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김상봉의 경제돋보기] 경제학적 측면에서 본 대학 입시 정책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경제는 단기나 중기로 보고 정책을 펼쳐야 하고 노동시장은 중기로 봐야 하며 교육은 장기적인 정책으로 펼쳐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 경제학자의 견해다. 그런데 현재 고등학교 1학년, 2학년, 3학년의 입시는 모두 다른 상황이다.

화폐단위로 환산되는 전체 사교육비와 1인당 사교육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전체 사교육비는 19조5000억원으로 2017년 18조7000억원보다 4.3% 증가했지만 학생 수는 오히려 573만 명에서 558만 명으로 2.6% 감소했다.

이러한 부분을 반영하듯 1인당 초등학생 월평균 사교육비는 26만3000원, 중학생은 32만1000원, 고등학생은 31만2000원으로 나타나고 있고 사교육 참여율과 시간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거꾸로 생각해 보면 된다. 좋은 대학을 나와야 좋은 직장에 취업할 확률이 높고 좋은 대학을 가려면 학교 공부만으로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고등학교·중학교·초등학교로 갈수록 사교육에 일찍 뛰어드는 것이 낫다는 결론이 나온다. 무엇이 문제일까.

먼저 대입에서 정시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이거나 수시의 비중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는 현재의 정시와 수시의 비중을 거꾸로 놓으면 된다.

예전 정부가 학생들의 다양한 장점을 살려준다는 선한 의도는 대입과 관련된 시장으로 가면서 모두 변질된다. 오히려 과목이 많아지고 대입을 위해 학생들이 모든 과목을 잘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학교 세부 생활기록부(학생부)는 교과(내신)와 비교과(교과 이외의 활동)로 구분된다. 교과는 지필평가와 수행평가로 구분된다.

수행평가는 서술형(논술형) 검사, 구술시험, 토론법, 실기 시험, 연구 보고서, 포트폴리오 등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측정되고 비중도 높다. 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따라가고 수행하는 부분인데 혼자 하기에 매우 벅차 고통 평가라고도 불린다.

대부분의 학생은 스스로 수행하겠지만 일부에서 컨설팅 업체를 통하거나 주위에서 도와주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불공정한 경쟁이 될 수 있고 학생들과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게 된다.
비교과는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

여러 항목 중 자율 활동, 동아리 활동, 봉사 활동, 진로 활동 등은 학생들도 잘 모르거나 대학에도 교육에 큰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이러한 부분들이 하나의 스펙을 더 쌓아 대입을 쉽게 할 수 있고 컨설팅 업체를 통하거나 주위 지인 찬스를 쓸 수도 있다. 따라서 불공정한 경쟁을 만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으로 공부해야 할 과목 수를 대폭 통합, 축소하고 단순화해야 한다. 대학에서 배울 수 있는 과목을 미리 고등학교 때부터 시험 준비를 위해 배울 필요가 없다. 오히려 사회에서 이용될 수 있는 과목을 대입과 관련 없이 배울 수 있도록 해 주는 정책이 더 중요할 지도 모른다.

내년에 대학 구조 개혁 평가 3주기가 시작된다. 출산율이 줄면서 대학 정원보다 대학에 시험 보는 학생이 많아지는 시기와 일치한다.

대입에서 공정하고 ‘오캄의 면도날(Ocam’s razor : 똑같은 결과를 낳는 두 개의 이론이 경합할 때 더 단순한 것이 훨씬 훌륭하다는 원칙)’처럼 단순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펼쳐야 한다.

현재 정부가 시장의 자율로 맡겨 두고 시간의 동태적 일관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일관성이 있어야 할 교육정책이 계속 바뀐다면 중기의 노동시장도, 인적자본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도 장담할 수 없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5호(2019.10.07 ~ 2019.10.1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