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12월, 평택 서해대교에서 낙뢰로 인한 케이블 단선 사고가 발생, 소방관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병곤 소방령이다. 경기도는 이를 출동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타까운 사고로 인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경기도의 특수재난 대응능력 강화와 소방관 처우개선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키워드 스토리] 영웅을 영웅답게 ‘이병곤 플랜’
(사진)지난해 11월 열린 ‘경기도 소방력 강화 대책’ 브리핑 모습. �경기도 아카이브

고 이병곤 소방령의 이름을 그대로 딴 ‘이병곤 플랜’은 도민 안전을 위해 일선현장에서 노력하는 소방관들의 근무여건 개선을 주요 골자로 한다. 영웅을 영웅답게 대우하자는 취지의 이병곤 플랜은 ▲장비와 인력 확충 ▲근무환경 개선 ▲의료서비스 혁신 ▲노후 소방장비 전면교체 ▲특수재난 대비태세 강화 ▲대응능력 향상 등 6개 분야로 이뤄져 있다.

◆소방관 매년 500명 증원, 장비 노후율 제로 도전

경기도는 2020년까지 매년 500여 명씩 소방관을 증원해 현장 근무인력과 현장대응단장의 100% 3교대 근무를 실현할 방침이다. 현재 도내 일부 소방서에서는 인력부족으로 24시간 근무 후 하루를 쉬는 2조 2교대 근무가 시행 중인데, 피로 누적과 비정상적인 생활로 인한 문제 등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았다.

도는 인력충원을 통해 3교대 근무율을 2016년 82%에서 2020년 100%로 높인다는 계획이다.경기도 내 소방인력은 현재 7388명으로 2020년이면 9534명이 된다.

또한 안전한 근무환경을 만들기 위해 특수방화복과 안전장갑 등 개인안전장비를 경기도가 100% 지급하고, 이들 개인장비의 노후율을 0%로 유지하기로 했다. 개인장비가 제때 보급되지 않아 자비로 개인장비를 구입하는 사례가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도는 2018년까지 모두 149억원을 지원한다.

◆소방관의 건강과 가족도 소중하게

맞춤형 보육시설 지원과 소방청사 대기환경 개선, 복지예산 확대 등 근무환경 개선도 이뤄진다. 도는 3교대 근무에 적합한 맞춤형 보육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각 소방서별로 24시간 보육이 가능한 어린이집을 지정해 운영하기로 했다.

잦은 야간근무 때문에 소방관들이 결혼이나 출산을 회피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것으로 2017년부터 총 39개소를 지정해 운영할 방침이다. 도는 보육시설 확대에 따른 보육교사 인건비와 운영에 필요한 추가 경비 5억8000만원을 매년 전액 도비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여성소방공무원 복지증진을 위한 전용 휴게실 30개소 설치와 방화복 전용세탁기 보급(34개서) 61억원, 구급대원 MRI 검진비 지원 6억원,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 심리치유비 4억원 등 복지예산을 마련하기로 했다.

◆근무 중 부상 치료비는 경기도 전액 부담

안심하고 구조활동을 벌일 수 있는 의료서비스 혁신에도 눈길이 간다. 도는 분당서울대병원 등 대형 의료기관과 연계, 병원 내에 소방관 치료만 담당하는 전담 의료인력을 배치하기로 했다. 또, 단체보험 보장강화 등의 방법으로 구조나 화재진압 활동 중 부상을 입은 소방관들의 의료비 전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는 공상 소방관의 경우 통증주사치료, 보조기구 사용, 상급병실료 등이 지원되지 않는다.

◆오래된 소방차 2018년까지 0대로

오래된 소방차와 구조장비 노후율도 0%로 낮출 계획이다. 경기도는 2018년까지 주력 소방차 8종의 노후율을 0%로 만들기 위해 현재 187대인 노후 소방차를 2017년 101대로 줄이고, 2018년에는 0대로 낮출 계획이다. 노후소방차는 8~12년 이상 된 차를 말한다. 경기도에는 842대의 소방차가 있다.

