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금융시장 안정 정책, ‘타이밍’이 핵심이다 [김상봉의 경제 돋보기]
[한경비즈니스 칼럼 =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정부와 정치권은 연일 실물 시장과 금융 시장에 대한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먼저 실물 시장의 생산·소비·수출에 영향을 미쳤고 투자까지도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물 시장이 붕괴되면 일정 시간을 두고 금융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실물 시장과 금융 시장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동시다발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중국을 시작으로 시차를 두고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로서 인터뷰나 칼럼 등에서 잘 쓰지 않으려고 하는 용어가 몇 개 있다. 경제 현황과 예측을 하면서도 디플레이션·뱅크런·위기와 같은 단어는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으로 상황을 더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대해 정부가 수십조원의 금융 대책을 내놓을 때 이미 금융 시장의 가장 큰 리스크인 ‘변동성’이 엄청나게 커져 있는 상황이었다. 사실 수십조원에 달하는 금융 대책의 규모가 작거나 크다는 것에 의미를 너무 크게 부여할 필요는 없다. 왜냐 하면 금융 시장에서는 크기보다 ‘정확한 타이밍’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가 미리 재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신속하게 집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금융 시장 상황에 대한 판단 또한 매우 중요하다. 타이밍을 잘못 잡으면 적은 돈으로 막을 수 있는 리스크를 수십조원으로도 막을 수 없게 된다. 반대로 말하면 수십조원을 들여야 막을 수 있는 리스크를 타이밍만 잘 맞추면 훨씬 적은 돈으로 막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제부터 정부는 금융 시장을 위한 정책으로 올해 말까지 하루짜리 초단기부터 단기·중기·장기 플랜을 마련해 언제라도 시장에 개입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환율이 급등하는 상황에서는 외환 시장의 미세 조정을 위해 개입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대미 무역 흑자가 200억 달러 초과, 경상수지 흑자 국내총생산(GDP) 2% 초과, 12개월간 GDP의 2%를 초과하는 외환을 순매수하는 지속적·일방적인 외환 시장 개입이 미국이 주목하는 ‘환율 조작국’의 요건이다. 하지만 한국은 앞의 두 개에는 해당하지만 마지막 조건엔 해당하지 않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환율이 달러당 1300원에 가까웠을 때 타이밍에 맞게 한·미 통화 스와프가 체결돼 단기적으로 환율 급등을 피할 수 있었다.

주식 시장에도 개입할 필요가 있다. 사실 한국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외국인은 현재 1000억 달러 규모의 주식을 가지고 있고 매일 10억 달러 정도를 매도했다. 이러한 외국인의 매도를 받아내고 있는 것이 개미 투자자들이다. 이 때문에 단기보다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코로나 개미 운동’으로까지 불리고 있다. 화폐를 포함한 모든 자산의 가격이 30% 이상 폭락하는 가운데 한국의 투자자들이 투자처를 국내 기업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증권안정펀드 등도 타이밍에 맞게 시장에 유입될 필요가 있다.

채권안정펀드도 중기나 장기적으로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차후에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양적·질적 완화(QQE)까지도 할 필요가 있다. 회사채 만기는 연말까지 약 50조원, 4월에 6조원 정도 돌아오며 기업어음(CP) 만기도 4월에 약 3조원 정도 된다. 우량 기업 채권은 유통 시장에서 이미 거래될 테니 한계 기업이 아닌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들에 자금이 돌아가도록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 기회를 살려 금융 시장 안정을 위해 지원할 때 장기적인 산업 구조 조정 측면도 감안해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0호(2020.03.30 ~ 2020.04.0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