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항장 문화지구, 동화마을 등과 시너지 효과…수인선 개통, 교통 편의성 높아져

[상권 21 - 인천역 ] 연 매출 10억 중국집,그 옆의 '틈새 업종' 노려라
온통 붉은색으로 물든 거리 한쪽에서 중국 음악이 쉴 새 없이 흘러나온다. 길거리를 가득 채운 사람들의 머리마다 ‘새싹’이 피었다. 이 동네의 인기 아이템인 일명 ‘새싹 핀’을 머리에 꽂은 사람들이다. 황금 연휴 기간이었던 지난 5월 7일 찾아간 차이나타운의 풍경이다.

한때 잊힌 상권이었던 이곳은 최근 5~6년 사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길거리의 외관이 정비되고 관광 콘텐츠가 보강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다시 이어졌다. 차이나타운을 중심으로 한 ‘먹거리 관광 상권’이 ‘국제 관광 상권’으로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후 상권의 ‘화려한 부활’

인천역 상권이 발달하게 된 데는 역사적인 이유가 크다. 1883년 ‘강화도조약’에 의해 인천이 개항하면서 인천 중구청 앞쪽으로 일본 조계지가 생겨났다. 그 바로 옆에는 청나라 사람들이 모여 사는 청국 조계지가 들어섰다.

인근에는 독일·프랑스·미국인들이 모여 살던 구역도 있었다. 조계지는 개항장 주변에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거주할 수 있도록 한 일종의 ‘외국인 보호구역’이다.

하지만 인천역을 그저 이국적인 상권으로만 이해하면 어딘가 부족하다. 당시 개항장은 우리 근대 문화의 시발점이자 이로 인해 비롯된 아픈 역사가 묻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조계지는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 조선 침략의 전초기지 역할을 했다.

곳곳에 역사적·문화적 유적지를 품고 있는 인천역 상권은 풍부한 관광자원을 바탕으로 대형 상권이 발달하기에 뛰어난 조건을 갖춘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도심 특유의 낡은 건물들이 밀집해 있어 오랫동안 외면 받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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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가 시작된 것은 불과 5~6년 전이다.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 적극 나선 인천 중구청 등 지자체의 역할이 컸다. 가장 먼저 기반 시설을 투자하는 데 공을 들였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차이나타운의 패루(중국식 전통 대문)와 중국풍의 외관 도로, 가로등 등을 정비했다. 상인들에게는 저금리의 융자를 통해 가게 외관과 인테리어를 바꾸는 것을 지원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상권의 변화는 크지 않았다.

2008년 이후 인천 중구청은 관광 마케팅에 중점을 뒀다. 차이나타운의 ‘짜장면박물관’을 비롯해 인근에 있는 인천개항장 문화지구의 ‘인천개항박물관’ 등을 앞세웠다. 인천시 관광공사 등을 통해 홍보 활동을 꾸준히 이어 나가며 한편으로는 ‘짜장면 빨리 먹기 대회’와 같은 거리 축제를 활발하게 개최했다.

서서히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늘기 시작하면서 상인들의 참여도 적극적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지면서 최근 5~6년 새 관광객이 부쩍 급증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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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상권 활성화를 지원해 온 인천 중구청은 이 사업을 진행하는 데 상당한 금액을 투자했다. 강명원 인천 중구청 실무관은 “정부나 시에서 진행하는 공모 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이를 통해 자금을 충당해 지속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중문화회관 건립 등 굵직굵직한 사업 대부분이 이 같은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곳에서 짜장면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차이나타운은 먹거리 위주의 상권”이라며 “최근에는 거리축제와 박물관 등 볼거리나 즐길거리가 많아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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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지자체의 지원에 힘입어 지역 상권이 살아나며 얻은 성과도 많다. 상권 내 가게의 매출이 올라가고 일자리가 크게 늘었다. 인근 지역의 공시지가도 올라가는 추세다.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인천역 상권은 인근의 지역 명소를 활용해 독자적인 테마를 앞세운 결과 ‘외부 유입형 관광 상권’으로 입지를 굳혔다”며 “쇠락해 가던 구상권이 지자체의 지원에 힘입어 부활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인선 효과’로 기대감 쑥쑥

