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경제 발전을 통해 부를 축적해 온 경제 선진국들은 일찍감치 선진국 대열 입성을 자축했다. 황폐해진 지구와 하루 생계비가 1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생활을 하는 10억 명의 가난한 사람들을 둔 채로 말이다. 지금 세계 인구의 20%가 전 세계 소득의 2%를 얻고 상위 20%의 부자들이 전 세계 소득의 74%를 거둬들인다. 그 막대한 소득은 가난한 사람들에게까지 선진국 국민들의 삶을 동경하게 만들어 온갖 종류의 소비 상품을 만들어 팔아 얻은 것이다. 물론 그 소비 상품은 지구환경과 자원을 약탈해 만들진 것들이다. 그뿐만 아니라 선진국들은 금융 시스템을 통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다.
[Book] ‘성장 없는 번영’ 경제성장이 불러온 시장 몰락
그러나 2008년 말 금융 거품이 터지며 전 세계는 재앙의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실업률은 급상승했고 세계는 장기적인 경기 침체 전망에 직면했다. 각국 정부와 지도자들은 은행과 대기업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다. 그 목적은 금융계와 거대 기업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킴으로써 시중 자금의 유동성이 회복되고 수요가 다시 확대돼 경기 침체를 멈추는 데 있었다. 좀 더 궁극적으로는 계속해서 경제성장을 추구할 수 있도록 지금의 경제 시스템을 지켜 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엔 누구도 말하지 않는 진실이 숨어 있다. 현재의 경제체제는 번영을 위해 경제성장에 매달려 왔다. 지금까지의 경제성장은 끊임없이 경제 주체들의 부채와 소비 수요를 증대시키며 달성해 왔다. 그리고 그 끝은 최근의 위기 상황이 대변해 주고 있다. 한마디로 경제성장을 위한 정책들이 경기 침체를 불러온 것이다. 저자는 “지금의 시스템을 유지해서는 모두가 파멸의 길로 접어들 게 분명하다”며 “경제성장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바라는 우리의 열망과 유한한 지구가 지닌 한계가 조화를 이루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팀 잭슨 지음|전광철 옮김|308쪽|착한책가게 펴냄|1만6000원



이동환의 독서 노트
‘얼음의 나이’
지구온난화 논란, 얼음이 끝장내다
북 칼럼니스트 eehwan@naver.com
[Book] ‘성장 없는 번영’ 경제성장이 불러온 시장 몰락
오코우치 나오히코 지음|윤혜원 옮김|412쪽|계단 펴냄|1만8000원

남극대륙은 지구상 어떤 나라의 영토도 아니다. 1959년 남극조약에 의해 평화적인 과학 조사만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곳에 세종기지를 설치하고 과학자를 파견해 많은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동토의 땅인 이곳에서 어떤 과학적 연구가 수행되는지에 대해 일반인들은 잘 모른다. 그렇지만 한 가지 연구만 기억해도 남극에서의 과학 활동의 중요성을 잘 알 수 있다.

남극의 빙상, 즉 얼음 두께는 제일 두꺼운 부분이 4km에 달한다. 이 얼음 안에는 지구 과거의 역사가 담겨 있다. 이 역사를 밝혀낸 장소는 러시아의 보스토크 기지다.

보스토크 기지의 연평균 기온은 섭씨 영하 55도에 달할 정도로 남극에서도 매우 척박한 지역이다. 이곳은 1983년 7월 21일 섭씨 영하 89.2도의 최저기온을 기록했다.

남극은 건조한 지역이어서 강설량이 적다. 북극권의 그린란드보다 강설량이 적다. 그래서 그린란드 빙하는 3km 깊이를 채취해도 13만 년 전의 과거를 알아낼 수 있을 뿐이지만 같은 길이의 남극 빙하는 50만 년에서 100만 년까지의 과거를 복원해 낼 수 있다. 요컨대 남극의 얼음은 오래된 지구의 기억을 담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남극의 얼음 속에 무엇이 있는데 그럴까’하는 궁금증이 인다.

