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경쟁자 진입 어려운 ‘럭셔리 라인’ 강화에 집중… M&A로 뷰티 트렌드 따라잡고 해외 기반 넓혀
또 사상 최대 실적…15년 연속 성장한 ‘차석용 리더십’의 비밀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차석용 리더십’이 또 한 번 빛을 발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매출 7조6854억원, 영업이익 1조1764억원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13.9%, 13.2% 증가한 것으로 15년 연속 성장세가 이어졌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럭셔리 화장품에 대한 높은 수요에 힘입어 후·숨·오휘 등 럭셔리 브랜드의 경쟁력을 더욱 견고히 다졌다. 또 중국·일본에서의 사업 호조로 해외 사업이 48% 고성장하는 등 국내외에서 고르게 성장했다. 차석용 부회장의 전매특허인 인수·합병(M&A)도 빼놓을 수 없었다. 2019년 8월 사업 인프라와 현지 전문 인력을 보유한 미국 화장품 및 퍼스널케어 회사 ‘뉴 에이본(New AVON)’을 인수하며 북미 사업 확대의 기반을 다졌다.

LG생활건강의 실적 고공 행진을 이끈 차 부회장의 전략은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새로운 영역에 과감히 도전하는 것’이다. 차 부회장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뷰티업계의 경쟁자들을 물리치기 위해 ‘럭셔리 라인 강화’를 택했다. 또 M&A를 통해 LG생활건강의 사업 영역을 ‘삼각 편대’로 재편했다.
또 사상 최대 실적…15년 연속 성장한 ‘차석용 리더십’의 비밀
◆‘궁중 마케팅’으로 2조 브랜드 등극한 ‘후’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를 비롯해 뷰티 인플루언서들의 자체 브랜드들까지 가세해 화장품 시장은 요즘 ‘춘추전국 시대’다. 차 부회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신규 사업자들의 진입이 어려운 럭셔리 브랜드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중에서도 력서리 화장품 ‘더 히스토리 오브 후(이하 후)’의 선전이 눈부시다. ‘후’는 왕실의 독특한 궁중 처방을 내세운 품질과 화려한 디자인, 궁중 문화를 가미한 럭셔리 마케팅을 내세워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내수 침체와 중국 관광객의 급격한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타 화장품 브랜드와 달리 ‘후’의 인기만은 굳건했다. ‘후’는 2016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한 후 불과 2년 만인 2018년 매출 2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화장품 단일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연매출 2조원’ 브랜드가 됐다. 지난해 ‘후’의 매출액만 2조5836억원이다.

‘후’는 기존 한방 화장품을 뛰어넘어 ‘궁중’이라는 소재를 활용했다. 전통 문양과 국보급 문화재에서 차용한 디자인으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마케팅뿐만 아니라 품질에서도 ‘궁중’ 화장품의 정체성을 다졌다. 성분이나 원료 배합도 궁중 왕실의 비방이 담겨 있는 고서를 분석해 참고했다.

적극적으로 면세점 판매 채널을 공략했다는 점도 ‘후’의 강점이다. SK증권에 따르면 지난 4분기 ‘후’의 면세점 내 브랜드 비율은 85%를 차지한다. ‘후’는 2017년 쟁쟁한 해외 명품들을 제치고 국내 면세점에서 가장 많은 매출액을 올린 브랜드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전영현 SK증권 애널리스트는 “화장품 섹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영향으로 1분기 인바운드 감소에 따른 면세 수요 둔화와 중국 현지 소비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후’는 지난해 4분기에 중국 현지에서 독보적인 브랜드 위치를 재확인했다는 측면에서 중·장기적인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M&A 20건 성사로 안정적 사업 구조 구축

차 부회장을 부르는 수식어 중 하나는 ‘M&A의 귀재’다. 차 부회장은 취임 후 현재까지 20여 건의 M&A를 진행하며 LG생활건강의 포트폴리오를 뷰티(화장품)·HPC(생활용품)·리프레시먼트(음료) 등 3개 사업부로 구축했다.

차 부회장은 2007년 말 코카콜라음료를 인수해 1년 만에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것을 시작으로 2009년 다이아몬드샘물, 2010년 더페이스샵·한국음료, 2011년 해태htb(구 해태음료), 2013년 캐나다 보디 용품 업체 ‘프루트 앤드 패션(Fruits & Passion)’을 인수했다. 또 영진약품 드링크 사업부문을 인수해 건강 음료와 기능성 음료 시장 확대에도 주력했다.

차 부회장은 뷰티 시장의 트렌드를 좇는 방법으로도 M&A를 시도했다. 2014년에는 빠르게 성장 중인 더마코스메틱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차앤박 화장품’으로 유명한 ‘CNP코스메틱’을 인수했다. 인수 후 차 부회장은 마케팅 지원과 채널 커버리지 확대 등을 통해 LG생활건강과의 시너지를 창출한 후 화장품 사업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2017년에도 더마화장품의 경쟁력을 더하기 위해 태극제약을 인수했다.

색조 화장품 분야에서도 M&A를 통한 승부수를 던졌다. 2015년 빠르게 성장하는 색조 화장품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국내 색조 화장품 전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인 제니스를 인수했다.

해외 시장 공략도 M&A를 통해 물꼬를 텄다. 2018년에는 일본 사업 강화를 위해 일본에서 50년간 화장품 사업을 해오고 있는 ‘에이본 재팬’과 일본 화장품 기업 ‘에바메루’를 인수했다. 2019년 1월에는 자회사 더페이스샵이 에이본의 중국 광저우 공장을 인수했고 2019년 8월에는 미국 화장품·퍼스널케어 회사 뉴에이본을 인수하며 북미 사업 확대의 기반을 다졌다.

차 부회장의 과감한 M&A로 LG생활건강은 화장품·생활용품·음료라는 ‘삼각 편대’를 구축하게 됐다. 동시에 각각의 사업이 갖고 있는 장점을 통해 서로의 사업을 보완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뷰티 사업은 여름이 비수기로 분류되지만 리프레시먼트 사업은 성수기가 여름이다. ‘계절 리스크’ 등 외부 변수를 차단함으로써 안정적 사업 구조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3호(2020.02.10 ~ 2020.02.1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