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Ⅱ = ETF 전성시대 : 윤주영 미래에셋자산운용 본부장]
홍콩·캐나다 등 글로벌 ETF 시장 적극 공략…AI 활용한 ETF 등 ‘혁신 상품’ 강점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현재 국내 ETF 시장에서 순자산총액 8조원 규모로 시장 점유율 2위다. 하지만 글로벌 ETF 시장으로 범위를 넓히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글로벌 ETF 컨설팅 업체 ETFGI가 8월3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글로벌 순자산 151억 달러(16조4000억원)로 국내 운용사 가운데 1위에 올랐다. 2011년 국내 운용사 최초로 홍콩증권거래소에 ETF를 상장한 데 이어, 캐나다·호주 등으로 글로벌 시장을 적극적으로 확장해 나간 덕분이다.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ETF 자산운용사’로 도약하고자 하는 방향성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11월22일 미래에셋자산운용 본사에서 윤주영 미래에셋자산운용 ETF본부장(상무)을 만났다. 향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성장 전략과 함께 투자자들을 위한 조언을 들었다.

-최근 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ETF라는 용어를 낯설어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16년 전 제가 처음 인덱스펀드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지금처럼 ETF가 뜨거운 관심을 받는 시기가 오리라곤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지만 여전히 ETF를 더 많이 알리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합니다.

ETF를 가장 쉽게 설명하자면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펀드’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비교하자면, 펀드는 ‘미래의 가치’에 기반해서 투자하는 상품입니다. 이와 비교해 ETF는 주식처럼 상장이 돼 있기 때문에 ‘오늘의 가치’를 기준으로 거래가 이뤄집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오늘 코스피가 장중에서 엄청나게 요동을 쳤다고 해요. 펀드 투자의 경우 이와 같은 장중의 움직임이 가격에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죠. 하지만 ETF는 장중의 움직임이 가격에 실시간 반영이 돼요.

또 하나, 투자자 입장에서 좋은 점은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펀드와 비교해 ETF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상대적으로 보수율이 저렴하다는 겁니다. 저금리 시대잖아요.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저렴한 보수율’이 더더욱 중요한 시대라는 얘기입니다.“

-ETF를 ‘가장 민주적인 투자 상품’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ETF는 공평하다는 겁니다. 돈이 많든 적든 누구나 투자할 수 있죠. 지금까지 분산투자나 포트폴리오 투자는 고액자산가들의 전유물이었다면 ETF는 소액투자자들도 이제는 같은 기회를 누릴 수 있게 된 겁니다.

또 하나 이유가 있다면, ETF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노마진 상품이라 돈을 버는 상품이 아니에요. 사실 투자자 입장에서 증권사나 은행의 판매 창구에서 권해주는 투자 상품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어요. 기본적으로 정보 격차가 있으니까요. ETF는 상대적으로 이와 같은 판매처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요. 상품 종류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투자자 선택권도 늘어날 수 있고요.”

-ETF 상장 종목 95개로 국내 자산운용사 중 많습니다. 그중 투자자들이 가장 관심이 많은 상품은 무엇인가요.

“상장돼 있는 95개 종목들을 살펴보면 국내주식부터 대체투자까지 전방위입니다. 기본적으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국내 ETF 브랜드인 '타이거(TIGER)’ 아래 모든 자산관리가 가능한 라인업을 구축하려고 합니다. 결국에는 EMP(ETF 자산관리 포트폴리오)로 연결이 될 거에요. 아무래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가장 많은 상품은 코스피200이나 코스닥150과 같은 기본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에요. 레버리지 상품에 특히 투자자분들의 관심이 매우 높죠.

올해는 국내 IT나 바이오·헬스케어 ETF 등이 특히 주목을 많이 받았죠. 실제로 관련 ETF 상품에 자금이 많이 유입되면서 덩치가 커지기도 했고요. IT나 바이오 섹터들은 주식시장에 바로 투자를 하기에는 버블 위험 등이 부담스러운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위험을 줄이면서 합리적으로 투자를 하고자 ETF 상품을 많이 찾고 있습니다.”
“글로벌에서도 통하는 ‘혁신 DNA’로 국내시장 선도해 나갈 것”
고려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카이스트에서 금융공학 석사, 경영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진선물 애널리스트를 거쳐 유리자산운용에서 퀀트운용을 담당했다. 2011년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에서 ETF 운용 본부장을 맡았다. 2012년부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본부를 이끌고 있다. / 사진=서범세 기자

-ETF 상품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지만 코스닥150 등 몇몇 상품에 쏠림 현상이 심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시장 내에서 수요가 커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ETF 시장이 부족한 부분은 아무래도 채권형 ETF쪽입니다. 채권형 ETF는 아직 국내에서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이제 막 시장을 만들어가는 단계죠. 스마트 베타 ETF도 시장에서 관심은 많았지만 기대만큼 활성화되지는 않았습니다. 내년에도 국내 ETF 시장에 50개가 넘는 신규 종목이 상장될 거에요. 그만큼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질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해요.

