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운세]= 2020년 대한민국의 경제 국운은
성장·팽창보다 ‘새로운 틀’ 만들어지는 해…유통·콘텐츠·로봇 산업 흥할 것
[전형일 명리학자·철학박사, ‘명리 인문학’, ‘사주팔자 30문30답’ 저자] 2020년 경자년(庚子年)은 쥐의 해다.
60갑자의 어떤 해든 60년마다 한 번씩 돌아온다. 따라서 1960년생 쥐띠는 ‘환갑(還甲)’을 맞이하므로 경자년이 특별하다.
60갑자는 갑자년(甲子年)을 시작으로 계해년(癸亥年)에 끝나 다시 갑자년이 시작된다. 서양력의 직선적인 시간 개념과 달리 동양력은 순환적이다. 따라서 동양은 서양처럼 세기말이나 종말론 같은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서양의 역사 반복설처럼 ‘60년 주기설’이 제기되곤 한다.
새해가 되면 동서고금 어느 문화에서나 개인의 세운(歲運)은 물론 국운(國運)을 점치는 것은 공통된 현상이다. 폴란드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 말한 “새해란 희망의 부활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열리는 축제”이기 때문이다.
한자 문화권인 동아시아인들은 예로부터 천간(天干·十干)인 갑(甲)·을(乙)·병(丙)·정(丁)·무(戊)·기(己)·경(庚)·신(辛)·임(壬)·계(癸)와 12지지(地支·支)인 자(子·쥐)·축(丑·소)·인(寅·호랑이)·묘(卯·토끼)·진(辰·용)·사(巳·뱀)·오(午·소)·미(未·양)·신(申·원숭이)·유(酉·닭)·술(戌·개)·해(亥·돼지)를 해석의 틀로 자신들의 삶을 이해해 왔다.
사람의 운명과 운세를 알아보는 방법은 나라와 시대에 따라 다양한 방식이 시도됐다. 동아시아에서는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를 간지(干支 : 천간과 지지)로 전환해 길흉화복을 예측하는, 흔히 사주팔자(四柱八字)라고 불리는 방법을 가장 오랫동안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명리학에서는 간지를 사람의 성격과 물질 그리고 인간관계로 확장해 해석하면서 운명과 운세를 감정한다.
사주 종류만 51만8400개에 달해 일일이 새해의 간지(庚子)에 대입해 개인의 운세를 알 수는 없지만 국운의 경우 해마다 바뀌는 간지 두 글자로 대략 살필 수 있다.

◆‘수(水)’의 기운이 강한 한 해 될 것
2020년 경자년의 천간은 경금(庚金)으로, 양금(陽金)이며 백색이고 지지인 자수(子水)의 체(體)는 양수(陽水)이지만 용(用)은 음수(陰水)로 활용된다.
사주 풀이의 기본 법칙인 음양오행의 생극제화(生剋制化)에 따라 천간 ‘경(庚)’은 지지 ‘자(子)’를 생(生 : 바위에서 물이 샘솟는 모습으로 이해)한다.
천간의 경금이 지지인 자수를 도와주므로 경자년은 금의 성분보다 자수의 기질이 강해지게 된다. 더구나 ‘자(子)’의 지장간(支藏干 : 지지에 숨어 있는 천간의 기운)인 임·계(壬·癸)는 모두 수(水)로 구성돼 있다. 유연성·겸손함·융통성이 수의 특성이다. 수(水)는 영민함과 정력을 상징하고 풍수지리에서는 재물을 의미한다.
자(子)는 12지의 첫 글자로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시간은 밤 11시 30분에서 새벽 1시 30분까지로 태양 빛이 어둠 속에서 잉태되면서 하루가 바뀌는 시간이다. 그러므로 자식을 의미하는 ‘자(子)’라고 했던 것이다.
경자년에는 한국 경제의 변화 폭이 그 어느 해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우선 흐르는 속성을 지닌 강한 수(水)의 기운으로 유통이나 배달 산업 분야가 각광받고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또 영화나 게임 등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도 파격적 시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金) 기운으로 로봇과 모빌리티 산업에서도 변화와 발전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자(子)는 도화살(桃花煞)의 하나로 현대 사회에서는 끼가 있어야 대중에게 사랑을 받는다. 따라서 자신을 보여주는 유튜브 등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주에서는 음양이 다른 오행끼리 생하는 것을 ‘상관(傷官)’이라고 한다. 상관은 글자 뜻 그대로 ‘관(官)’을 상(傷)하게 하는 것이다. 관은 남자에게는 자녀·명예·직장이고 여자에게는 남편과 직장에 해당한다. 또 관은 기존 질서와 법률·규칙·관행 등을 의미하며 상관은 그러한 제도·사고·행동에 반격을 가하는 것이다. 비판적이거나 반골적인 기질이 농후하다. 상관의 본성은 앙시앙 레짐(ancien regime)과의 결별이다. 상관의 특성과 기질이 같은 노조가 활동을 극대화하면서 국가와 사용자와의 심한 마찰로 혼란이 우려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경자년에는 △국회의원 선거 △미국 대선 △미·중 무역 합의 2단계 △한·일 무역 분쟁 △한·미 방위비 협상 △북·미 정상회담 △남북 정상회담 △4차 산업혁명 준비 등으로 새로운 사람이 등장하고 제도와 정책 등이 바뀔 것이다.
