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미래를 말하다
[Book] 유럽은 다시 일어설 것인가
앤서니 기든스 지음┃이종인 옮김┃책과함께┃328쪽┃2만 원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은 1946년 9월 스위스 취리히대에서 역사에 남을 연설을 했다.

“나는 오늘 여러분에게 유럽의 비극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아주 넓은 지역에서 고통 받고 굶주리고 근심하고 당황하는 무수한 사람들이 폐허가 된 그들의 도시와 고향의 모습에 경악하고 (…) 그러나 처방이 있습니다. 만약 이것을 여러 나라의 압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금 즉시 널리 채택한다면 그 처방은 마치 기적을 일으킨 것처럼 모든 풍경을 바꿔 놓을 것입니다. (…) 이 소란스럽고 강력한 대륙에서 제각각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확장된 애국심과 공통의 시민정신을 부여해 줄 유럽공동체를 구축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러므로 나는 여러분에게 말합니다. 유럽을 일어서게 하라!”

처칠의 이 연설은 이후 유럽연합(EU) 창설의 기초가 됐다. 처칠의 바람대로 ‘유럽합중국’ 건설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70여 년이 흐른 지금 유럽은 단일 통화인 유로, ‘미니 헌법’인 리스본 조약, 유럽 내 국경을 없앤 솅겐 조약 등을 통해 공동체를 이루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외적인 성공 뒤엔 EU의 해체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득세한다. 이런 상황은 경제 불황을 맞으면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남유럽 국가들의 경제 위기에서 비롯된 유로화 체제의 불안정성, 자국 이기주의 등은 유럽합중국의 꿈을 더욱 요원하게 만들며 통일된 유럽이 아닌 다시 ‘소란스러운’ 유럽으로 회귀하는 분위기다.

영국의 세계적 석학 앤서니 기든스는 대표적인 유럽 통합주의자다. 그에 따르면 현재 EU의 행정 조직은 이사회·집행위원회·의회로 이뤄진 첫째 조직인 EU1과 선별적이고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EU2로 분리돼 있다. EU2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그 외 한두 명의 회원국 지도자, 유럽중앙은행(ECB)과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이다.

기든스는 오늘날 EU가 큰 위기에 봉착한 결정적 원인으로 유로화 체제의 불안정성을 지목한다. 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그는 “EU는 거의 모든 선진국이 겪고 있는 문제에 직면해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유로화의 안정 너머 연방제 구조 위에서 더 강력한 ‘통합 유럽’을 이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막대한 국가 부채와 구제금융 등 유로화 안정을 위한 독일의 구체적인 역할 제시를 비롯해 유럽식 복지제도의 존속을 위한 방안, 새로운 산업 체계 구상, 자국 기업 국내 유치와 청년 도제 시스템을 통한 실업률 해결,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환경문제 개선 등 거의 모든 사회·경제·정치 이슈에 대한 문제와 해답을 구체적이고 실천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종우의 독서노트
[Book] 유럽은 다시 일어설 것인가
‘21세기 자본’
불평등과 혁명의 상관관계

토마 피케티 지음┃장경덕 외 옮김┃글항아리┃820쪽┃3만3000원

자본주의의 역사는 격변의 역사다. 19세기는 불평등의 시기였다. 산업혁명 후 경제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자본이 독점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부자들의 재산이 쌓여 가는 것에 비례해 처음 기계를 만지는 노동자의 생활은 힘들어졌다. 마르크스는 이런 불균형에 주목해 자본주의의 몰락과 공산주의의 도래를 예견했다.

1914년부터 불평등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1·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1930년대엔 대공황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소수가 자본을 독점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깨달았다. 그 반성으로 누진 소득세와 상속세 등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세금이 도입됐다. 때맞춰 시작된 높은 경제성장도 불평등을 개선하는 역할을 했다.

1980년 레이건과 대처가 집권하는 이른바 보수 혁명을 겪으면서 또 한 번 반전이 일어났다. 미국과 영국 정부는 후발 선진국이 따라올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부자들에게 혜택을 몰아주는 정책을 폈다. 어렵게 명맥이 유지되던 빈부 격차 축소 방안들은 자취를 감췄다.

