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차은영의 경제돋보기] 선심성 지출에 올인한 2020년 예산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12월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20년도 예산은 512조3000억원으로 올해 469조9000억원보다 9.1% 증가한 최대 규모다.

이것은 당초 정부가 제안한 513조5000억원보다 1조2000억원 감소한 규모다. 대폭 삭감을 주장했던 제1야당이 예산 심사에서 배제되면서 팽창 일변도의 예산이 제대로 된 심의 없이 거의 원안대로 의결된 것이다.

2020년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정부와 국책 기관들은 2%대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고 있지만 해외 투자 기관과 민간 연구소들은 1%대 성장률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기가 바닥을 치고 턴어라운드하고 있다는 일부의 의견도 있지만 경제의 자생적 회복 징조로 보기에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경제가 활력을 잃고 불황에 허덕일 때 장기적 침체가 우려된다면 정부가 확대재정정책을 통해 경기 부양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확장적 예산 증가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부 지출 증가를 통해 경기를 생산적 사이클로 리드할 때 적용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구체적 항목과 지출 증감의 방향을 살펴보면 매우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복지 관련 예산이 올해 161조원보다 12.1% 증가한 180조5000억원으로 편성됐다. 복지 예산의 19조5000억원 증가는 총예산 증가 규모 42조7000억원의 45%에 해당한다.

복지 분야 예산은 2018년부터 꾸준히 매년 10%씩 증가하는 실정이다. 항목별로 보면 주로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과 구직 급여의 증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그 외에 학생들에 대한 무료 예방 접종, 무료 급식 등에 관한 지출 증가가 포함됐다. 2017년 이후 구직 급여 예산은 82.1%, 기초연금 예산은 62.8% 증가했다.

복지 관련 분야 예산은 재정 지출 효과가 낮아 경기 부양 효과를 얻기 어렵다. 한마디로 공중에서 살포하는 현금성 복지 지출은 한번 증가하면 줄이기는 어렵지만 생산적 지출과는 거리가 멀다.

경기 부양과 고용 창출에 대한 기여도가 높은 사회간접자본 분야는 불과 2000억원 증가했고 장기적 경제 성장의 핵심인 신성장 동력 분야 연구·개발(R&D) 예산은 4조6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7년 총지출에서 사회간접자본과 R&D 분야가 차지하던 비율이 각각 5.5%와 4.9%였지만 2020년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3%와 4.9%로 오히려 감소하기에 이르렀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이후 각 연도 3분기 기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근로소득 가구 비율은 2%포인트 줄어든 반면에 현금 복지 수혜 가구 비율은 10%포인트 급증했다. 생산성이 담보되는 투자적 지출이 아니라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에 의한 과도한 재정 확대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1%대 성장률의 세수로는 감당할 수 없어 적자 국채를 60조원이나 발행해 운용하는 선심성 지출을 지양해야 한다. 오히려 구조조정과 잠재 성장률을 제고해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지출이 확대돼야 한다.

재원을 고려하지 않고 정치적 어젠다에 의한 현금 살포는 앞으로 더 장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젊은 세대들이 직면해야 할 부담이 급속도로 증가함을 의미한다. 정부가 몸소 그들에게 내일은 없다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6호(2019.12.23 ~ 2019.12.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