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⑧ 천호동] 텍사스촌의 '환골탈태', 40층 주상복합 들어선다
‘청소년 출입금지 구역’이라는 커다란 플랜카드가 이 동네의 분위기를 대표적으로 말해준다. 오래 전부터 ‘천호동 텍사스촌’이라 불리는 집창촌이 자리 잡고 있었던 천호역 주변은 낡고 음습한 분위기가 먼저 떠오르는 곳이다. 그러나 이 같은 첫인상이 이 동네의 전부가 아니다. 낙후된 상권으로 치부하기에는 지금도 천호역 상권은 내부에서부터 끊임없이 변화가 진행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천호재정비촉진지구를 비롯한 이 일대의 개발 계획이 급물살을 타며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중이다.

◆ 재래시장부터 백화점까지

‘강동구 최대 상권’으로 손꼽히는 천호역 상권의 출발점은 역과 바로 연결돼 있는 현대백화점과 이마트다. 천호역 3번,4번 출구 방향이다. 1990년대 중반 천호역 일대를 지금과 같은 복합 광역 상권으로 변모시킨 주역이라 할 수 있다. 이곳에서부터 지하철 5호선 강동역 방향으로 쭉 따라 내려가다 보면 천호동 로데오 거리가 나온다. 2000년대 초반 붐을 일으켰던 스트리트형 상가의 전형이다. 천호동 로데오거리는 1970~80년대 국내 대표적인 재래시장으로 손꼽히던 천호시장과 맞닿아 있다. 화려한 옛날을 뒤로한 채 허물어져가는 천호시장에서 시선을 돌려 광진교 방향으로 따라가면 대우 한강 푸르지오시티, 대우 한강 베네시티 등의 주상복합 오피스텔이 우뚝 서 있다. 2010년을 전후해 투자자들에게 각광받던 ‘호텔식 주상복합’의 형태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이렇듯 천호역 상권은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상권의 발달 과정을 한눈에 지켜볼 수 있는 지역이다. 눈 돌리는 곳마다 ‘과거와 현재’가 오묘하게 뒤섞여 있다. 그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상권이다. 천호역 상권이 일찌감치 강동구의 중심 상권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서울과 경기남동부의 ‘접점’에 위치해 있다는 지리적 이점이 크게 작용했다.

천호는 서쪽으로는 서울 도심, 동쪽으로는 하남·광주·여주·용인, 남쪽으로는 분당·판교·수원, 북쪽으로는 구리·미금 등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경기남동부 지역에서 서울을 오가는 버스들은 모두 이곳을 지나간다. 경기남부에서 서울로 오가는 사람들뿐 아니다. 성내동, 고덕동, 암사동 등에 거주하는 이들이 모두 모이는 강동구의 중심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5년 3분기 기준 강동구의 주민등록인구수는 46만6838명이다. 서울열린데이터 광장에 따르면 2015년 9월 기준 천호역의 승하차인구는 5호선 124만8229명(일 평균 약4만명) 8호선 114만1986명(일 평균 약 3만6000명)으로 집계된다. 같은 기간 천호역 버스정류장의 승하차인구는 92만3990명(일 평균 약3만) 정도다.

이처럼 수많은 사람이 오고 가는 교통의 요충지다 보니 기본적으로 천호역 상권은 유동인구의 숫자가 클 수밖에 없다. SK텔레콤의 비즈니스 빅데이터 플랫폼 지오비전의 분석결과 2015년 8월을 기준으로 천호역 상권의 유동인구를 집계한 결과 일일 평균 8만1053명으로 나타났다.

◆텍사스촌 자리에 40층 주상복합 예정

그중에서도 천호역 상권의 주 고객은 단연 40~50대 여성들이다. 현대백화점과 이마트가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 비즈니스 빅데이터 플랫폼 지오비전의 분석에서도 유동인구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이들은 50대 여성(9947명)이었으며, 40대 여성(9087명)과 30대 여성(8332명)이 그 다음이었다. ‘강동구 주부들의 집결지’나 다름없는 곳이다. 구매력 또한 만만치 않다. 실제로 현대백화점 천호점의 경우 현대백화점 중에서도 전국 매출 5위를 기록하고 있다. 낮에는 이처럼 ‘강동구 주부들의 집결지’나 다름없던 천호역은 저녁이 되면 10대~20대 초반 젊은층의 비중이 늘어난다. 이번에는 천호동 로데오거리와 천호역 8번,7번 출구 쪽에 위치한 롯데시네마가 이들의 집결지가 된다.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교통편이 발달할수록 잠실과 강남 접근성이 좋아지기 때문에 20~30대 젊은층은 많이 빠져나간 상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외양으로만 보면 상권이 약해지는 것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그러나 워낙 오래전부터 강동구의 중심으로서 안정적인 입지를 굳힌 상권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40~50대 주부나 10~20대 초반 젊은이들처럼 행동반경이 크지 않고 근거리 상권을 선호하는 고객층을 끌어들이는 데 여전히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정체된 상권’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천호역 상권을 쉽사리 얕잡아 볼 수 없는 이유다.

더욱이 최근에는 천호역 상권에도 새로운 활기가 더해지고 있다. 서울시와 강동구는 지난 2003년 이 일대를 천호 뉴타운 지구로 지정했지만 개발기본계획 수립 후 10년 가까이 표류해왔다. 사업이 지지부진 한 사이 뉴타운 구역 해제를 신청한 지역만 3곳(4,6,7구역)이다. 이후 2014년 7월 천호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며 다시 기대감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3월에는 천호동 423-200번지 일대의 1구역이 사업시행인가를 받으며 사업에 속도가 붙고 있는 상황이다.

그 신호탄이라 할 수 있는 것이 현재 현대백화점 천호점 옆 부지에 진행 중인 증축 공사다. 천호·성내 재정비촉진지구 내 천호1촉진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증축 공사는 2016년 3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2017년 10월 내부공사 리뉴얼을 마쳐 최종 준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 천호동 텍사스촌을 포함한 이 일대에는 40층 고층빌딩 4개동 규모의 주거, 업무, 복합문화 시설로 거듭날 예정이다.
[상권⑧ 천호동] 텍사스촌의 '환골탈태', 40층 주상복합 들어선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BUSINESS 제공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