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한 콘텐츠 비즈니스 이야기 5]
여러 카메라로 촬영하는 ‘모그’ … 네이버 웹툰 ‘VOLT’ 만든 ‘비브’
‘실사 VR’과 ‘CG VR’의 차이는 뭘까
(사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승서 지난 6월 8일 열린 '2016 스마트 테크쇼'에서 한 참가자가 4D VR 가상현실 게임 퓨처바이크를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길덕 이노션 미디어컨텐츠팀장 ] “막막했죠. 기존의 유사한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이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오히려 방해가 될 때도 있었고요.”

이노션 넥스트솔루션본부 넥스트캠페인엑스(X)팀 백현정 차장은 처음 가상현실(VR) 콘텐츠를 기획할 때를 떠올리며 담담히 설명했다. 백 차장은 “TV용이나 인터넷·모바일용 콘텐츠들은 만드는 순서나 방식이 정해져 있다”며 “하지만 VR과 같이 새로운 기술을 토대로 콘텐츠를 만들 때는 많은 사람들과 논의해 모든 과정을 하나하나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소속된 넥스트캠페인엑스팀은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마케팅 콘텐츠와 캠페인을 기획하는 팀이다. VR은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각광받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이다. 이를 활용한 마케팅 역시 주목 받고 있다.

새로운 기술 기반의 마케팅 콘텐츠 기획자 백 차장은 “광고주들의 의뢰를 받기 전부터 VR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었다”며 “기술의 변화를 잘 알면서 실험 정신이 강한 광고주들 덕분에 VR 콘텐츠를 활용한 마케팅을 제안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우선 광고주들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마케팅 요소 중 VR을 통해 체험할 경우 가장 효과적인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현대자동차의 월드랠리챔피언십(WRC) 코스 시뮬레이터, WRC 랠리카 최초 공개(Unveiling) 현장, 아이오닉 신차 카탈로그 등의 VR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VR 콘텐츠 제작 기획이 확정됐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광고회사들은 광고주와 논의를 거쳐 마케팅 콘텐츠를 기획하고 실제 제작은 전문 기업들과 함께 한다. 백 차장이 처음 VR 콘텐츠를 기획했던 2014년 후반에는 VR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국내 업체를 찾기도 어려웠다.

할 수 없이 초기에는 특수 촬영 업체를 제작 파트너로 삼았다. 자동차라는 움직이는 공간에서 촬영하기 위해서는 수중이나 공중 촬영 등과 같이 난이도 높은 촬영을 경험했던 사람들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는 “차 안은 시야가 내부에 갇혀 있는 반면 차량은 움직이면서 차량 내·외부에 진동이 발생하는데 360도로 촬영해도 이런 장면들이 모두 보이기 때문에 이를 보정하면서 촬영할 수 있는 기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실사로 촬영한 VR 영상이 나오자 이번에는 실제로 차를 타는 느낌이 들게 하고 싶었다. 이를 위해 VR 콘텐츠와 시뮬레이터를 연동하는 4D(4차원) VR을 다음 프로젝트로 준비했다.

그러려면 VR 콘텐츠 제작뿐만 아니라 콘텐츠와 시뮬레이터를 연결해 제작할 수 있는 회사가 필요했다. 그런 기업을 물색하다 만나게 된 회사가 모그커뮤니케이션즈(이하 ‘모그’)다.
‘실사 VR’과 ‘CG VR’의 차이는 뭘까
(사진) 현대자동차 WRC 4D VR 포스터. /연합뉴스

◆디지털 기술은 이해와 적응 능력 중요

2007년 설립된 모그는 기술 기반의 마케팅 콘텐츠를 만드는 데 강점이 있는 회사다. “VR 콘텐츠와 연동되는 시뮬레이터를 제작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박종진 모그 대표는 바로 “해보겠다”고 대답했다.

2015년 봄의 일이다. 박 대표는 “오늘날의 디지털 기술은 대부분이 공개돼 있기 때문에 이를 잘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며 “과거에도 3D 및 4D 콘텐츠, 인터랙티브 드라마 제작 등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작업 또한 막상 시작해 보니 해결해야 할 일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VR 관련 콘텐츠를 고해상도의 광고 수준으로 개발하는 곳을 찾기 어려웠다. 고해상도 실사 VR 동영상을 찍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카메라를 연결해 촬영해야 한다.