유압절단장비, 매몰자 탐지기 같은 구조장비는 보유율 100%와 노후율 제로에 도전한다. 경기도는 현재 93.2%의 구조장비 보유율을 기록 중이다. 도는 101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내년까지 구조장비 보유율을 100%로 만들 계획이며 현재 27.5%인 구조장비 노후율을 2017년 11.4%, 2018년 0%로 낮출 예정이다.

◆지진, 붕괴 등 특수재난 대비태세 강화

지진, 붕괴, 폭발 등 특수재난에 대비한 대비태세 강화에도 나선다. 이를 위해 도는 50억원의 예산을 들여 경기도소방학교 내에 파괴, 절단, 인양, 구조물 훈련이 가능한 특수재난 종합훈련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또, 지진과 테러, 화생방 등 특수재난 대응과정 훈련이 가능한 국외전문기관에 연간 221명씩 구조대원 위탁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이와 관련된 특수재난장비 28종과 스파이더 포크레인 등 특수차량 5종 보강에 122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119안전센터 및 119구급대 신설로 대응능력 향상

마지막으로 소방조직의 현장 대응능력 향상을 위해 낡은 소방서와 119안전센터를 이전하거나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도는 먼저 1979년에 건립된 성남소방서를 336억원의 예산을 들여 2020년까지 이전 설치를 완료하고, 근무환경이 열악한 화성 봉담(2017년), 고양 신도(2018년), 안양 비산(2019년), 부천 괴안(2020년) 119안전센터를 순차적으로 이전할 방침이다.

또, 내년에는 안산 신길, 안성 원곡, 성남 태평, 부천 여월, 안양 박달 등 5개소에 119안전센터를 신설하고 매년 4~5개소씩 늘려갈 계획이다.

여기에 구급능력 강화를 위해서 소방서별로 119구급대를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도는 현재 8개 소방서에서 운영 중인 119구급대를 2017년 22개서, 2018년 34개 소방서 전체로 신설 확대하도록 해 구급업무를 전문화하기로 했다.

◆[미니 인터뷰] 경기도소방학교에서 만난 ‘이병곤 키즈’

‘이병곤 플랜’에 따라 올해 경기도는 신규 소방공무원 670명을 채용했다. 이는 지난해 신규채용인원 449명보다 221명(49%)이 늘어난 규모다. 지난 8월, 경기도소방학교에서는 2017년 경기재난안전본부 제65기 신입교육과정 훈련이 한창이었다. 이병곤 플랜의 첫 수혜자가 된 이들의 각오를 들어보았다.
[키워드 스토리] 영웅을 영웅답게 ‘이병곤 플랜’
(사진)김광태 교육생 �이승재 기자

김광태(38) 교육생 “전 군 특수부대 출신입니다. 전역 후에는 이라크, 아덴만 등 해외 분쟁지역에서 무장경호원으로 근무했습니다. 군대에서의 경험과 사회활동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소방직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앞으로 경기도민의 안전을 책임지겠습니다.”
[키워드 스토리] 영웅을 영웅답게 ‘이병곤 플랜’
(사진) 이샛별 교육생 �이승재 기자

이샛별(35) 교육생 “저희 어머니가 목욕탕에서 미끄러지셔서 119를 부른 적이 있어요. 그때 출동하신 소방관 분들께 도움을 받으며 좋은 인상을 갖게 되었어요. 원래 저는 간호사였는데 그 일을 계기로 소방관이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평소 활동적인 성격이고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에도 자신이 있었기에 구급분야 소방직에 도전하게 됐고요. 시험 준비를 하면서 ‘이병곤 플랜’에 대해서도 알게 됐는데 이병곤 플랜의 첫 수혜자가 되어 기쁩니다. 이병곤 소방령님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도민 가까이에서 소통하는 소방관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