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워킹맘이 전하는 대한민국 육아 분투기
신간 '아이 가져서 죄송합니다'

[머니=한용섭 편집장]신간「아이 가져서 죄송합니다」는 워킹맘 그리고 맞벌이부부의 처절한 육아 분투기를 담고 있다.

작가 김노향은 14년차 경제지 기자이자 6년차 직장맘이다. 그는 아이를 키우며 느낀 감정들을 출퇴근 길 틈틈이 정리해 이를 인터넷 공간에 글로 남겼고, 같은 처지에 놓인 젊은 부부들의 댓글과 공감에 위로를 얻곤 했다고 한다. 이 책 는 바로 그 공감과 위로의 이야기를 깨알 같이 담은 기록이다.

"아이를 데리고 외출한 날은 ‘죄송합니다‘를 한 50번쯤 하는 것 같다." 이 같은 작가의 직설은 어린 자녀를 키우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엄마와 아빠의 푸념이기도 했다.

콩나물시루 같은 출근길 지하철에서 전쟁을 벌이고 퇴근하면 집에서 또 다른 전쟁을 벌이는 맞벌이 부부, 전업주부가 되어 집안일을 도맡은 남편, 대형마트 육아휴게실의 '아빠 출입금지' 안내문과 이 때문에 화장실 변기에서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 아빠, 어린이집 셔틀버스가 빨리 움직이지 않는다며 뒤에서 경적을 울리는 운전자, 시끄럽고 산만한 아이가 어서 나가주기를 바라는 카페나 식당 손님들, 직장맘에 대한 배려를 기대할 수 없는 회사문화 등.

이에 작가는 과감하게 묻는다.'결혼은 의무', '출산은 애국'이라며 결혼과 출산을 강요당하는 여성에게 사회와 국가, 부모 세대의 배려는 어느 정도일까? 현대사회를 사는 맞벌이 부모에게 필요한 건 한 달 10만 원의 양육수당보다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간복지'일지도 모른다고.

작가는 '아이를 가져도 죄송하지 않은 사회'로 조금씩 나아가기 위한 희망을 이야기 한다. 남편과 함께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에 참여해 취업, 주거, 육아와 같은 다양한 분야의 정책 대안을 직접 제시하는 시민활동을 펼치기로 한 점도 아이들이 살아갈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아이와 부모에게는 매정한 세상이지만 그래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믿는다. 아이 혐오사회의 차별과 선입견에 상처받은 일도 많지만, 따뜻했던 기억도 적지 않다. 30년 뒤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분명 더 좋은 세상일 것이다."

사담이지만 작가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교직생활을 마치고 은퇴하신 친정 아빠가 작가의 책을 읽은 뒤 밤새 눈물을 쏟았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아파 혼났다는 사연이다. 그렇게 두 아이의 엄마인 그는 부모에게는 여전히 나이든 아이였던 것이다.

김노향 지음 / 루아크 펴냄 / 197쪽 / 1만 3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