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30 = 연신내 ]
‘10대에서 50대까지’ 배후 수요 탄탄
은평뉴타운·GTX 등 개발 호재…지역 거점 넘어 광역 상권으로 진화 중
[상권 30] 연중무휴 인파 몰리는 '연신내 상권'
(사진) 연신내 상권은 탄탄한 배후수요 층을 바탕으로 연중무휴 사람이 몰리는 상권이다. /이승재 기자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김태림·주현주 인턴기자] 서울 은평구의 연신내 상권은 노후화된 이미지가 강해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고 있는 대표적인 상권 중 하나다. 하지만 허름한 겉모습과 달리 속을 들여다보면 실속이 탄탄하다.

인근 거주민들과 함께 10여 개의 중고등학생 수요를 배후 수요로 끼고 있다. 고정 수요가 두터운 만큼 불황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상권이다.

연신내 상권의 가장 큰 장점을 꼽으라면 단연 인근 주택가를 낀 탄탄한 배후 수요다. 불광동·갈현동·대조동·역촌동 등 오래된 주택 밀집 지역을 배후 수요로 끼고 있다. 연신내 상권과 멀지 않은 곳에 조성 중인 은평뉴타운은 이와 같은 배후 수요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 주는 요소다.

여기에 기대감을 더하는 것이 2022년 연신내역에 개통 예정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다.
연신내 상권이 인근 거주민을 중심으로 한 ‘지역 거점 상권’을 넘어 서울 서북부 지역을 아우르는 ‘핵심 유흥 상권’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상권 30] 연중무휴 인파 몰리는 '연신내 상권'
◆‘연신내 로데오거리’가 핵심

불광동·갈현동·대조동의 경계선에 자리한 지하철 연신내역은 유동인구가 많기로도 유명하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2016년 1월부터 9월 말까지 연신내역의 누적 승차 인구는 1154만6435명, 하차 인구는 1088만6921명을 기록했다.

특히 평일 동안의 승하차 인구가 800만 명 정도인데 비해 토요일 승하차 인구는 1300만~1400만 명 정도로 훨씬 많다. 연신내 상권이 이미 인근 배후 주거 수요를 기반으로 하는 근린 상권을 뛰어넘어 주말 외부 유입의 인구가 높은 ‘광역 유흥 상권’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연신내 상권은 지하철 연신내역을 중심으로 대로변을 따라 그 성격이 크게 달라진다. 2번 출입구와 3번 출입구 불광동 지역은 전형적인 재래시장 상권으로, 인근에 거주하는 40~50대 주부들이 주 타깃이다.

2번 출입구 인근에는 연서시장과 메트로타워가, 3번 출입구 인근에는 범서쇼핑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아동복·속옷을 비롯한 패션·잡화 업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지하철 5번과 4번 출입구 방향은 주로 40~50대가 많이 찾는 먹자 상권으로 볼 수 있다.
[상권 30] 연중무휴 인파 몰리는 '연신내 상권'
(사진)연신내역 2번 출입구에 자리한 연서시장은 인근에 거주하는 40~50대 주부들이 주로 이용한다. /김기남 기자

연신내 상권의 핵심은 단연 6번 출입구 방향의 ‘연신내 로데오거리’다. 이 구역은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이용한다. 인근 거주민들을 중심으로 한 다른 대로변의 상권과 달리 외부에서 유입되는 고객들도 적지 않다.

권강수 한국창업정보원 이사는 “인근 지역 거주민들이 중심이긴 하지만 일산 고양시와 파주 등에서도 유동인구가 몰리는 지역”이라며 “다양한 연령층을 흡수할 수 있는 서울 서북부 핵심 상권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이 일대는 골목 3개를 끼고 중저가형 술집과 음식점·잡화점 등이 포진해 있다. 그 중심축을 이루는 곳은 가운데(6번 출입구 방향에서부터 둘째) 골목이다. 옷가게와 액세서리, 화장품 숍 등이 집중적으로 들어서 있고 나머지 두 개 골목과의 사이사이에 다양한 음식점과 술집 등이 포진해 있다.

최근에는 특히 야구장·사격장·인형뽑기방과 같은 다양한 놀이방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만화방과 카페를 혼합한 ‘만화카페’ 등도 새롭게 자리 잡은 곳들이 적지 않다.
[상권 30] 연중무휴 인파 몰리는 '연신내 상권'
(사진)연신내 상권은 10대 학생들에서부터 50대 거주민까지 다양한 소비층이 드나든다. /김기남 기자

이곳에서 22년째 가게를 운영 중인 춘천명가닭갈비 김광석 사장은 “워낙 오래전부터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이 많았지만 최근 3~4년 전부터 부쩍 젊은 층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며 “로데오거리 메인 골목을 중심으로 액세서리 가게나 트렌디한 가게, 포차 등이 많아진 것도 그때쯤”이라고 설명했다.

