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BOOK] 세탁기 설명서보다 쉬운 경제학
장하준 지음┃김희정 옮김┃부키┃496쪽┃1만6800원

팀 하포드의 베스트셀러 ‘경제학 콘서트2(한국어판 제목:당신이 경제학자라면)’의 영문판 제목은 ‘인생의 논리(Logic of Life)’다.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괴짜 경제학’의 저자 스티븐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는 경제학이 ‘모든 것의 이면(Hidden side of Everything)’을 파헤치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2008년 금융 위기 전까지 대다수의 경제학 전문가들은 시장은 실패가 없고 그나마 존재하는 시장의 사소한 결함은 현대 경제학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설파했다.

1995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루카스는 2003년에 아예 “공황을 예방하는 문제는 이제 해결됐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5년 후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졌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의 눈에는 이들이 심각한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혔거나 굉장한 오만에 빠져 있거나 둘 중 하나다. 저자는 경제학자들의 이런 모습이 현재 경제학의 주류를 차지한 신고전학파가 경제학을 규정하는 태도에서 기인한다고 비판한다. 전작인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통해 주류 경제학의 허점을 혁파하는 데 힘써 온 그의 이력답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와 신고전파 경제학에 대한 최전방 공격수를 자처하면서도 가장 대중적인 경제학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장하준 교수의 신작이다. ‘주류 경제학이 자초한 경제학 불신의 시기에 우리 시대의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경제 입문서를 쓰자’는 출판사의 제안에 장 교수가 의기투합한 결과물이다. 특히 영국 지식계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던 ‘펠리컨북스’의 출판이 25년 만에 재개되면서 그 출발을 알리는 첫 책이기도 해 영국 내의 관심이 더욱 뜨겁다.

책은 새뮤얼슨, 맨큐 등 경제학자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는 또 하나의 경제학 입문서가 아니다. 현실의 벽에 부닥친,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현실을 호도해 온 경제학을 근본부터 뒤집는 새로운 대중적 경제학 교과서다. 장 교수는 경제학은 절대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고 말한다. 물리학·수학·화학 같이 하나의 정답만 있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인간들이 도덕적·정치적 가치판단을 적용해 결국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리는 것이 경제학의 요체라는 주장이다.

경제문제에 하나의 정답만 있는 게 아니라면 더 이상 이를 극소수의 전문가들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다. 저자는 “고등학교 교육 정도에, 한 번에 몇 문단을 읽어 내려 갈 수 있는 정도의 참을성만 있다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말한다.



이종우의 독서 노트
‘투명인간’
[BOOK] 세탁기 설명서보다 쉬운 경제학
모진 세상을 견뎌낸 바보들

성석제 지음┃창비┃370쪽┃1만2000원

당신은 어떤 유년의 기억을 가지고 있나요. 혹시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든가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라는 표어에 익숙하진 않나요. 장남은 아버지와 맞잡이라는 어머니 말에 토 달지 않고 돈 되는 건 모두 큰형의 학비에 들어가도 무신경하지 않았나요. 그렇다면 당신도 작가 성석제가 쓴 ‘투명인간’을 한 번은 접해 본 사람입니다.

하루 종일 먹을 것만 생각하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항상 배가 고파서겠지요. 유치원은 생각도 못했고 갓 입학한 초등학교는 한 반이 100명을 넘었습니다. 웬 아이들이 그렇게 많은지 그리고 왜 그렇게들 못 사는지 코 흘리는 놈, 목욕해 본 적이 없는지 때가 줄줄 흐르는 놈 등 별의별 인간들이 다 있었습니다. 투명인간은 초등학교에도 있었습니다.

교련을 아시나요. 고등학생이 군복 비슷한 옷을 입고 플라스틱 총을 들고 ‘찔러 총’ 동작을 하는 겁니다. 여학생들은 붕대를 매는 연습을 했고요. 전쟁이 나면 간호병 대신 쓰기 위해서라는데 그게 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 군인 출신인 교련 선생님은 학교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었습니다. 학교는 무자비한 폭력이 상존하는 곳이었습니다. 때리고 맞는 게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나라 전체가 폭력투성이인데 학교라고 별 수 있었겠어요. 투명 인간의 시대에….

대학에 가니까 갑자기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공부를 안 해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고 수업을 빼먹어도 혼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학, 대학 하나 보다 하고 느낄 때쯤 이상한 인간들이 나타났습니다. 유신 체제를 부정하고 광주의 폭도들을 민주화 투사라고 하는 불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빨갱이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도 그들이 쓰는 단어에 익숙해졌고 법전을 끼고 다니는 사람들을 경멸하기 시작했습니다. 투명인간들 같으니라고 하면서….

숨죽이고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독재 타도를 외쳤고 세상천지가 최루탄투성이가 됐습니다. 무너질 리 없다고 생각했던 독재자가 손을 들었습니다. 노동자들도 잃어버린 권리를 찾기 위해 파업에 들어갔고요. 투명인간들이 제대로 한판을 한 겁니다.
투명인간은 누굴까요. 작가 성석제가 만든 인물 ‘김만석’ 한 사람일까요. 투명인간은 각박한 이 세상을 바보같이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투명인간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jwee@imvestib.com



강대국의 경제학
[BOOK] 세탁기 설명서보다 쉬운 경제학
찬란했던 로마제국의 멸망을 떠올려 보자. 강대국은 이민족에게 무너진다는 것은 역사적 통념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발렌스 황제가 고트족에게 치욕적인 패배를 당한 아드리아노플 전투를 로마가 쇠퇴와 멸망으로 돌아선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저자들은 아드리아노플 전투 수세기 전부터 로마가 내부적으로 썩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로마 쇠퇴의 시작으로 지목한 시점은 로마의 전성기인 5현제 시대로, 그즈음부터 로마의 경제가 성장에서 쇠퇴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글렌 허버드·팀 케인 지음┃김태훈 옮김┃민음사┃404쪽┃2만5000원



병원을 브랜딩하라
[BOOK] 세탁기 설명서보다 쉬운 경제학
의료계 일선에서 18년 동안 헬스 마케터로 일해 온 저자는 병원에서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도 기업이나 상품 이미지와 마찬가지로 자기만의 색깔·특징·진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과정이 바로 병원 브랜딩이다. 구체적으로 4가지 방법인 네이밍·콘셉트·스토리·홍보(PR)에 대해 이론만이 아니라 현장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 책은 지난 18년 동안 현장에서 병원의 홍보맨, 영업 사원을 자처해 온 저자의 서번트 리더십의 결과물이다.

앤드루 스마트 지음┃윤태경 옮김┃미디어윌┃208쪽┃1만3000원



악마 백과사전
[BOOK] 세탁기 설명서보다 쉬운 경제학
어느 시대나 악마의 실재를 의심했지만 완전히 부정하지는 못했다. 악마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항상 달콤한 속삭임으로 끊임없이 인간을 죄악의 길로 유혹하는 어둠의 존재로 인식돼 왔다.

오컬트계의 최고 권위자인 프레드 게팅스가 쓴 이 책은 신비술과 마법 및 악마학 분야에 나오는 악마들의 이름과 악마 체계, 전문 용어 등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백과사전이다. 여기에 악마의 기호·인장·소환술 등 악마 관련 지식을 140여 컷의 일러스트와 함께 소개해 이해를 돕는다.

프레드 게팅스 지음┃강창헌 옮김┃552쪽┃2만3000원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