기존 소비 행태도 상품 자체보다 공평하고 올바른 브랜드의 ‘선한 영향력’을 중시하고 개인의 성공보다 성장과 자기 계발과 관련된 비즈니스가 부상할 것이다.
이에 따라 경자년은 성장과 팽창, 수렴보다 새로운 틀이 만들어지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몇 년 전부터 운세를 12지의 동물을 중심으로 예측하는 일이 많아졌다.
“경자년은 상서로운 흰쥐의 해다. 경자년의 경(庚)은 오행상 금(金)으로 색은 흰색이며 자(子)는 쥐를 상징한다. 따라서 흰쥐가 된다”거나 “쥐는 다산과 부지런한 이미지로 새해 출산율도 높아지고 쥐처럼 부지런히 움직여 각자가 목표한 성과를 달성할 것이다” 등이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견강부회(牽强附會)다.
12지 동물 자체로 무엇을 해석한 것은 1960년대 이후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1966년 일본에선 “60년에 한번 돌아오는 백말 해에 출생한 여자는 남편을 잡아먹는 팔자”라는 속설로 사회 혼란이 야기됐다.
한국에서도 66년 ‘백말 해’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당시 경향신문은 11면 전면을 할애 ‘말띠, 정말 팔자가 센가?…천만의 말씀’이란 기사를 실었다. 말띠 소동은 ‘현해탄 건너 섬나라에서 밀입국한 것’ 등이라고 보도했다.

◆어떤 한 해보다 더 큰 변화 있을 것
재미난 사실은 1966년 병오년(丙午年)은 병(丙)이 오행으로는 화(火), 색은 빨간색으로 백마(庚午年)가 아니라 ‘빨간 말’이 된다. 이는 한국에서 띠 색깔 마케팅이 시작된 ‘황금돼지 해’로 알려진 2007년 정해년(丁亥年) 역시 ‘빨간색 돼지 해’였다. 2007년 이전에 천간의 색을 지지에 입혀 마케팅 한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중국의 ‘한서’ 등 많은 문헌에 따르면 “자는 자(滋 : 번식·번성함)로서 이 절기에는 만물이 앞으로 번성할 싹이 움튼다…”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12지는 만물이 음양(陰陽) 활동과 함께 성장하고 소멸하는 1년 동안의 시간 흐름을 나타낸 것이다. 이는 천간도 마찬가지다.
60갑자는 은나라(BC 1600년~BC 1046년)때 날(日)을 기록한 것으로 갑골문자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12지에 동물이 상징화된 것은 한나라 때 왕충(27~104년)의 저서 ‘논형’에 처음 소개된다. “인(寅)은 목(木)이고 호랑이다. 묘(卯)는 목(木)으로 토끼다. 진(辰)은 토(土)로 용이다…” 등으로 기록하고 있다.
12동물은 당시 대부분 문맹 민초들에게 시간과 방위 등의 의미가 내포된 지지의 이해를 돕기 위한 방편이었다. 지지가 12동물과 연결된 것은 불교 사상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천간의 색이 지지의 동물에 입혀진 것은 60갑자를 기본으로 하는 사주(四柱)나 민속학에도 없는 것이다. 이는 일본에서 시작된 속설과 기업들의 상술에 불과하다. 마치 11월 11일을 ‘막대 과자’와 연결한 기업의 마케팅과 다름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띠’ 마케팅을 역사적 전통과 문헌적 근거가 없다며 반대하거나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혹시 이것이 경제 활성화나 출산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면 환영할 일이다. 다만 산타클로스 이야기처럼 제대로 알고 즐기자는 것이다.
사족으로 경자년을 비롯해 60갑자의 어떤 ‘띠’든 서양력 1월 1일이 아니라 24절기의 첫째인 ‘입춘(立春)’일부터 바뀐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8호(2020.01.06 ~ 2020.01.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