약도 유예하는 등의 기업에 절실한 규제 완화와 지원부터 계획적으로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신성장 산업의 원천 기술에 대한 R&D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상당한 기술력의 차이가 존재하는 기존 소재·부품은 따라잡는 데 한계가 있다.

오히려 미래 지향적 산업의 경쟁력을 선점하는 데 투자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터닝 포인트가 되기를 바란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8호(2019.08.19 ~ 2019.08.2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