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에 살으리랏다|청년 창업농부 최린 씨 인터뷰

농사를 짓는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젊은 청년들에게는 진입장벽이 더 높다. 농사짓는 기술이 부족한 것은 차치하더라도 농사지을 땅이나 비닐하우스를 마련할 경제적인 능력이 뒤따라주지 않는다면 시도조차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도에서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농업인의 꿈을 키우는 젊은 청년들을 위해 농업 기술교육은 물론 농장까지 빌려준다.
“교육, 농장, 자재까지 공짜! 농사지을 맛 납니다”
(사진) 경기도의 창농 팜셰어 지원을 받은 청년 농부 최린(36) 씨. ⓒ 이승재 기자

청년 농부 최린(36) 씨와의 만남은 예상을 깬 신선한 충격이었다.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의 한경대학교 실습농장에서 최 씨를 만나기로 약속한 날, 기자를 맞이한 것은 말끔한 슈트 차림의 남성이었다. ‘설마 이런 차림으로 농사를 짓는다고?’라는 기자의 속내를 읽기라도 한 듯 최 씨가 먼저 말했다.

“놀라셨죠? 보통 농사짓는다고 하면 허름한 작업복에 장화 신은 모습을 많이들 떠올리시더라고요. 하지만 전 늘 이런 복장으로 농장에 와요. 오늘 인터뷰한다고 일부러 빼입고 나온 거 아녜요. 농장에 가보시면 이해가 되실 거예요.”

실제로 그의 비닐하우스를 살펴보고 나니 수긍이 갔다. 그는 한경대학교 실습농장 내 경기도 창업농장에서 쌈채소를 수경재배하고 있다. 흙이 아닌 물 위에 농사를 짓고 대부분의 과정이 자동화로 이뤄져 굳이 작업복이 필요 없어 보였다. 스마트 농업의 현장이었다.

최 씨는 꽤 오래전부터 농부의 꿈을 키워왔다고 했다. “제가 초등학생일 때 아버지께서 그러셨어요. 앞으로는 농업이 주목받고 성장하는 시대가 될 거라고.” 아버지의 조언을 따라 그는 한경대 농대에 진학했고 대학 졸업 후에는 러시아로 건너가 고려인들을 상대로 농업기술, 영농자재 등을 전파하는 농업연구원으로 활동했다.

러시아에서 돌아와 이제는 진짜 나의 일, 내 농사를 짓고 싶다는 생각이 들 무렵 찾은 귀농·귀촌박람회장에서 경기도는 그에게 ‘창농 팜셰어’라는 맞춤형 해답을 내놓았다.

◆ 전국 최초 창농 인큐베이팅 시스템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실시하고 있는 창농 팜셰어는 귀농·귀촌을 꿈꾸는 예비 농업인들에게 최대 2년간 농업 교육과 기술지도는 물론 작물 재배와 판매, 마케팅까지 지원한다. 특

히 농지를 구할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예비 농업인들을 위해 농장과 모종 등 작물 재배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전액 지원해 예비 농업인들이 농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예비 농업인들이 무상으로 빌려 쓸 수 있는 공공임대농장은 한경대학교(경기남부)와 농협대학교(경기북부)에 조성돼 있다.
“교육, 농장, 자재까지 공짜! 농사지을 맛 납니다”
(사진) 최 씨의 50평 남짓한 비닐하우스에서는 적근대, 로메인, 케일, 치커리 등 쌈채소가 자라고 있다. ⓒ 이승재 기자

“귀농 전 충분히 경험해볼 수 있도록 교육과 농장, 자재 등을 무상으로 지원해준다니 귀가 번쩍 뜨였죠.” 최 씨의 50평 남짓한 비닐하우스에서는 적근대, 로메인, 케일, 치커리 등 쌈채소가 자라고 있다. 가격 방어가 잘 되고 수확이 빠르며 병충해에 강한 작물 위주로 선정했다.

대학에서 농업을 전공하고 사회에서의 농업 관련 경험도 풍부한 그이지만 그에게도 농사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욕심껏 모종을 빽빽하게 심었다가 병충해가 번져 눈물을 머금고 모두 뽑아내야 했던 적도 있고, 베드 전체에 한 작물만 심었더니 수확량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판매 창구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해보기도 했다.

