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교육 정책이 춤을 추는 악습 반복”
-“‘자사고 폐지’ 불공정…대학 입시 제도도 40여 차례 바뀌어”
-“갈팡질팡 교육 정책…‘교육법정주의’ 확립해야”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는 전국 18만 유·초·중·고교와 대학 교원을 회원으로 보유한 국내 최대 전문직 교원단체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지난 6월 제37대 회장에 선출되며 재선에 성공했다.

교육부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외고) 등 특수목적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계획을 11월 7일 발표했다.

하 회장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교육 정책이 춤을 추는 악습이 반복되고 있다”며 “교육이 정치와 이념에 휘둘리지 않도록 ‘교육법정주의’를 확립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교육부는 왜 중심을 잡지 못하나”
▶정부의 교육 정책 전반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문재인 정부는 교육의 공정성·평등성·민주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론과 진영의 지지를 좇아 갈팡질팡 행보를 보이며 혼란을 자초하고 있어요. 교육부는 당·청의 개입과 시·도교육감의 입김에 존재감을 잃고 정책을 번복하며 신뢰를 잃었습니다.

무엇보다 현 정부가 유·초·중등 교육을 전면 각 시·도에 이양하는 데 매몰돼 있어 걱정입니다. 협의와 공감 없는 교육 이양으로 각 시·도교육청은 17개의 교육부가 돼 학교를 좌지우지하며 교육법정주의를 훼손하고 있어요.”

▶교육법정주의는 구체적으로 뭡니까.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이 교육받을 권리를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교육법정주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교육은 어떻습니까. 정권과 교육감의 정치·이념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며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어요.

백년대계인 교육이 ‘1년소계’로 전락하면서 혼란과 개혁의 피로감만 가중시키고 있죠. 교육 현장에서는 가장 큰 교육 문제로 ‘잦은 정책 변경’을 꼽은 지 오래입니다. 이래서는 미래 교육으로 단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습니다.”

▶최근 대입 개편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대학 입시 제도가 뒤바뀌는 정치의 교육 개입이 또 벌어지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현재까지 ‘시험’을 기준으로 17번, 작은 개편까지 합하면 40여 차례나 바뀌었습니다.

도대체 고교 학년마다 수능 과목과 범위가 차이 나는 입시 제도가 말이나 됩니까. 우리보다 훨씬 못 사는 후진국에서도 이렇게 입시 제도를 자주 바꾸는 사례는 없을 겁니다.

정시 확대 등 대입 개편은 새로운 논의의 장을 마련해 차근차근 추진돼야 합니다. 미래 인재 육성 방향에 입각해 학교 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부담 경감, 대학의 자율성 보장, 학종(학생부종합전형) 신뢰도 제고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정치적 요구에 떠밀리지 말고 교육부가 중심이 돼 책임을 지고 전문적이면서 균형 잡힌 의견 수렴을 통해 신중히 결정해야 합니다.”

▶‘자사고 폐지’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습니다.

“시·도마다 다른 원칙 없고 불공정한 자사고 재지정 취소 사태로 벌써 한바탕 홍역을 치렀습니다. 자사고는 2002년 김대중 정부 때 평준화 교육의 획일성을 보완하고 우수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도입한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 때도 이어져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서열화의 주범으로 몰아 없애려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서열화와 입시 경쟁의 근본 원인은 학벌주의가 만연한 사회 구조에 있습니다. 학교에 그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옳지 않아요.

2025년 고교학점제 도입을 전제로 자사고 등의 일반고 전환을 일괄 검토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겁니다. 고교학점제 도입은 차기 정권의 몫인 데다 제도 자체가 일반고에 안착될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국가 교육의 향배가 정권과 교육감에 따라 시행령으로 좌지우지되는 일을 이제는 막아야 합니다.

헌재 재판관들도 지난 4월 ‘고교의 종류 등을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직접 명시하는 것이 교육제도 법정주의에 더 부합하다’고 밝혔어요. 최소한 입시 제도와 고교 체제는 법률에 명시하고 함부로 바꿀 수 없도록 교육법정주의를 확립하는 데 전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교육부는 왜 중심을 잡지 못하나”
▶‘청와대 교육수석’ 부활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교육수석은 교육 정책에 대한 당·정·청과 시·도교육청 간 엇박자를 조정하고 교육이 중심을 잡도록 국가 교육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부활시킬 필요가 있어요.

지난해 7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 때 교육의 중요성과 전문성을 고려해 교육수석 부활을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이에 청와대는 기존 교육문화비서관에서 교육비서관을 분리, 신설하는 등 일정 부분 공감과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미래이자 희망인 교육의 중요성을 정부가 더욱 무겁게 인식하고 당·정·청과 다양한 교육계의 목소리를 조율하며 비전을 제시할 수 있도록 교육수석의 부활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겁니다.”

▶정부는 인구 감소에 대응해 교원 수를 점차 줄이겠다는 방침입니다.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 정책 기조에 맞지 않는 방안입니다. 공교육이 바로 서려면 선진국처럼 ‘일대일’ 학습 지도가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는 사실 무상교육보다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교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수준에 걸맞게 ‘면대면’ 학습 활동이 원만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합니다. 학생 수가 줄고 있으니 선생도 줄여야 한다는 것은 억지입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거는 기대가 있을 것 같습니다.

“교육법정주의가 훼손되는 상황에서 이제 기댈 곳, 나설 곳은 국회밖에 없어요. 교총은 교육법정주의를 확립하고 교단의 목소리가 입법 과정에 제대로 반영되도록 내년 총선에 임할 것입니다.

현장 불통 교육, 편향 교육을 내년 총선에서 엄중히 심판하고 법적 테두리 안에서 뜻을 같이하는 단체와 연대해 교육 본연의 가치를 중시하는 후보가 당선되도록 주도적 역할을 할 겁니다.

현장의 바람을 담은 총선 교육 공약 과제를 각 정당과 후보에게 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벌일 계획입니다. 또한 교원들의 의지를 결집해 교총 후보자의 교육 분야 직능대표 진출을 적극 지원할 겁니다.”

▶2022년까지 남은 임기 동안 중점 추진 사안이 궁금합니다.

“교총은 지난 8월 ‘교권 3법(교원지위법·학교폭력예방법·아동복지법)’ 개정을 완수해 냈습니다. 무너진 교권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심정으로 2016년 제36대 회장에 취임하자마자 ‘교원지위법 개정’을 제1호 결재안으로 추진하는 등 3년여간 교권 3법 개정에 총력을 기울인 성과입니다.

제36대 회장으로서 교권 3법 개정이라는 ‘총론’을 완수한 만큼 이제 제37대 회장으로 교권 3법 현장 안착이라는 ‘각론’에 전력투구해야죠. 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매뉴얼 등을 잘 마련해 교권 침해 예방과 교권 강화, 피해 교원을 실직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힘쓸 겁니다. 교권 침해 대응 전담 조직 설치와 전문 인력 확충을 위한 충분한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 중입니다.

경미한 학교폭력의 학교 자체 해결을 위한 촘촘한 매뉴얼도 만들어 교원이 교육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제도 안착에 전념할 것입니다.

이 같은 교권 확립과 교단 안정을 바탕으로 ‘스쿨리뉴얼(School Renewal)’ 실현에 앞장설 것입니다. 교원이 오로지 열정과 사랑으로 학생을 가르칠 수 있게 함으로써 학생은 존경으로 배우고 학부모는 신뢰로 협력하는 교육 공동체를 다시 회복해 낼 겁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0호(2019.11.11 ~ 2019.11.1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