매출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화가 없다. 김 사장은 “20~30대 젊은 층은 40~50대보다 씀씀이가 큰 편이어서 경기가 좋지 않지만 ‘평타’는 치는 상권”이라며 “인근 지역 거주민들이 대부분이어서 한번 단골손님이 되면 꾸준히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오후 4시·7시, 피크타임 두 번

젊은 층이 늘어나다 보니 가장 큰 변화는 가게 영업시간이다. 연신내 상권이 바빠지는 시간은 ‘하루 두 번’이다. 오후 3시 30분에서 4시쯤이 되면 학교를 마친 중고등학생들이 많아진다. 렌즈가게·인형뽑기방·게임장·만화카페·문구점 등은 3시 30분부터 5시 30분 정도까지가 가장 바쁘다.
[상권 30] 연중무휴 인파 몰리는 '연신내 상권'
(사진) 인근에 10여 개의 중고등학교가 자리한 연신내 상권에는 최근 이들을 타깃으로 한 게임방 등이 인기다. /김기남 기자

연신내 로데오거리 상권의 주요 배후 수요가 인근 중고등학생들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일대에는 선일여중·선일이비즈니스고·대성중·동명여고 등 10여 개가 넘는 중고등학교가 몰려 있다. 연신내 로데오거리는 옷가게와 액세서리 가게 등이 밀집해 있는데다 즐길거리가 다양하다. 중고등학생들이 유입될 만한 요소가 상당히 많다.

이곳에서 만난 선일여중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보통은 친구 한 명이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여러 명이서 같이 따라 나와 이것저것 쇼핑도 하고 물건도 같이 고른다”며 “집은 이 근처가 아니지만 화장품·옷가게·액세서리 가게 등이 많아 자주 오게 된다”고 말했다.

상권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하는 것은 오후 7시 이후다. 술을 주종으로 하는 포차는 오후 8시부터 11시 사이가 피크타임이다. 이때부터는 20대 대학생에서부터 30대 젊은 직장인들이 주인공이다. 주로 잡화점·게임방·옷가게 등에서 소비하는 중고등학생과 달리 20~30대가 주로 찾는 업종은 포차 등의 술집과 음식점이다.

중림동에 거주하는 이현찬 씨는 “여자 친구 집이 이 근처에 있어 로데오거리에도 자주 온다”며 “여자 친구뿐만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이곳에 거주하는 친구들은 주로 이곳에서 만난다”고 말했다.

종로나 신촌에 나가는 것보다 거주 지역과 가까운데다 중고등학생 때부터 드나들던 지역인 만큼 익숙하기 때문이다. 인근 거주자들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10대부터 50대까지 ‘단골 가게’를 중심으로 소비를 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상권 30] 연중무휴 인파 몰리는 '연신내 상권'
(사진)연신내 로데오거리 메인 골목에는 10대부터 30대까지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옷가게와 액세서리 전문점 등이 밀집해 있다. /이승재 기자

박정은 삼부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이 상권은 20부터 50대까지 술자리나 유흥을 즐기러 오는 상권이기 때문에 가게들이 문을 닫는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며 “마지막 손님이 나갈 때까지 마무리하고 나면 보통은 새벽 4시나 5시쯤 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만큼 창업 투자자들에게는 업무 시간과 강도가 센 상권이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지난해 11월부터 포차 불난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최승헌 사장은 “오후 8~11시 사이 피크타임의 매출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며 “다만 최근 불경기 때문인지 새벽 손님이 점차 줄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새벽 손님에 따라 매출 또한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연신내 상권 내에서도 새벽 손님을 붙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평일에도 주말에도 늘 많은 사람이 붐비는 상권이지만 특히 목요일부터 토요일이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린다. 오픈한 지 한 달 된 케이크 전문점 ‘케이크를 부탁해’ 관계자는 “대체로 평일보다 주말에 손님이 몰린다”며 “그중에서도 금요일이 가장 바쁘다”고 전했다.

임대 시세는 연신내 로데오거리 내에서도 위치에 따라 차이가 크다. 둘째 메인 골목은 33㎡(10평)를 기준으로 권리금만 2억~3억원을 넘어선다. 보증금은 3000만~5000만원, 월세는 150만~250만원에 형성돼 있다. 연신내역 6번 출입구와 가장 가깝게 자리한 첫째 골목은 보증금 3000만~5000만원, 월세 150만~250만원으로 메인 골목과 비슷하다.

권리금은 1억5000만원으로 메인 골목보다 낮게 형성돼 있다. 연신내역 6번 출입구와 가장 멀리 떨어진 셋째 골목은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130만~150만원 선이다. 권리금은 5000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종로 지역(같은 평수 기준 보증금 5000만~6000만원, 월세 400만원) 등과 비교하면 아직은 연신내 상권의 월세가 크게 낮은 편이다.

다만 권리금을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곳에 자리한 부동산 관계자는 “이곳은 상권이 크게 팽창하지도 않지만 한 번 들어온 고객들이 쉽게 빠져나가지도 않는 항아리 상권”이라며 “상권이 밀집돼 있기 때문에 다섯 발자국 차이로 권리금이 두 배씩 뛰기도 한다”고 특징을 설명했다. 장사가 잘되는 곳에 따라 ‘부르는 게 값’인 상가들도 적지 않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연중무휴 인파가 몰리기 때문에 한 번 자리 잡으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상권”이라며 “은평뉴타운이나 GTX 등 개발 호재도 많기 때문에 서울 서북부 핵심 상권으로 지금보다 더 넓은 지역에서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vivajh@hanky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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