“농업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어요. 제가 학교에서 배울 때와는 또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창농 팜셰어가 큰 도움이 됐어요. 창농 팜셰어에서 연결해준 멘토는 자신의 일처럼 앞장서서 챙겨주시고 조언도 많이 해주셨어요.”
“교육, 농장, 자재까지 공짜! 농사지을 맛 납니다”
(사진) 최 씨는 직접 재배한 쌈채소를 판매하는 ‘OMG 팜 마켓’이라는 매장도 운영하고 있다. ⓒ 이승재 기자

◆ 직접 수확한 쌈채소·샐러드 판매하는 매장 열어

창농 팜셰어의 지원을 받은 지 아직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최 씨는 이미 자신만의 독자적인 판로를 개척했다. 평택 통복시장에 ‘OMG 팜 마켓’이라는 매장을 낸 것이다. 이곳에서는 보통의 야채가게처럼 최 씨가 새벽에 직접 수확해 온 쌈채소를 판매하기도 하고, 이 쌈채소로 만든 샐러드와 간단한 음료 등을 즐길 수도 있다.

주문을 하면 손님이 보는 앞에서 최 씨가 직접 샐러드를 요리해 내준다. 실제 매장도 카페처럼 깔끔하고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교육, 농장, 자재까지 공짜! 농사지을 맛 납니다”
(사진) ‘OMG 팜 마켓’에서 판매하는 쌈채소와 샐러드. ⓒ 이승재 기자

최 씨는 창농 팜셰어의 지원을 받는 동안 차근차근 내실을 다져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제 좌우명이 ‘머리를 쓰는 농업경영인이 되자’예요. 농업은 흔히들 몸을 쓴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 농업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어요.

과거의 방식에 머물러 있다가는 금방 도태되고 말 거예요. 그래서 전 스스로를 ‘농부’나 ‘농업인’이라고 부르지 않고 ‘농업연구원’이라고 불러요. 늘 연구하는 자세로 기초를 튼튼하게 다진 뒤 경기도가 임대해준 농장에서 당당하게 독립하는 것이 다음 목표입니다.”

◆ OMG 팜 마켓
주소 경기도 평택시 통복시장2로11번길 12
전화 031-656-3293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omg_farm_market
메뉴 쌈채소 3000원(130~150g), 샐러드 7000원

◆ 경기도 귀농·귀촌 완전정복 방법

실패 없는 귀농·귀촌을 위해서는 귀농·귀촌의 과정과 절차, 지원받을 수 있는 혜택 등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경기도는 성공적인 귀농·귀촌을 위해 귀농·귀촌을 결심하는 단계부터 준비하는 기간, 실행에 옮기고 적응 및 자립하기까지 각 단계별로 다양한 맞춤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 농장, 자재까지 공짜! 농사지을 맛 납니다”
(사진) 창농 팜셰어 실습 모습. ⓒ 경기도 아카이브

◆ 창농 팜셰어
창업(농) 예정자가 안정적으로 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공공임대농장을 제공해 생산과 유통, 판매까지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모의창농 양성프로그램.
규모 165㎡ (50평)×40개동(한경대학교 20, 농협대학교 20)
기간 2017년 1월~12월
대상 경기도 거주 50세 미만 창농 희망자
내용 하우스 설치비(철골, 개폐, 관수시설 등), 기초부지공사, 농자재 및 농기구 구입, 예비 창농인 교육비, 선도농가(멘토) 교육지원금, 전문가 교육비, 기타 운영비 등
문의 경기도 농업정책과 031-8008-4448

◆ 청년창농 팜발전소
청년들의 농업분야 취·창업을 위해 경험하고 성장하는 인큐베이팅 플랫폼.
규모 30명
기간 2017년 1월~12월
대상 귀농·귀촌에 관심 있는 창농 희망 청년
내용
- 예비 귀농·귀촌 청년리더 마케팅 체험교육
- 농업 취·창업을 위한 현장포럼, 농촌캠프 등
- 농식품 보급, 판매 유통을 위한 온·오프라인 홍보 유통 지원
문의 농식품유통진흥원(귀농귀촌센터) 070-5086-5320

◆ 귀농 창업 및 주택자금 지원
창업 및 주거공간 마련 지원을 통해 신규 농업인을 육성하고 농촌의 활력 증진도모.
재원 금융자금 100%(이차보전사업, 농협)
대출한도 및 금리
- 농업창업자금 : 세대당 3억원, 2%(만 65세 이하)
- 주택 구입 및 신축 : 세대당 7500만원, 2%
지원 자격 및 요건
- 농촌지역 전입일로부터 만 5년이 경과하지 않은 날로부터 사업신청일 전에 세대주(단독세대 가능)가 가족과 함께 농어촌으로 이주하여 실제 거주하면서 농업에 종사하고 있거나 하고자 하는 자
- 농촌지역 전입기준으로 1년 이상 농촌 외 지역에서 거주한 자
- 농식품부, 농촌진흥청, 산림청, 지자체 주관 귀농교육 100시간 이상 이수자
문의 경기도 농업정책과 031-8008-4448

