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기의 경제 돋보기] ‘견제와 균형’ 깨는 공수처가 경제에 미칠 영향은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2020년대를 여는 경자년 새해가 밝았다. 경제가 살아나기를 바라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검찰·경찰·법원 위에 있는 공수처가 만들어져 부패가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부패라고 하면 뇌물을 연상하기 쉬운데 빙산의 일각이다.
대통령의 입맛에 맞춘다고 공직자가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자원 배분을 왜곡하고 세금을 낭비하는 일이 더 큰 부패다.
문재인 정권과 촛불 혁명 동지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지하철을 멈추고 병원 로비에서 농성하고 시위를 벌여 경찰이 다쳐도 주무 장관들이 눈을 감고 이런 분위기 때문에 기업이 몸 사리고 돈 있는 사람이 움츠러들어 투자와 소비가 내리막길을 걷는 것도 경제학 관점에서 보면 부패다.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의 직권 남용과 직무 유기에 대해서도 처벌할 수 있기 때문에 고위 공직자는 국민의 이익보다 정권의 이익에 충실하게 된다.
과학적 근거도 없고 외국의 추세와도 역행하지만 문 정권과 가까운 환경 단체의 요구를 따라간 탈원전, 이로 인해 발생할 1000조원의 손실, 문 정권과 가까운 인사의 태양광 사업 독차지 같은 일이 비일비재해진다.
공수처의 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공수처의 검사와 수사관은 정권과 코드가 맞는 사람으로 채워진다. 더군다나 검찰은 고위 공직자의 비리 혐의를 알아도 바로 공수처에 넘겨야 하기 때문에 정권의 나팔수가 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 무소불위한 공수처는 부패를 제도화한다.
부패는 경제 발전의 천적이다. 선진국은 부패가 적고 개도국은 많다.
자원이 풍부해도 가난한 이유는 부패를 일으키는 제도에 있다. 2018년 세계 경제 포럼이 부패의 경제적 손실을 계산했는데 그 규모는 세계 평균이 국내총생산(GDP)의 5% 이상으로 나왔다. 한국은 부패가 중간순위인데, 2018년 기준으로 환산해 보면 손실이 95조원 정도 된다.
1년 예산(세금)의 20% 정도가 부패로 인해 새고 있다는 의미다.
또 부패가 증가하면 경제 성장이 후퇴하고 국민소득이 감소한다. 공수처가 만들어져 부패가 제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우려돼 그 충격도 관련 연구를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다.
독일 경제연구소의 2019년 연구를 보면 부패가 한 단계 올라갈 때마다 비용이 누적돼 장기적으로는 1인당 국민소득이 평균 17% 감소한다. 이런 기준으로 계산하면 공수처가 만들어지면서 한국 국민은 1인당 663만원의 손해를 보게 된다.
세계적인 비교경제학 저널의 2001년 논문에 따르면 부패가 1% 증가하면 성장률은 0.545%포인트 감소한다. 이에 따르면 한국이 3% 성장할 수 있다고 해도 공수처가 만들어지면서 부패가 증가해 성장률이 2.5% 정도로 떨어지게 된다.
부패 방지는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의 핵심 과제다. 국제기구마다 부패를 줄이는 문제에 관심을 쏟고 있다.
부패를 줄이기 위해 세계 경제 포럼은 2019년 4개 과제를 제시했다. △권력의 견제와 균형 △정부의 책무성 강화를 요구하는 시민의 목소리 △법의 실제와 집행의 괴리 줄이기 △부패를 보도할 수 있는 언론인의 자유다. 한국은 4개 과제 모두 거꾸로 가고 있다.
2020년 총선은 공수처를 폐지하고 경제를 살리는 전기가 돼야 한다. 공수처까지 생겨 부패가 커지는 것을 좌시할 것인가.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8호(2020.01.06 ~ 2020.01.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