이를 ‘VR 카메라 리그(rig)’나 ‘어레이(array)’라고도 부른다. 여기에 사용하는 카메라는 대부분이 해상도가 낮은 액션캠(옷·자전거·헬멧 등에 매달아 손을 대지 않고도 촬영하기 쉽게 만든 작은 크기의 캠코더)이었다. 그나마 이런 장비나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도 만나기 쉽지 않았다.

VR 동영상으로 만들려면 각각의 카메라로 촬영된 영상을 하나하나 이어 붙이는 스티칭(stitching) 작업이 필요한데, 이런 작업을 정교하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드물었다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당시 국내에서 VR을 한다는 사람을 만나보면 실제로 어려운 작업은 해본 적이 거의 없었어요. 결국 VR 콘텐츠 제작 과정 모두를 거의 자체적으로 해결해야만 했습니다. 모든 퍼스트 무버(first mover)들이 겪는 어려움이기도 했죠.”

박 대표는 실사 VR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요소를 직접 해결해야 했다. 우선 고화질의 VR 카메라 리그를 만들었다. 액션캠을 연결해 촬영한 것이 아니라 실제 광고나 영화용 카메라를 연결해 사용했다. 이런 카메라 리그를 갖추는 데 많은 제작비가 들어 지금은 미러리스 카메라를 연결해 사용하고 있다.
‘실사 VR’과 ‘CG VR’의 차이는 뭘까
(사진) 박종진 모그커뮤니케이션즈 대표.

VR 촬영 영상이 어떤 식으로 보일 것인지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도 직접 구축했다. 박 대표는 “VR 촬영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기존 영상 촬영 현장에서는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 모니터링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이 시스템을 구축하기 전에는 현장에서 찍은 영상이 어떻게 보일 것인지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다”고 전했다.

촬영한 영상들을 스티칭한 다음에야 어떻게 보이는지 알 수 있었다. 직접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한 덕분에 모그는 VR 실사 촬영 현장에서 그 결과를 어느 정도 이해하면서 찍을 수 있었다. 자연히 촬영 시간이 단축되고 좀 더 계획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이렇게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다 보니 VR 생중계를 할 수 있는 기술력까지 확보하게 됐다. 스포츠 경기나 콘서트를 마치 현장에서 보는 것처럼 360도 VR 영상으로 실시간으로 중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15년 9월, 이노션과 함께 준비한 현대차의 월드랠리챔피언십 VR 시뮬레이터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전시돼 큰 호평을 받았다. 당시 고해상도 VR과 시뮬레이터를 접목해 만든 다른 콘텐츠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를 계기로 모그는 삼성전자 갤럭시 기어 VR용 콘텐츠 ‘넥스트 어드벤처’를 만들었다. 모터사이클·행글라이더·카약·세그웨이 등 다양한 이동 수단을 타고 크로아티아를 여행하는 콘텐츠인 ‘넥스트 어드벤처’는 전 세계 삼성 브랜드 스토어에 배포됐다. 이후 현대차 아이오닉의 VR 카탈로그 등을 이노션과 작업했고 현재도 다양한 VR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박 대표는 실사 VR 콘텐츠를 만드는 강점을 바탕으로 2D·3D·모바일 VR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올인원 VR 제작 능력’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2D VR은 입체가 아닌 실사 위주의 VR로, 유튜브나 페이스북에 나오는 360도 동영상이며 3D VR은 입체감이 있는 실사 VR이나 컴퓨터그래픽(CG) 등으로 만든 VR이다.

모바일 VR은 전용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없이 스마트폰 인터넷 브라우저를 통해 VR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박 대표는 “제대로 된 VR 콘텐츠는 어떤 환경에서도 그 콘텐츠가 이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종류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사·CG·모바일 VR을 융·복합해 VR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어야 VR 콘텐츠를 기획하는 데 한계가 없어진다는 설명이다.

모그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VR 콘텐츠 제작에 대한 문의를 많이 받고 있다. 그동안 제작했던 다양한 VR 포트폴리오를 VR PLUS(www.vrplus.kr)라는 자체 사이트에 업로드한 덕분이다.

박 대표는 “올해 올인원 VR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데 이어 내년에는 이를 좀 더 고도화한 후 VR 역량을 넓혀 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증강현실(AR)과 VR을 접목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 접목된 콘텐츠를 곧 내놓을 예정이다.
‘실사 VR’과 ‘CG VR’의 차이는 뭘까
(사진)김세규 비브스튜디오 대표.

