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제 1150호 (2017년 12월 13일)

긱 이코노미 “경험과 지식을 팝니다”

 [스페셜 리포트 Ⅱ=긱 이코노미 대표 주자 3인방 '릴레이 인터뷰' ]

‘프리랜서, 1인 자영업자’ 경제활동…일자리 창출 ‘대안 모델’로 주목




[한경비즈니스= 이정흔 기자] ‘긱(gig)’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으면 ‘대중 음악가의 공연’과 ‘임시로 하는 일’이라는 두 가지 뜻이 나온다. 이 단어의 어원은 192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에서는 재즈 공연의 인기가 높았고 그만큼 많은 연주자들이 필요했다. 연주자들은 공연이 있을 때마다 즉흥적으로 ‘단기 공연팀’을 꾸려 무대에 서곤 했는데, 바로 이들을 일컫는 말이 ‘긱’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단어는 ‘프리랜서’, ‘1인 자영업자’까지 의미가 확장됐다. 

1920년대를 주름답던 ‘긱’이 ‘긱 이코노미’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저성장으로 기업들의 채용 규모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장기적이고 고정적인 정규직 채용보다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단기 프로젝트’ 단위로 고용계약을 하는 곳이 점차 늘고 있다. 스마트폰의 보급은 이와 같은 독립형 경제활동의 수요자와 공급자가 더 쉽게 연결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일종의 ‘독립형 경제활동’, 다시 말해 ‘긱 이코노미’다.

잡무나 심부름을 대신해 주는 사이트인 미국의 ‘태스크래빗(TaskRabbit)’, 음식점에 소속되지 않은 채 음식 주문을 대행해 주는 영국의 ‘딜리버루(Deliveroo)’ 등이 대표적이다. 가구 조립, 청소, 비즈니스 컨설팅 등 모든 것이 대상이 된다. 실제로 미국 퓨처리서치센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4명 중 한 명(24%)은 지난 1년간 이와 같은 긱 이코노미에 참여해 돈을 번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브스에 따르면 미국은 불과 3년 뒤인 2020년이면 전체 직업의 43%가 ‘프리랜서’나 ‘독립형 경제활동’의 형태로 바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무엇보다 점점 더 심각해지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대안 경제’로 긱 이코노미를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2011년 설립된 재능 공유 마켓 ‘크몽’은 11월 27일 하루 평균 거래액 1억원을 돌파했다. 자신의 취미나 재능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줌으로써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숨고’나 ‘탈잉’ 등의 서비스도 20~30대 직장인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보다 전문적인 비즈니스 영역에도 이와 같은 긱 이코노미가 적용되고 있다. 명함 제작부터 법률 컨설팅까지 소상공인들에게 특화된 비즈니스 노하우를 공유하는 ‘리브릿지’, 비즈니스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전문 지식과 노하우 등을 공유하는 ‘프로파운드’ 등이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를 대표하는 긱 이코노미 플랫폼을 이끌고 있는 3인의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대안 경제’로서 긱 이코노미의 의미와 가능성을 짚어봤다.

◆ 박현호 크몽 대표
“ 2021년까지 연소득 2000만원 이상 5만 명 목표”


“모든 일에는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크몽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문구다. 디자인, IT&프로그래밍, 콘텐츠 영상 제작, 번역&통역 등 크몽에서 거래되고 있는 ‘재능’의 성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렇듯 ‘전문적인 기술과 노하우’를 판매하고 공유하는 마켓으로 자리 잡은 크몽이지만 2011년 설립 당시만 해도 지금과는 성격이 많이 달랐다. 크몽이 설립되기 1년 전인 2010년은 긱 이코노미의 원조랄 수 있는 이스라엘의 재능 공유 플랫폼인 ‘피버(Fiverr)’가 탄생한 해다. 5달러에 각종 심부름, 디자인, 문서 번역 등의 재능을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이를 지켜본 박현호 크몽 대표는 국내에서도 비슷한 플랫폼을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다. 박 대표는 “크몽에서 판매되는 콘텐츠는 ‘모닝콜 해주기’, ‘상사 대신 욕 들어주기’ 등이 많았다”며 “당시에는 판매 가격이 5000원으로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일상적인 심부름이나 재미를 더한 이벤트 성격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사진> 박현호 크몽 대표/ 사진 제공=크몽

크몽의 성격이 지금처럼 변한 데에는 박 대표의 계획이나 의지보다 재능을 판매하는 ‘고객들의 요구’가 가장 컸다. 단순한 심부름을 뛰어넘어 자신의 전문성을 판매하길 원하는 전문가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5000원 가격 제한’을 풀어달라는 요구가 높아졌다. 2012년 가격 제한을 없앤 후 전문가들의 참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올해까지 해마다 30% 이상씩 매출 성장을 거듭해 오고 있다. 그는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얼마나 많은 전문가들과 프리랜서들이 이런 플랫폼을 필요로 하는지 확신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거래되는 재능의 전문성이 높아지면서 평균 거래 가격도 높아졌다. 올해 12월을 기준으로 대략 9만5000원 정도다. 크몽에 소속돼 있는 전문가만 하더라도 8만8882명에 달한다. 재능을 거래하길 원하는 고객군도 달라졌다. 처음에는 ‘P2P(개인과 개인 간의 거래)’의 비율이 높았지만 현재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거래(P2B)의 비율이 90%에 육박한다. 대부분은 규모가 작은 소상공인이나 스타트업들이다. 예를 들어 카탈로그를 제작하는 데 디자인이나 제작 상담이 필요하다든지, 기업의 로고를 디자인하는 데 전문가가 필요한 곳들이다. 박 대표는 “크몽 역시 초창기에 우리 플랫폼에 등록된 전문가에게 의뢰해 초기 로고를 디자인했다”고 소개했다.