긍정적인 분위기를 타고 있는 인천역 상권에 최근 또 하나의 호재가 생겼다. 지난 2월 인천과 수원을 연결하는 수인선이 추가 개통된 것이다. 2012년 1단계 개통(오이도역~송도역)에 이어 이번에 개통된 송도역~인천역 구간은 교통난이 심각한 수도권 서남부권의 교통 수요를 분담하고 수도권에서 인천역까지의 접근성을 크게 높여 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주변 상권으로 ‘수인선 효과’도 확인되고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인천역 수인선이 개통된 2월 27일부터 3월 24일까지 한 달여간 전체 수인선 전철 승객은 151만여 명이다. 전년 같은 기간 수인선 전철 승객(56만5000여 명)과 비교해 추가 개통 이후 167% 정도 늘어난 수치다. 이 중 인천역에서 승하차한 인원은 30만 명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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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원 실무관은 “차이나타운 내만 보더라도 연 매출 10억원을 넘어서는 중소기업 규모의 중국집들이 적지 않다”며 “앞으로는 해외 관광객들에 대한 홍보에 초점을 두고 ‘국제적인 관광 상권’으로 키워 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이 일대는 인천역 인근뿐만 아니라 월미도·소래포구 등 관광자원이 풍부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특히 수인선 개통을 계기로 더 다양한 사람들이 유입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는 점에서 발전 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전망했다.

◆차이나타운 상권-중국집 창업은 진입 장벽 높아

인천역 상권의 중심은 단연 차이나타운이라고 할 수 있다. 인천역에서 나오자마자 차이나타운의 입구인 ‘패루’를 시작으로 길을 따라가다 보면 남쪽으로는 인천 개항장 문화지구, 북쪽으로는 송월동 동화마을 등과 연결돼 있다.

차이나타운의 상징과도 같은 패루는 마을 입구 등에 세워진 탑 모양의 중국식 전통 대문이다. 이 패루를 통과하니 ‘딴 세상’이 펼쳐진다. 화려한 장식이 새겨진 붉은빛의 대형 건물들이 시선을 압도한다.
[상권 21 - 인천역 ] 연 매출 10억 중국집,그 옆의 '틈새 업종' 노려라
‘짜장면의 탄생지’로 알려진 이 상권의 90%는 중국집과 같은 ‘먹거리’ 업종이다. 그중에서도 차이나타운 대표 주자로 알려진 ‘공화춘’, 최근 MBC 드라마 ‘가화만사성’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연경’ 등 유명 식당들이 즐비하다.

길을 따라 걸어가는 중간중간 ‘삼국지’ 벽화거리나 자유공원, 공자상 등의 볼거리가 많기 때문인지 중국식 길거리 음식을 판매하는 곳들도 상당수다. 화덕만두·홍두병·공갈빵 등이 차이나타운의 대표적인 인기 메뉴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인지 이곳에서 영업 중인 중식당들은 대부분이 규모가 남다르다. 이는 ‘화덕만두’ 등의 길거리 음식점도 마찬가지다. 3층 이상의 건물들을 통째로 중식당으로 운영하는 곳들이 적지 않다. 더욱이 이들 대부분은 이곳에서만 수십 년째 명성을 이어 오고 있어 베테랑들의 격전지나 다름없다.

하인천부동산 관계자는 “워낙 대형 중식당이 많다 보니 대부분은 건물 가게 운영주들이 건물을 소유한 곳이 많다”고 말했다. 워낙 대형 평수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데다 경쟁자들이 쟁쟁한 만큼 애초에 소자본 창업 투자자들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은 상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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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틈새시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차이나타운에 산책 나온 관광객들이 쉬어 갈 수 있는 커피숍이나 아이스크림 업종 등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인천 중구청 자료에 따르면 차이나타운 내 음식 업종 중 가장 많은 수는 단연 중식당(41개)이다.

이 밖에 커피숍 등의 기타 음식점(28개)과 기념품점(33개)도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숙박 시설(2개), 약국·의원(1개) 등 숫자가 부족한 편의 시설이 새로운 틈새 업종이 될 가능성도 낮지 않다.

