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다 미네르바 타벨’

[서평] 세상을 변화시킨 탐사보도의 힘
오늘날 록펠러는 존경 받는 부자의 대명사로 기억된다. 역사상 최대의 부를 쌓아 올린 ‘석유왕’ 록펠러는 은퇴 후 아낌없이 자신의 재산을 털어 시카고대학을 설립하고 록펠러재단과 록펠러의학연구소를 세우는 등 자선사업에 헌신했다.

하지만 그의 삶이 처음부터 이처럼 아름다웠던 것은 아니다. 록펠러는 협박과 담합, 뇌물로 스탠더드 오일이라는 거대한 왕국을 건설했다. 경쟁자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비열한 음모도 서슴지 않았다.

록펠러의 삶을 뒤바꾼 것은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이라는 이름의 한 여성 저널리스트였다. 그가 1902년 ‘스탠더드 오일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폭로 기사는 스탠더드 오일의 몰락을 가져왔고, 록펠러의 인생행로를 바꿔 놓았다.

그는 펜실베이니아에서 석유 저장 용기 제조업을 시작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석유 산업의 흥망성쇠를 고스란히 지켜봤다. 더구나 석유 업계에 종사하는 아버지와 남동생을 통해 스탠더드 오일이 어떤 방식으로 소규모 석유 생산 업자들을 먹어 치웠는지 잘 알고 있었다.

교육의 중요성에 일찍 눈뜬 부모의 영향으로 앨러게니 대학을 졸업한 타벨은 남북전쟁 후 교육 운동에 참여하면서 저널리즘의 중요성을 간파했다. 파리 유학에서 체계적인 조사 연구 기법을 배우고 다양한 언론 매체에 기고하면서 저널리스트로서의 능력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스탠더드 오일과 록펠러의 실체를 다루는 타벨의 조사는 주로 문서로 이뤄졌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수백 장, 수천 장의 문서를 낱낱이 조사한 다음 회사 경영진과 경쟁 업체 사람, 기업 규제 담당 공무원, 과거와 현재의 학술 전문가를 일일이 만나고 인터뷰해 알아낸 사실을 기술했다. 오늘날 탐사보도라고 일컫는 기사 작성 방식을 1900년에 고안한 것이다.

타벨의 기사는 미국 연방대법원에 영향을 미쳐 스탠더드 오일을 해체하라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독점기업은 오늘날에도 뜨거운 논쟁거리다. 샘 월튼의 월마트나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금도 수많은 저널리스트들이 현대판 독점기업과 이러한 기업을 지배하는 창립자들을 파고들며 제2의 ‘스탠더드 오일의 역사’를 쓸 수 있기를 꿈꾸고 있다.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서평] 세상을 변화시킨 탐사보도의 힘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 지음/김희상 옮김/316쪽/갤리온/1만 원

베를린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저자가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다. 형법 전문 변호사로서 그가 사람들로부터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은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이 책은 이에 대한 대답이다. 책에는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억울하고 딱한 사람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범죄의 형량을 판단하는 일에는 언제나 도덕이 끼어들게 마련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건축, 생활 속에 스며들다
[서평] 세상을 변화시킨 탐사보도의 힘
조원용 지음/287쪽/창의체험/1만3000원

일반인을 위한 생활 속 건축 이야기다. 세상은 넓고 아름다운 건축도 많다. 그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건축은 무엇보다 삶을 담는 그릇이며 그 중심은 바로 인간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문을 열고 닫는다. 안쪽으로 열리는 문과 바깥쪽으로 열리는 문을 배치하는 데는 원리가 있다. 이것을 지키지 않으면 안전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화장실이나 주차장 입구를 배치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건축의 원리를 알면 생활이 행복해진다.


페이스 오프 상하이
[서평] 세상을 변화시킨 탐사보도의 힘
신동흔 지음/271쪽/랜덤하우스/1만4000원

상하이는 중국 근현대사의 가장 대표적인 아이콘이다. 상하이 중심가의 신톈디 거리는 명품 쇼핑가와 고급 음식점이 들어선 완벽한 부르주아식 거리다.

동시에 이곳은 중국 공산당이 첫 대표자 모임을 가진 역사적 명소이기도 하다. 유명 호텔과 러브호텔이 들어선 사이로 계획경제 시절 만들어진 초대소 건물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최첨단 현대와 100년 전의 풍경이 상존하는 상하이의 다양한 면모를 담았다. QR코드가 함께 실려 있어 관련 사진과 동영상도 볼 수 있다.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11.4~11.10)

1.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장하준 지음/김희정 외 옮김/부키/1만4800원
2. 하루 10분의 기적/KBS 수요기획팀 지음/가디언/1만2000원
3. 보이지 않는 차이/연준혁 외 지음/위즈덤하우스/1만5000원
4. 머니랩/케이윳 첸 지음/이영래 옮김/타임비즈/1만6000원
5. 나쁜 사마리아인들/장하준 지음/이순희 옮김/부키/1만4000원
6. 부자들의 음모/로버트 기요사키 지음/윤영삼 옮김/흐름출판/1만6000원
7. 골프 천재가 된 홍대리/김헌 지음/다산라이프/1만5000원
8. 멋지게 한말씀/조관일 지음/쌤앤파커스/1만5000원
9. 끝까지 하는 힘/김이율 지음/판테온하우스/1만2200원
10. 공감의 시대/제러미 리프킨 지음/이경남 옮김/민음사/3만3000원
(집계: 예스24)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