그렇다면 크몽과 같은 플랫폼이 현실적으로 ‘일자리’를 대신할 수 있을까. 박 대표에 따르면 크몽에 등록된 전문가들 중 수백 명이 적어도 월 단위로 ‘의미 있는 수익(월 200만원 정도)’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월마다 계약 건수나 거래액에 따라 수익이 들쑥날쑥한 게 사실이다. 그는 “세상이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고 ‘단기 계약’ 형태의 고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것은 ‘예상 가능한’ 흐름”이라며 “아직은 ‘안정적인 수익원’으로는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앞으로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크몽의 사업 목표는 ‘2021년까지 연간 거래량 1조원 달성’이다. 연 2000만원 이상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사람들이 5만 명 있어야 달성 가능한 목표다. 박 대표는 “국가적으로도 단순히 정규직 채용만 고집한다면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긱 이코노미와 같은 ‘유연한 고용 형태’로 시야를 넓혀야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김윤환 탈잉 대표
 “재능이 ‘상품’이 되는 긱 이코노미…가치 높이는 ‘브랜딩’이 핵심”


2015년 설립된 탈잉은 ‘탈출 잉여’라는 뜻을 담고 있다. 프로게이머부터 주식 투자 고수,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은 ‘덕후’ 등이 자신의 재능을 나누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탈잉의 ‘튜터’로 등록하고 고객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가르쳐 준다. 중요한 것은 ‘프로’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튜터로서 ‘재능’을 판매할 기회를 얻는다는 점이다.

김윤환 탈잉 대표가 창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것은 대학교 4학년 때였다. 김 대표는 “당시 친구들 대부분이 대기업이나 공무원 등을 준비하던 취준생이었다”며 “취미나 특기가 제각각인 친구들이 모두 ‘같은 꿈’을 꾸면서 도서관에 앉아 ‘같은 공부’를 하는 게 굉장히 비효율적으로 보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사진> 김윤환 탈잉 대표/ 사진 제공=탈잉

친구들의 이야기를 빌렸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으로서 김 대표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는 대입 삼수생을 거쳐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입학에 성공했다. 하지만 오랜 수험 생활을 거치며 몸무게가 100kg까지 불어나 있었다. 다행히 좋은 헬스트레이너 선생님을 만나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후 운동에 재미를 붙인 그는 전문가 못지않은 헬스 관련 지식을 쌓았고 헬스 동아리를 조직해 친구들에게 직접 헬스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활약했다. 그는 “졸업 이후 헬스트레이너를 직업으로 생각하기도 했지만 정치외교학과 출신인 내게 기회가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며 “굳이 헬스클럽과 같은 조직에 속하지 않더라도 ‘재능을 상품화할 수 없을까’ 하는 고민이 탈잉의 시작이었다”고 설명했다. 

탈잉에서 거래되는 강의는 ‘암호화폐’부터 ‘자소서 쓰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를 다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왕성하게 활동 중인 튜터만 하더라도 1000명을 훌쩍 넘어선다.
처음에는 대학생들을 타깃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시간에 쫓기는 20~30대 직장인들이 주 고객층이다. 강의는 대부분이 1회를 단위로 거래된다. 가격은 튜터가 직접 설정한다. 1회에 10만원 내(대략 1만~5만원)에서 거래되는 강의가 대부분이지만 인기 강사는 15만~20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김 대표는 “최상위 그룹 인기 강사는 한 달에 30회 이상 강의하기도 한다”며 “부업으로 시작했다가 수익성이 검증되면서 아예 사무실을 차리고 전문적으로 일을 시작한 튜터들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문제는 모두가 이와 같은 ‘인기 튜터’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고객들은 ‘돈을 내고’ 강의를 듣기 때문에 강의의 질이 담보돼야만 거래가 지속될 수 있다”며  “자신의 재능이 고객들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는 ‘개인 브랜딩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탈잉이 매우 까다로운 ‘튜터 등록’ 절차를 유지하는 이유다. 탈잉의 튜터가 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수업 계획서를 제출해 자신의 ‘강의 능력’을 검증해야 한다. 각자의 이야기를 ‘스토리화’할 수 있는 매뉴얼을 바탕으로 튜터 등록 페이지가 설계돼 있다. 이것도 부족해 탈잉의 스태프들이 수시로 튜터 신청자와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브랜딩 작업’을 완성해 간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튜터의 강의를 들은 고객들로부터 긍정적인 리뷰를 쌓아가면서 ‘좋은 평판’을 관리하는 데 있다. ‘평판 조회’를 바탕으로 좋은 전문가를 선별할 수 있다는 것 또한 긱 이코노미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예전에는 큰 조직에 소속돼 있어야만 자신의 재능을 필요로 하는 고객과 연결될 수 있었다면 지금은 개인과 개인 간에도 얼마든지 이와 같은 거래가 가능하다”며 “이미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자리=평생직장’, ‘일자리=정규직’의 공식이 깨지고 있는 데다 앞으로는 이런 흐름이 점점 가속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유경 프로파운드 대표
“경력 검증된 ‘비즈니스 전문가’…은퇴자·경단녀 일자리 문제 해결” 

