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연말까지 850조원, 통제 벗어나기 시작한 나랏빚 [차은영의 경제 돋보기]
[한경비즈니스 칼럼 =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하위 70%에게만 나눠 주려던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제공하기로 하면서 지원금 신청이 5월 11일 일제히 시작됐다.

지원금이라는 것은 본디 특수한 목적과 상황에 따라 특정 대상자에게만 지급되는 것인데 국민 전체에게 배부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정부는 거기에 반강제적인 기부 조항까지 포함해 국민들의 항의를 받았다. 어떻게 생각해 봐도 이치에 맞는 정책이라고 보기 힘들다.

선거 결과에 고무돼서인지 이제 전 국민의 고용보험제를 실시하겠다고 한다. 영세 자영업자와 특수 고용직 종사자 등을 포함한다고 하니 그 취지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실행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고용보험기금은 계속 적자가 누적되고 있고 잔액도 현 정부 들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재원 대책은 차치하고라도 노동 시장의 복잡한 구조와 자발적 실업자 문제까지 고려하면 득보다 실이 클 것은 자명하다.

국제결제은행(BIS)의 국가별 부채 통계에 따르면 정부·가계·금융사를 제외한 기업의 부채를 합한 한국의 총부채는 작년 말 기준으로 4540조원에 달한다. 올해 500조원 가까이 증가가 예상돼 연말에는 5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7년 말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218%, 세계 평균 비율이 244%였지만 2019년 말 한국의 총부채 비율은 237%로 증가한 반면 세계 평균 비율은 243%에 그쳤다.
상대적으로 한국만 부채가 많이 증가한 것도 문제지만 그 속도가 더 우려스럽다. 지난해만 12.8% 증가해 조사 대상국 중 넷째로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슈퍼 예산 512조원을 집행하는데 필요한 76조4000억원에 이어 3차에 걸친 추가경정예산에 필요한 43조9000억원을 포함하면 정부 부채는 120조원 이상 증가하고 연말에는 8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슈퍼 예산에 아동수당·기초연금·고용장려금 등의 선심성 복지 지출이 대거 포함되면서 예산 증가액의 50%를 차지했다.

정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같은 충격에 사용할 수 있는 여력이 고갈된 것이다. BIS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잠재적 정부 부채라고 할 수 있는 공기업 부채까지 합하면 1744조원에 육박한다.

정부 부채가 120조원 증가하면 작년 말 38.1%였던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올해 말 44%를 초과하게 된다. 작금의 경기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 지출이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가장 취약한 계층을 지원하고 동시에 경기회복의 밑거름이 될 수 있는 투자성 성격의 지출이어야 경제가 턴어라운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소득에 상관없이 만 7세 미만 아동에게 1인당 40만원의 소비쿠폰 지급, 고소득 가구라도 아이가 3명이면 아이 돌봄 쿠폰 120만원과 긴급재난지원금 100만원을 합한 22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 과연 소비 진작과 일자리 창출에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의문스럽다. 고소득층의 한계 소비 성향은 높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저축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제 신용 평가 회사 피치는 지난 2월 국가 채무 비율이 3년 내 46%를 넘으면 국가 신용 등급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지금과 같은 속도면 올해를 넘기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2020년 4월 현재 인구를 약 5180만 명으로 본다면 4인 가족 대비 작년보다 빚이 약 926만원 증가하게 된다.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받는 대신 빚이 9배나 증가하는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7호(2020.05.16 ~ 2020.05.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