◆ 농·귀촌 지역공동체 활성화 구축
귀농·귀촌인과 지역주민과의 관계 활성화 및 문제해결을 위한 학습동아리 모임으로 상생협력 기여.
기간 2017년 5월~12월
대상 귀농·귀촌인, 지역주민
내용
- 귀농·귀촌인의 기존 지역 내 학습조직(연구회, 작목반) 참여 유도
- 귀농·귀촌인과 마을주민이 함께하는 동아리 모임 및 행사 지원
- 귀농·귀촌인과 지역주민 대상 교육과정 개설지원(찾아가는 학습)
- 지역민과 공동사업 지원(지역사회 발전 프로젝트)
문의 농식품유통진흥원(귀농귀촌센터) 070-5086-5320

◆ 귀농창업활성화 지원
현장실습형 귀농교육 이후 창업설계 지원을 통한 신규농업인의 창업역량 강화 및 농업기술기반형 일자리 창출.
기간 2017년 3월~10월
인원 90명
과정 3과정(창업설계반, 현장실습반, 심화코칭반)
내용 동기부여, 사례분석, 창업설계, 창업심화코칭, 현장실습 등
문의 경기도농업기술원 지도정책과 031-229-5857
“교육, 농장, 자재까지 공짜! 농사지을 맛 납니다”
(사진) 귀농·귀촌 대학 수업 모습. ⓒ 경기도 아카이브

◆ 귀농·귀촌 대학 운영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을 대상으로 이론 및 실습형 교육을 제공해 성공적인 농촌 정착에 기여.
기간 3개 대학, 6개 과정 250명
인원 2017년 4월~12월
과정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
내용 귀농·귀촌 정책, 마케팅, 작목별 영농기술, 농기계 안전운전교육 및 실습, 영농견학, 현장실습 등
- 신한대 : 35명/약용작물
- 여주농전 : 30명/원예
- 농협대 : 128명/채소, 밭작물, 특용작물, 귀농심화
문의 농식품유통진흥원(귀농귀촌센터) 070-5086-5320
“교육, 농장, 자재까지 공짜! 농사지을 맛 납니다”
(사진) 선도농가를 둘러보고 있는 신규농업인들. ⓒ 경기도 아카이브

◆ 신규농업인 현장실습 교육
귀농인에게 영농기술 및 품질관리, 경영·마케팅, 창업 등에 필요한 단계별 실습교육 등을 통해 안정적인 정착 유도.
기간 2017년 3월~10월
인원 귀농·귀촌 교육 400명, 현장실습 교육 7명
과정 귀농·귀촌 교육 및 현장실습 교육
내용 영농기술 교육, 작목별 선도농가 협력 현장실습, 습득기술의 자가영농 적용실습, 창업관련 전문기술 습득 등
문의 경기도농업기술원 지도정책과 031-229-5857
“교육, 농장, 자재까지 공짜! 농사지을 맛 납니다”
(사진) 농기계 운전 교육을 받는 신규농업인들. ⓒ 경기도 아카이브

◆ 신규농업인 영농 기초기술 교육
귀농·귀촌인에게 체계적인 기초 영농기술과 농업정보를 제공하여 성공적으로 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교육.
기간 2017년 3월~10월
인원 360명
과정 4과정(기초반, 중급반, 마케팅반, 영농실습반)
내용 귀농·귀촌 정책, 마케팅, 작목별 영농기술, 농기계 안전운전 교육 및 실습, 영농견학, 현장실습 등
문의 경기도농업기술원 지도정책과 031-229-5857

◆실패없는 귀농·귀촌, 이것만 명심하세요!
1. 영농기술부터 배우라
2. 가족들과 충분히 상의하라
3. 귀농 전 농촌생활의 손익계산서를 작성하라
4. 초기에 너무 많은 돈을 투자하지 말라
5. 마을 주민들에게 먼저 다가가라

◆경기도의 이색 귀농·귀촌 프로그램
귀농·귀촌 살아보고 결정해요!
“교육, 농장, 자재까지 공짜! 농사지을 맛 납니다”
(사진) 경기도는 지난 6월 26일부터 30일까지 양평군 여물리체험마을에서 ‘체류형 농촌살이 체험’을 진행했다. ⓒ 경기도 아카이브

경기도는 지난 6월 26일부터 30일까지 양평군 여물리체험마을에서 ‘체류형 농촌살이 체험’을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평소 귀농·귀촌을 꿈꾸지만 정보가 없어 망설이고 있던 이들에게 직접 농촌에서 생활할 기회를 제공해 귀농·귀촌의 실제를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예비 귀농·귀촌인 가족 20여 명이 참여했으며 일주일 동안 귀농·귀촌에 대한 이론교육뿐만 아니라 실제 농사현장을 경험했다. 또 선배 귀농인과의 대화를 통해 농업·농촌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 한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