◆VR 콘텐츠 지속 확보가 경쟁력

모그가 실사 기반으로 VR 콘텐츠를 만드는 데 비해 CG를 기반으로 VR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비브스튜디오스(이하‘비브’)다. 비브는 영화업계에서 유명한 기업이다.

CG 영상 연출 실력을 바탕으로 ‘그물(김기덕 감독)’, ‘걷기왕(백승화 감독)’, 웹무비 ‘특근(김건 감독)’ 등의 시각 특수 효과를 담당했다. 비브는 국내 극장 개봉작 10% 정도의 시각 특수 효과를 맡고 있다고 밝혔다.

2003년 설립된 비브는 최근 VR로 다시 한 번 주목 받고 있다. ‘2016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LG전자 G5&프렌즈 VR(VR HMD)용 콘텐츠 제작을 시작으로 최근 부산국제영화제 VR 포럼에 초청돼 비브의 VR 기술을 선보였다.

도요타·기아차·현대차 등에 마케팅용 VR 콘텐츠를 제작해 공급하기도 했다. 올 상반기 이노션과 함께 작업한 현대차 윌드랠리챔피언십의 VR 시뮬레이터는 기존 콘텐츠와 달리 CG로 제작됐다. 실제 차량처럼 탑승자가 직접 조작하며 다양한 코스를 경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김세규 비브 대표가 VR 사업으로 눈을 돌린 데는 계기가 있었다.

“회사를 설립하고 얼마 되지 않아 건축 인테리어와 주변 환경에 대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이것도 가상현실의 하나였죠. 그러다가 관련 기술이 발전하고 VR이 큰 트렌드가 되고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HMD)와 같은 VR 하드웨어가 보급되면서 비브가 VR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더군요.”

그러면 ‘실사 VR’과 ‘CG VR’의 차이는 뭘까. 실사 VR은 현장에서 촬영하기 때문에 높은 현장감과 생생함을 구현할 수 있다. 그 대신 360도에 해당하는 환경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실사 VR’과 ‘CG VR’의 차이는 뭘까
반면 CG VR은 가상의 환경과 캐릭터를 만들어 자유롭고 독창적으로 연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영상도 카메라에 보이는 부분만 개발하면 된다. CG VR의 연출이 자유롭다는 것은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기에 유리하다는 강점으로 이어진다.

김 대표는 “단순 실사 VR 콘텐츠는 카메라 움직임과 후반 작업의 어려움이 큰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실사 VR과 2D 그래픽을 합성한 콘텐츠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두 방법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실사와 CG가 결합된 높은 수준의 작품을 완성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비브는 마케팅용 VR 콘텐츠를 만들면서 꾸준히 자신들만의 VR 콘텐츠에도 주력하고 있다. 그는 “월트디즈니나 마블엔터테인먼트 같은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갖고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웹툰을 통한 VR용 콘텐츠를 준비해 왔다”고 소개했다.

웹툰으로 먼저 스토리를 만들어 반응 등을 체크한 다음 VR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다는 설명이다.

네이버 웹툰에서 볼 수 있는 ‘볼트(VOLT)’가 바로 비브의 콘텐츠다. 주인공 볼트의 시간 여행을 다룬 공상과학 웹툰을 기반으로 VR 애니메이션을 만든 것. 이 VR 콘텐츠 속 볼트는 소형 비행 바이크를 타고 날아다닌다. 비브는 이를 4D 시뮬레이터와 연동했다. 이 시뮬레이터를 타보면 미래 도시의 구석구석을 매우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는 경험을 하게 된다.

김 대표는 “VR의 어지러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시뮬레이터 연동, 360도 음향 연출, 웨어러블 사물인터넷 활용, VR 연출 기법 고도화 등 다양한 콘텐츠 동기화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정보기술(IT) 파트너와 협력해 콘텐츠의 몰입감과 현장감을 높이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비브는 볼트 외에도 ‘에어(AIR)’라는 VR 애니메이션도 준비 중이다. 이 콘텐츠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주인공이 지구의 다양한 부족, 동식물 등과 함께 여행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작권을 갖고 있는 VR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보해 VR 시뮬레이터, VR 게임 등 관련 분야로 확장해 나간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