눈이 내리면 이것이 얼음이 되는 과정에는 시간이 걸린다. 처음 눈이 내리면 그 사이에 공기가 생긴다. 시간이 지나 얼음으로 변해도 그 사이에는 눈이 내린 시기의 공기가 그대로 사로잡혀 있다. 그 공기는 갇힌 당시의 대기 화학조성과 일치한다. 즉 얼음 속에 든 공기는 ‘대기의 화석’과 다름이 없다. 1967년 빙하코어 굴착이 시작된 이후 빙하 속에서 마지막 빙하기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200ppm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현재는 380ppm에 달한다. 이 변화로 지난 한 세기 동안 지구의 평균기온은 약 1도 증가했다.

혹자들은 기온 상승이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보스토크 기지에서 밝혀낸 사실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명백한 진실 앞에서 지금은 어떤 논란도 없다. 과거의 기후를 안다는 것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의미다. 즉 우리는 이산화탄소 농도를 줄여야 한다는 진리를 얼음을 통해 배우고 있는 셈이다.



다시 하이힐을 신다
[Book] ‘성장 없는 번영’ 경제성장이 불러온 시장 몰락
캐롤 피시맨 코헨·비비안 스티어 라빈 지음|나은경 옮김|334쪽|애플미디어|1만5000원

아이 양육을 위해 직장을 그만둔 고학력 여성들이 다시 일터로 복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지침서다. 두 저자는 하버드 MBA를 나온 미국 최고의 엘리트 여성이지만 10여 년간 아이를 낳아 양육하며 전업주부로 머물러 있었다. 오랜 경력 단절 기간을 극복하고 재취업하기 위해 고민하던 이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각 분야에서 재취업에 성공한 100여 명의 경력 단절 여성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성공 요인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효과적인 재취업 노하우를 풀어놓았다.



다시, 열정의 시대
[Book] ‘성장 없는 번영’ 경제성장이 불러온 시장 몰락
권국주 지음|300쪽|어문학사 펴냄|1만8000원

1993년 국내 최초로 대형 마트인 이마트를 들여와 마트 경영의 귀재로 불렸던 권국주 전 신세계 대표이사의 자전 에세이다. 한국형 대형 유통 마트 이마트는 미국 초대형 유통 기업 월마트를 이기고 국내 유통시장을 변화시켰다. 비결은 가격 파괴 마케팅이다. 책은 저자의 새로운 생각으로 유통의 변화를 일으킨 경영 이야기를 다룬다. 이 외 회원제 마트 유통업 코스트코, 한국 커피 문화 ‘붐’의 시작인 스타벅스 도입 등의 과정을 소개하며 저자의 경영 철학을 전한다.



컨테이저스
[Book] ‘성장 없는 번영’ 경제성장이 불러온 시장 몰락
조나 버거 지음|정윤미 옮김|368쪽|문학동네 펴냄|1만6000원

왜 어떤 제품은 입소문이 나는 데 성공하고 어떤 제품은 실패하는 걸까. 저자는 제품이나 아이디어를 사회적으로 히트시키기 위한 6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자신을 사회적으로 돋보이게 하는 제품이나 아이디어를 공유하라 ▷고객들이 제품이나 아이디어를 계속 떠올릴 수 있는 ‘기폭장치’를 넣어라 ▷감성을 자극하라 ▷군중심리를 활용하라 ▷실용적인 가치가 있는 정보를 공유하라 ▷스토리 안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삽입하는 ‘트로이의 목마’ 전략을 사용하라 등이다.



왜 따르는가-스티브 잡스의 사람 경영법
[Book] ‘성장 없는 번영’ 경제성장이 불러온 시장 몰락
제이 엘리엇 지음|이현주 옮김| 304쪽|흐름출판 펴냄|1만6000원

스티브 잡스의 경영 스타일은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후 기업인들이 지키며 살아온 거의 모든 법칙에 어긋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그는 비판적이고 괴팍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방식은 단순한 성공에 그치지 않고 시대의 생활 방식을 바꿔 놓으며 애플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끌어올렸다. 저자는 잡스가 직접 고용해 자신의 멘토로 삼았던 인물로, 잡스가 조직 안팎에서 그토록 사람들을 열광시켰던 비법을 집중 조명한다.
[Book] ‘성장 없는 번영’ 경제성장이 불러온 시장 몰락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