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증권시장 오픈

라오스가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켰다. 2010년 10월 10일 한국거래소와 합작 법인 형태로 출범한 라오스증권거래소(LSX:Lao Securities Exchange, www.lsx.com.la)가 1월 11일 국영기업 라오스국제상업은행(BCEL)과 라오스전력청(EDL) 산하의 EDL 제너레이션 퍼블릭 컴퍼니(EDL Gen)의 상장을 완료하고 매매 거래를 시작했다.
[트렌드] 한·라오스 자본시장 협력 기대 높아져
사실 지난해 라오스증권거래소가 출범할 당시까지만 해도 세계 각국은 과연 기업공개(IPO) 경험이 전혀 없는 사회주의국가에서 3개월여 만에 국영기업을 상장해 매매 거래를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많이 가졌다.

그런데 라오스 정부와 라오스증권거래소는 그런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하고 당초 약속대로 정확하게 1월 11일에 BCEL과 EDL Gen의 주식 거래를 개시했다. 라오스의 정부 관료 및 국민들의 국민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이는 라오스증권거래소의 설립과 출범, 상장 심사, 전산 등을 사실상 담당하고 있는 한국거래소와 코스콤의 지원과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더욱이 라오스 현지의 열악한 환경에서 한국 자본시장 국제화를 위해 애쓰고 있는 현지 파견자들이 박수를 받을만하다.

국영기업 2곳 상장…5개 기업 상장 준비

지난해 11월 30일에는 한국과 라오스 자본시장 교류에 초석을 다지는 또 하나의 중요한 사건이 있었다. 다름 아니라 라오스 최대 민간 기업 코라오그룹의 모회사인 코라오디벨로핑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코라오홀딩스가 한국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것이다. 이는 라오스 증시가 개장되기 전에 이뤄진 것으로 라오스 기업이 라오스 국내외를 통틀어 최초로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역사적인 일이었다.

물론 코라오홀딩스의 상장이 결실을 보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특히 라오스 국가 자체에 대한 정보와 이해 부족이 큰 문제였다. 하지만 라오스가 사회주의국가이지만 외국인투자보호법이나 배당 송금 등에 이미 국제화된 기준을 채택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투자하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결국 400 대 1에 가까운 일반 청약률과 2조 원이 넘는 청약 자금이 몰렸다. 현재도 공모가 수준을 훨씬 웃도는 가격으로 왕성하게 거래되고 있다.

코라오홀딩스의 상장은 라오스를 한국에 소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더욱이 라오스 증시 개막으로 한국 투자자들의 라오스 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한국 기업들의 라오스 진출에도 더욱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BCEL과 EDL Gen의 실제 공모 및 상장 과정을 좀 더 들여다보자. 현지 언론에 따르면 BCEL과 EDL Gen은 모두 구주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공모가 진행됐다.

BCEL은 라오스 최대의 국영 상업은행이다. 라오스 정부는 이번 공모를 통해 BCEL 전체 지분 중 15%를 라오스 내국인 투자자들에게, 나머지 5%를 종업원들에게 배정했다. 공모 규모는 약 1920만 달러였다.

공모 과정은 독특하게 420명의 투자자들이 입찰에 참가해 372명이 배정받는 입찰 절차를 통해 이뤄졌다. 가장 높은 입찰 금액과 가장 낮은 입찰 금액의 차이가 무려 10배가 났는데, 과도하게 높은 금액을 써낸 응찰자에게는 주식을 배정하지 않았다.

BCEL 공모의 주간은 라오스 개발은행과 베트남계 사콤뱅크(Sacombank) 증권회사가 합작으로 설립한 란상증권(Lane Xang Securities Public Company)이 담당했다. LSX 관계자에 따르면 입찰증거금(청약증거금)을 20% 받았다.

주식이 배정됐는데도 신청하지 않은 경우 증거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번 구주 매각으로 조성된 공모 자금은 인터넷 뱅킹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늘리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EDL Gen은 라오스의 풍부한 수력발전을 관장하는 전력청 자회사라는 점에서 BCEL보다 더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25%의 구주를 매각한 공모 규모도 1억1540만 달러로 BCEL의 6배에 달했다. 라오스의 경제 규모에 비춰 볼 때 상당한 규모라고 할 수 있다.

공모 물량과 가격 때문인지 EDL Gen은 1차 입찰에서는 응찰(청약)이 미달했다. 하지만 라오스 수력발전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에 힘입어 2차 응찰에서 공모 물량을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15%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10%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각각 배정됐다.

EDL Gen의 주간 증권사는 이번에 함께 상장된 국영 상업은행 BCEL과 KT Zimico라는 태국계 증권사가 합작으로 설립한 BCEL-KT가 맡았다. 이번 구주 매각으로 조성된 공모 자금은 추가적인 발전소 건립에 사용될 계획이다.
[트렌드] 한·라오스 자본시장 협력 기대 높아져
라오스 기업 지난해 한국거래소에 상장

라오스 국영기업 2곳의 상장은 라오스 자본시장의 물꼬를 열었다는데 역사적인 의의가 있다. 더욱이 주식에 대한 초보적인 지식이 부족한 라오스 투자자들이 이번 공모에 참여해 주식 분산 요건 등을 성공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를 보기 좋게 씻어 냈고 지하경제에서 음성적으로 유통되던 자금을 자본시장을 통해 양성화하는 데도 기여했다. 이와 함께 이번에 라오스 정부는 국영 은행과 전력청 자회사를 성공적으로 상장함으로써 국영기업 민영화의 첫 단추를 훌륭하게 끼웠다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추가적인 국영기업(라오텔레콤·라오항공 등)의 IPO를 통한 민영화가 지속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최근에는 BCEL 상장을 주관했던 란상증권이 5개의 라오스 기업(Khampaysana Construction, Daoheuang Group, Lao-Indochina Group, Sky Mining, Bouviseth College)과 상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해 민간 기업의 상장도 줄을 이을 전망이다.

필자가 지난해 9월 라오스증권거래소의 개장이 임박했다는 글을 기고한 이후 코라오홀딩스의 한국거래소 상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고, 라오스증권거래소에 국영기업 상장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한국거래소와 금융 감독 당국, 한국 투자자들은 코라오홀딩스의 상장을 통해 라오스라는 나라와 라오스 기업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측면에서 앞으로 라오스증권거래소에 상장됐거나 상장될 알짜배기 라오스 기업들의 한국거래소 2차 상장도 머지않아 가시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라오스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상품이나 사모 펀드도 곧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계 증권사도 조속히 이 시장에 진출해 라오스 자본시장의 발전에 따른 성장 과실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트렌드] 한·라오스 자본시장 협력 기대 높아져
이행규 법무법인 지평지성 변호사

서울대 법대 졸업. 사법연수원 제28기 수료. 미국 컬럼비아 로스쿨 법학석사. 뉴욕 주 변호사 시험 합격. 미국 화이트 앤드 케이스(White&Case) LLP 뉴욕사무소 근무. 법무법인 지평지성 파트너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