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신생 기업으로 페이스북에 안겨…2조 원 인수가에 업계 ‘깜짝’

[실리콘밸리 통신] ‘매출 0’으로 대박 터뜨린 오큘러스 VR
페이스북에 인수되면서 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회사가 있다. 바로 가상현실 장치를 만드는 하드웨어 신생 회사 오큘러스 VR다. 3차원 게임 같은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오큘러스 리프트’를 만드는 곳이다. 이 딜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른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실리콘밸리에서 더 이상 하드웨어 회사에 대해서는 딜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특히 최근의 굵직한 딜들은 주로 와츠앱이나 인스타그램 등 주로 소셜 네트워킹과 같은 모바일 서비스 회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하드웨어라고 하면 주로 삼성이나 애플과 같은 대기업들이 할 수 있는 일로 여기곤 했다.

또한 오큘러스 VR는 창업 2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 기업으로, 킥스타터에서 행해진 것을 제외하면 당연히 매출은 ‘0’이고 아직도 프로토타입을 개발 중이다. 매출이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아직도 유저가 0명인 기업이라는 점에서 2조 원이라는 큰 금액에 페이스북에 인수되는 선례는 실리콘밸리에 아주 강한 임팩트를 남기고 있다.

이 기업의 최초 스타팅은 킥스타터라고 하는, 소위 크라우드 펀딩에서 이뤄졌다. 이와 같이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해 시작한 회사가 높은 가치에 매각됨으로써 킥스타터와 같은 크라우드 펀딩 역시 재조명되기에 이르렀다.

오큘러스 VR를 인수한 회사가 삼성도 애플도 다른 어떤 하드웨어 기업도 아닌 페이스북이라는 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모바일은 오늘의 플랫폼이고 우리는 내일의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오큘러스 VR를 통해 미래의 플랫폼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마크 저커버그 “미래의 플랫폼 만들 것”
이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가트너의 애널리스트는 “가상현실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하고 인수 발표가 난 날의 페이스북 주가는 하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래의 일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오큘러스 VR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창업자인 폴머 러키는 헤드마운티 디스플레이라고 불리는 가상현실 장치에 도취해 여러 가지 물건들을 모으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2012년 E3라고 불리는 게임 콘퍼런스에서 ‘둠3’라는 게임으로 자신이 만든 디바이스를 공개한다.

그 후 2012년 8월 킥스타터 캠페인을 통해 회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한 자금 마련에 나섰다. 당초 25만 달러를 모집하려는 계획이었는데, 결국 10배에 해당하는 244만 달러가 몰려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9522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또한 킥스타터의 펀딩으로 회사는 성공적으로 초기 버전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약속한 스케줄인 2012년 12월까지 일정을 맞추지 못하고 원래 계획했던 버전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오큘러스 VR는 2014년 3월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올해 7월 새로운 버전을 론칭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캘리포니아의 어바인에 근거지를 두고 있고 샌프란시스코와 텍사스 그리고 해외에서는 유일하게 한국에 자회사를 가지고 있다.

페이스북은 4억 달러의 현금과 16억 달러어치의 주식으로 오큘러스 VR를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3월 25일 발표했다. 이와 함께 대학을 중퇴한 21세의 창업자 폴머 러키는 실리콘밸리에서 또 한 명의 전설적인 인물로 부상했다.


정직한 객원기자·전 갈라넷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