다행히 지금까지는 저희가 생각하는 대로 국내 ETF 시장이 쫓아와 줬어요. 2011년부터 보수를 낮춰 온 전략도 그렇고 3~4년 전부터 EMP패키징 비즈니스로 방향을 잡은 것도 그랬고요. 앞으로도 마찬가지로 더 많은 혁신 상품을 개발해서 시장을 선도해 가야죠.”

-최근에는 EMP 시장에 대한 자산운용사들의 공략이 매우 적극적입니다.

“제가 2013년에 금융투자협회에서 발간하는 잡지에 기고한 글이 있어요. 그때 이미 국내 ETF 시장이 EMP를 중심으로 갈 것이고,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다뤘어요. 시장보다 앞서 3~4년 전부터 EMP시장을 준비해왔다는 거죠. 비즈니스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 ETF 자산운용사는 결국 EMP를 지향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미 다른 자산운용사들이 EMP라는 용어를 앞세우기 전부터 공모펀드에 ETF를 상당한 비중으로 편입해서 운용하는 전략을 시도해 왔어요. 그만큼 EMP를 위한 노하우와 경험을 축적해 왔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습니다.

올해도 스마트베타 ETF로 운용하는 '미래에셋AI스마트베타증권자투자신탁‘이나 ’기존 펀드를 리뉴얼해 ETF로 자산배분하는 '미래에셋 자산배분형 TDF 시리즈','미래에셋 다양한자산기회 포착 시리즈' 등 다양한 EMP펀드를 내놓았고요. EMP는 각 회사들의 다양한 운용전략 노하우가 가장 중요해요. 결국 투자자들의 최종 선택은 성과(수익률)로 귀결될 겁니다.”

-홍콩, 호주, 캐나다, 콜롬비아 등 글로벌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해외 시장에서는 국내의 ‘타이거’라는 ETF 브랜드와 별개로 ‘호라이즌’과 ‘베타쉐어즈(호주)’라는 두 개의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어요. ETF는 기본적으로 플랫폼 비즈니스에요. 한국 시장의 경우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선도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 상품에 대한 라인업을 확대해 나가는 전략이 중요하죠.

이와 비교해 글로벌 시장은 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스트리트 세 자산운용사가 매우 강하죠. 후발주자가 같은 상품으로 시장을 뺏어오기가 어려워요. 때문에 다른 자산운용사에서는 하지 않는 ‘차별화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대표적인 것이 캐나다에 상장한 ETF인데 마리화나를 이용해 메디컬 사이언스에 활용하는 ETF를 만들었어요.”

-글로벌 ETF 운영팀과 국내 ETF 운영팀과 교류가 있나요. 얼마나 활발한가요.

“물론입니다. 현재 글로벌ETF는 ‘글로벌ETF홀딩스’라는 법인이 따로 분리돼 있어요. 때문에 국내의 ETF와는 별도의 조직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국내와 글로벌 ETF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실제로도 홍콩, 호주, 캐나다 등 해외 지사 등을 통해 현지 시장의 트렌드나 혁신적인 움직임을 누구 보다 먼저 관심 갖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죠. 국내 ETF 팀과 해외 ETF 팀이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이와 같은 정보를 모두 공유해요.

11월 초에 캐나다 토론토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호라이즌 액티브 AI 글로벌 주식 ETF’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 투자하는 ETF죠. 아직 출시 한달이 채 안됐기 때문에 성과를 말하긴 이르지만 시장에서 관심이 높아요. 곧 국내에도 AI로 운용하는 EMP펀드가 출시될 예정이에요. 이처럼 해외의 혁신적인 상품들이 국내 ETF 브랜드로 연결된다면 시너지가 매우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국내 ETF 시장이 더욱 성장하기 위한 조언을 해주신다면.

“흔히들 ETF를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라고 말하지만 이는 ‘안전하다’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해요. 변동성이나 위험 측면에서 보자면 개별 주식보다 ‘덜 위험한’ 것은 맞지만, ETF 투자라고 무조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건 위험할 수 있거든요.ETF는 하나의 플랫폼이에요. 이 안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그 성격이 달라지죠.

국내에 상장된 ETF만 해도 300개가 넘어가고 글로벌 ETF 시장에 상장된 종목 수는 몇 천개에 달해요. 그래서 더 복잡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ETF는 ‘특정한 상품군’을 쫓아가는 성격이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이해하기가 더 쉬운 측면이 있어요. 전체적인 큰 흐름을 좇아가면 그 기대치에서 쉽게 벗어나지 않거든요.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ETF에 담겨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투자하는 게 중요합니다. 국내 ETF 시장의 경우 이를 위한 인프라가 부족한 게 사실이에요. 개인투자자들이 이와 같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정보 공개가 필요합니다.”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