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달라도 너무 다른 한·미 코로나19 대응법 [김태기의 경제 돋보기]
[한경비즈니스=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이 깊어지는데 미국은 벌써 극복한 모습이다. 미국 경제의 흐름을 보여주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탄탄한 경제 기반 덕분에 고용은 예상보다 훨씬 많이 늘었고 기업의 실적도 예상보다 양호했다.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코로나19 사태로 경기 부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미국 경제에 호재로 작용했다.
충격은 중국에 공장이 있는 애플이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정도였다. 하지만 한국은 반도체 빼고 전 산업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아 충격을 회복하는 데 시간이 길어져 올해 성장률은 1%대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이 한국과 미국의 차이를 만들었을까. 미국은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고 떠났던 기업이 돌아오도록 하는 정책을 폈다.
반면 한국은 소득 주도 성장과 공정 경제 등 기업이 투자를 포기하고 해외로 떠나게 만드는 정책을 선택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정부에 대한 신뢰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힘이 됐다. 반면 한국은 정부에 대한 불신이 코로나19 위기를 악화한 요인이 됐다.
게다가 미국은 코로나19가 발병하자 전문가들이 나서 위험성을 경고했다. 대통령은 공중 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해 2주 내 중국을 다녀온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반면 한국은 대통령이 나서 불안해하지 말라고 했다. 이후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의료 기관을 나무랐고 의사협회의 감염 위험자 입국 제한 권고를 무시했다.
전염병의 피해는 병 자체보다 80~90%가 불안 심리에 기인한다고 한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낮으면 피해는 커진다. 미국은 중국이 미국의 입국 금지 조치에 반발하자 시민의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게 없다고 일축했다. 또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코로나19가 환자가 아니라면 마스크를 쓰지 말고 손 씻기를 권고했다. 예방 효과는 크지 않고 불안 심리만 키우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입국 금지는 고사하고 입국 제한도 망설였다. 게다가 대통령은 마스크를 쓰고 서울 시장은 한 수 더 떠 팔꿈치 악수를 하라면서 불안을 부추겼다.
코로나19 공포 때문에 마스크 매점매석이 발생했고 이를 단속한다고 난리를 쳤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장관들은 선거를 지원한다고 사람을 모아 놓고 행사를 벌였다.
미국은 과감한 대응을 선제적으로 취해 코로나19의 위기를 넘었다. 반면 한국은 병 주고 약 주고 뒷북치는 대응으로 위기를 키웠다.
코로나19 피해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피해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는 충격이 관광 등에 집중됐고 기간이 7개월 지속됐지만 코로나19는 제조업까지 확산되고 있다. 정부하기 나름이지만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정부는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메르스와 싸우면서 습득한 전염병 대응 능력을 살리고 신뢰 회복에 주력해 국민의 불안 심리를 줄여야 한다.
지금 정부는 선거를 의식해 정치적으로 대응하는 게 어느 때보다 더 심한데 당장 자제해야 한다. 국민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전문가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코로나19는 과학의 영역이고 아직 그 정체를 모르고 치료제도 개발되지 않았다. 중국 눈치 본다고 과감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선거를 의식해 사실과 다른 정보를 제공하면 정부는 가짜 뉴스를 만드는 처지가 될 것이다. 그리고 위기는 그만큼 길어진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4호(2020.02.17 ~ 2020.02.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