유성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기존에는 잡화점이 잘됐는데 최근에는 기념품 판매점들이 너무 많이 들어서 장사가 잘되는 편은 아니다”며 “요즘 들어서는 카페 창업과 관련한 문의가 가장 많은데, 공실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이곳의 임대 시세는 33㎡(10평)를 기준으로 월세 100만~150만원 정도다. 보증금은 1200만~1800만원(월세×12) 수준이다. 권리금은 1층을 기준으로 대부분이 4000만원 정도에 형성돼 있다.

관광 상권답게 주중과 주말 매출의 차이가 매우 큰 편이다. 주중에 비해 주말 동안 유동인구가 대략 5배 늘어난다. 실제 가게로 유입되는 고객은 3배 정도 많아진다. 이곳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한 가게주인은 “체감상으로는 수인선 개통 이후 20% 정도 손님이 는 것 같다”고 말했다.

먹거리 상권의 특성상 손님이 가장 많은 시간대는 오후 12~2시쯤이다. 어둑어둑해지면 발길이 뜸해지는 만큼 평일에는 주로 저녁 9시까지 영업하는 가게들이 많고 주말에는 밤 11시까지 영업하는 곳도 적지 않다.

◆동화마을 상권 - 주민들도 예상 못한 관광 명소

2013년엔 송월동 동화마을 조성을 시작했다. 차이나타운과 연결돼 있지만 별도의 지역이다. 원래는 공장이나 폐가 등이 밀집해 있는 저층 주거지역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도시 미관 정비 사업이 목적이었다. 논의를 거듭하다 보니 이왕이면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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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등 가게들뿐만 아니라 골목 구석구석 자리한 일반 주택들도 동화 속 주인공들을 테마로 외관을 치장했다. 곳곳에 ‘백설공주’ 등 동화 속 주인공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마련됐다.

차이나타운에 들른 사람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인근의 가게들 역시 자발적으로 인테리어를 바꾸기 시작했다. 강 실무관은 “동화마을은 처음에 예상했던 것보다 반응이 너무 좋아 오히려 놀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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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동화마을의 임대 시세는 차이나타운과 비교해 절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33㎡를 기준으로 월세 50만~80만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보증금은 대략 600만~1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지난해부터 1년째 이곳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한 주인은 “동화마을은 주 타깃 층은 어린 고객인데 비해 음료 매출은 대부분 성인”이라며 “차이나타운과 비교해 소비성이 떨어지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평일 고객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여서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하는 상인들이 적지 않았다.

◆인천 개항장 문화지구 상권-도보 관광 인기 코스로 자리 잡아

차이나타운에서 ‘삼국지’ 벽화거리를 지나 청일 조계지 계단의 공자상을 따라 내려가면 ‘인천개항누리길’에 접어든다. 이곳에는 일본풍 가옥이 나란히 늘어선 일본 조계지 구역을 포함해 1883년 인천 개항 이후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은행·교회·상점 등 한국 개항기 근대 건축물이 밀집해 있다.

미국을 비롯해 다양한 나라의 건축양식에 영향을 받은 건물들 사이를 걷다 보면 마치 박물관을 구경하는 듯한 느낌이다. 인근에 들어선 아트플랫폼에서는 전시와 공연도 수시로 열려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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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근대 건축물을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이 지역은 차이나타운과 비교해 아직은 상권이 크게 발달한 구역은 아니다. 일본식 가옥이 자리한 골목 하나를 제외하고는 상가가 드문드문 흩어져 있다. 백반집·도시락가게·카페 등 먹거리 업종이 대부분이지만 군데군데 갤러리나 공방 같은 업종도 종종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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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 시세는 차이나타운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 33㎡를 기준으로 월세 80만원, 보증금 2000만원 정도이며 권리금은 없다.

이곳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이 지역은 최근 들어 동화마을·차이나타운·자유공원 등에서부터 이어지는 도보 관광 코스로 인기를 얻고 있다”며 “지금은 디저트 업종이 많지 않은데 앞으로는 차이나타운에서 식사를 해결한 뒤 이곳에서 쉬어 갈 만한 업종이 많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 이정흔 기자·이해인·주재익 인턴기자 I 사진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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