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 2017 MBA 평가]
200대 기업 인사담당자 설문조사, 카이스트 3위 올라 연세대 따돌려
고려대 MBA, 5년째 1위…‘이변은 없다’
(사진) 올해 2월 열린 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MBA) 학위 수여식. /고려대 제공.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경영전문대학원(MBA)은 한때 성공의 보증수표였다. 기업에서 근무하다가 해외 MBA를 취득하는 과정은 임원이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외국으로 떠나는 유학생 수요를 국내에 잡아두기 위해 탄생한 것이 바로 한국형 MBA다. 2006년 출범해 올해로 12년째 접어들었다. 비록 최근 들어 국내 MBA의 인기가 다소 식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수준은 이전보다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졸업생들은 국내외 기업에 진출해 활약하며 한국형 MBA의 위상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한경비즈니스는 2013년부터 매년 국내 대기업 인사 담당자들에게 한국형 MBA의 현주소를 물어왔다.

‘2017 MBA 평가’는 교육부로부터 ‘한국형 MBA’로 인증 받은 13개교에 카이스트 MBA를 추가해 총 14개 대학을 대상으로 했다.

설문은 △채용 선호 △발전 가능성 △조직 융화력 △국제화 △전문성 △진학 추천 등 6개 부문에서 순위를 매기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응답자는 한경비즈니스가 매출·순이익·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선정한 ‘200대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이다.

한경비즈니스 MBA 평가는 무엇보다 인력 시장의 수요자 역할을 하는 기업 인사 담당자가 직접 설문에 참여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들은 MBA 졸업생들을 채용해 현업에 배치하는 직접적인 수요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냉정하고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있다. 5년째 접어든 한경비즈니스의 MBA 평가는 ‘실제 기업에서 통하는 MBA의 위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지표로 자리매김했다.

◆고려대·서울대 박빙 승부

올해 ‘2017 MBA 평가’는 국내 200개 기업 인사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해 결과를 도출했다. 종합 1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고려대(3418점)의 몫으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고려대는 5년 연속 MBA 평가 1위 수성이라는 영광을 안게 됐다.
고려대 MBA, 5년째 1위…‘이변은 없다’
지난해 2위였던 서울대(3271점)는 올해도 2위를 기록했다. 카이스트(2956점)와 연세대(2916점)가 뒤를 이어 ‘톱4’의 자리를 유지했다. 올해 조사에서는 톱4 가운데 순위 변동이 있었다. 지난해 3위였던 연세대가 4위로 내려앉았고 카이스트가 4위에서 3위로 한 단계 순위가 올랐다.

전체 부문별로 놓고 보면 가장 돋보인 곳은 서울대였다. 채용 선호도와 국제화·전문성·진학 추천 등 무려 4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고려대는 발전 가능성과 조직 융화력 등 2개 부문에서만 1위로 집계됐다.

다만 서울대가 가장 많은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고도 종합 2위로 밀려난 것은 조직 융화력 부문에서 고려대와의 격차가 크게 벌어져서다. 이 부문은 조직 문화가 강한 한국 기업에서 얼마나 친화력과 이타심을 갖고 조직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지 묻는 것이다. 고려대가 꾸준히 강세를 보여 온 부문이기도 하다.

올해도 고려대는 조직 융화력 측면에서 616점을 올려 1위를 고수했다. 반면 서울대는 조직 융화력에서 고려대보다 약 250점 뒤진 368점(4위)을 기록하며 종합 1위 자리를 빼앗는데 실패했다.

3위와 4위 싸움도 치열했다. 불과 40점 차이로 카이스트가 연세대를 누르고 3위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카이스트와 연세대의 순위 변화는 전문성 부문에서 갈렸다.

카이스트는 전문성에서 569점(2위)이라는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연세대도 465점(4위)을 받아 결코 낮지 않은 점수를 얻었다. 하지만 카이스트와 점수차가 100점 이상이 나며 순위에 영향을 미쳤다.

◆톱4 자리 틈틈이 넘보는 성균관대

성균관대(2661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5위 자리를 고수하며 톱4 자리를 넘보고 있다. 성균관대는 5개 항목에서 5위에 올랐다. 조직 융화력에서는 고려대에 이어 2위를 기록하며 강한 면모를 보였다.

다만 국제화 부문에서 다소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은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성균관대는 현재 MBA과정 가운데 SKK GSB (Sungkyunkwan Graduate School of Business)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SKK GSB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발표한 2016 세계 주간 MBA 평가에서 5년 연속 한국 1위에 선정되는 등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 인사 담당자들의 시각은 다소 달랐다. 성균관대는 국제화 부문에서 462점을 받아 5위에 그쳤다.

6~9위권은 서강대(1964점)·한양대(1707점)·중앙대(1087점)·이화여대(843점) 순으로 지난해와 변동이 없었다. 10~12위권도 지난해와 순위가 같았다.

건국대(628점)·동국대(467점)·인하대(342점)가 각각 이름을 올렸다. 반면 올해 13위와 14위는 지난해와 순위가 바뀌었다. 숙명여대(315점)가 한 단계 올라선 반면 전남대(274점)는 순위가 하락해 14위를 차지했다.

유례없는 청년 구직난 속에서 MBA 졸업장의 가치 또한 빛이 바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한국형 MBA가 경력 전환이나 자기 계발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여전히 대부분의 기업들은 임직원들의 MBA 진학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또한 채용 시에도 MBA 학위에 대한 가점을 주는 기업도 많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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