자본 수익률이 국민소득 증가율보다 높을 때 경제적 불평등이 발생한다. 소수의 부자들이 자본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수익률이 높아질수록 부자들의 재산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국민소득이 높아질 경우인데, 경제가 성숙해 성장률이 투자 수익보다 낮아지는 순간 빈부 격차가 다시 커지게 된다.

지난 300년간의 통계를 보면 자본과 국민소득 사이에는 일정한 관계가 성립했다. 불평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19세기에 자본 규모는 국민소득의 6배 정도였다. 20세기 초·중반 불평등이 완화됐을 때 그 비율은 2배로 내려앉았다. 지난 100여 년간 경제적 불평등이 계속 개선돼 온 것이다. 1980년대 들어 늘기 시작한 자본과 국민소득 비율은 현재 6배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토마 피케티는 두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하나는 소득세 누진률 인상. 누진 소득세가 도입될 당시만 해도 세율은 70%였다. 소득세를 이용해 제1차 세계대전의 전비를 마련했기 때문인데, 1980년 보수 혁명을 겪은 후 30%까지 내려왔다. 또 하나는 세계 공동의 자본세를 신설하는 것이다. 나라마다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상황에서 실현 가능할지 의문이지만 자본의 힘을 줄이는 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피케티가 말한 두 가지 해결책 모두가 무시되고 빈부 격차 확대를 방치한다면 우울하지만 20세기 초 같은 혁명의 시기가 올 수도 있다.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iminvestib.com



[Book] 유럽은 다시 일어설 것인가
학습하는 조직

기업의 평균수명은 어느 정도일까.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기업이라고 할지라도 인간 수명의 절반 정도인 40년이 채 되지 않는다. 당장 우리가 다니고 있는 회사 역시 재직 기간 중에 사라질 확률이 반반이다. 기업이 생존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꿔 말하면 오래도록 살아남는 기업에는 도대체 어떤 특징이 있을까. 저자는 학습 조직 이론의 창시자이자 경영 혁신 분야의 선구자로 손꼽힌다. 그는 기업이 사라지는 현상이 하나의 ‘증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바로 기업의 ‘학습하는 능력’이 부재한 것에 따른 증상이라는 말이다.
피터 센게 지음┃강혜정 옮김┃에이지21┃588쪽┃2만8000원



[Book] 유럽은 다시 일어설 것인가
한계비용 제로 사회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의 신간. 자유시장의 경쟁적 기술 혁신이 생산에 필요한 한계비용을 제로 수준으로 낮춘 결과 시장에서 상품을 판매해 이윤을 남기는 자본주의 기업의 존립 근거가 근본적인 모순에 직면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왜 자본주의가 필연적으로 역사에서 사라지게 될 것인지를 설명하는 한편 ‘협력적 공유 사회’라는 새로운 경제 시대로 우리를 인도한다. 특히 ‘사물인터넷’과 ‘공유 경제’ 모델에 주목한다. 3차 산업혁명기의 사물인터넷은 2차 산업혁명을 이끈 ‘전기’의 파괴력에 버금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제레미 리프킨 지음┃안진환 옮김┃민음사┃550쪽┃2만5000원



[Book] 유럽은 다시 일어설 것인가
하버드 인생 수업

왜 하버드 졸업생은 마지막 수업에서 만들어지는 것일까. 이 책은 하버드의 특별한 마지막 수업을 소개한다. 하버드의 수업은 시끄럽다 못해 뜨겁기까지 하다. 교수의 질문에 학생들의 손이 번쩍 올라가고 논쟁과 토론이 꼬리를 문다. 그러나 마지막 수업은 다르다. 토론도, 손을 올리는 학생도 없다. 고작해야 10분. 교수들은 오직 그 순간을 위해 준비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하버드 경영대학에서 직접 수업을 받고 MBA 학위를 취득한 저자가 마지막 수업에서 들었던 교수들의 일화를 책 속에 녹여냈다.
데이지 웨이드먼 지음┃안명희 옮김┃세종서적┃240쪽┃1만3000원
[Book] 유럽은 다시 일어설 것인가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