홍보대행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A 씨는 출산과 함께 직장을 그만두고 ‘경단녀(경력단절여성)’가 됐다. 육아 중이기 때문에 아직 업무에 복귀하지 못하는 A 씨에게 새로운 수익원이 생겼다. 한 기업에서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언론 홍보’ 관련 자문이 필요한데, A 씨는 이 기업에 전문가로서 1~2시간 관련 상담을 진행하고 20만원 정도의 수익을 얻었다. 직장에 취직하지 않더라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편이 생긴 것이다. A 씨를 기업과 연결해 준 곳은 비즈니스 네트워크 플랫폼을 표방하는 ‘프로파운드’다.


<사진> 이유경 프로파운드 대표/ 사진 제공= 프로파운드

2016년 9월 법인을 설립하고 올해 1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신생 플랫폼’이다. 겨우 1년 가까이 지났지만 풍부한 경험과 능력을 갖춘 비즈니스 전문가들이 중심이 된 플랫폼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유경 프로파운드 대표는 창업 전까지 10여 년간 글로벌 컨설팅 업체들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폴리티컬사이언스인스티튜트(PSI)라는 일본 정책 연구소 애널리스트, 국회의원실 정책 비서관, 일본 딜로이트의 컨설턴트 그리고 홍보 회사인 에델만에서 4년여간 글로벌 캠페인 기획과 수행을 담당했다. 이 대표는 “대기업들도 신사업을 기획하거나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때 그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금까지는 대부분이 알음알음 인맥을 통해 전문가들을 소개받았다면 프로파운드는 전문가 상담을 ‘오픈 마켓’으로 만든 것”이라고 소개했다.

프로파운드는 현재 8개 국가에서 6만5000명이 넘는 다양한 전문가군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일본․인도네시아․베트남․중동 지역에도 전문가 네트워크가 뻗어 있다. 이 대표가 직접 발로 뛰며 해외 영업, 재무회계, 대정부 관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확보한 결과다. 최근에는 국내 대형 은행의 상품 개발 담당자로부터 해외 선진국의 금융 상품을 벤치마킹하고 싶다는 의뢰를 받아 미국 월가 출신의 은행원을 소개해 준 적도 있다.

이 대표는 “기업들이 전문적인 글로벌 컨설팅 기업을 통해 상담을 받으려면 4~8주에 3000만원 이상의 가격을 부담해야 한다”며 “이와 비교해 프로파운드에서는 10년 차 전문가와 1시간 상담하는 데 30만원 정도가 책정된다”고 설명했다. 1회성 상담을 넘어 1개월 이상의 ‘장기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경우도 가끔 있다. 어떤 전문가는 기업의 요청으로 1500만원에 장기 프로젝트를 맡았다.

프로파운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들은 규모가 영세한 스타트업에서부터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대기업까지 다양하다. 이 대표는 “예를 들어 대기업이 해외 진출을 결정한다고 할 때 본격적인 단계에서는 가격과 상관없이 글로벌 전문 컨설팅사들을 찾는다”며 “그 전 단계에서 ‘이 시장의 상황이 어떤지’ 등에 대해 간단히 가늠해 보고자 할 때 우리를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정보는 그 시장을 직접 경험해 본 사람에게서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물론 기업들의 만족도도 높다. 이 대표는 “기업에 취직해 ‘직장’을 얻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직업’을 바탕으로 기업이 요구하는 업무만 완수하면 되기 때문에 투잡으로 활용하는 고객들이 많다”며 “최근에는 비즈니스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기업 임원 출신의 은퇴자들이나 결혼·출산 등의 이유로 직장을 잠시 떠나 있는 주부들이 전문가로 등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이 많은 주목을 받으면서 이 대표는 최근 또 다른 도전을 준비 중이다. 6만 명이 넘는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 전문가들이 어떤 경험과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지 고객들에게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올해 9월 지식 공유 플랫폼인 ‘와이즈10(WISE10)’을 론칭했다. 전문가들의 지식을 ‘유료 콘텐츠’로 만들어 내기 위한 작업이다.

이 대표는 “이미 ‘디지털 노마드’라는 단어가 익숙해질 만큼 사람들이 일을 하는 형태도 바뀌고 그에 따라 고용 형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단순히 기업과 전문가를 ‘매칭’하는 것을 넘어 전문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를 상품화’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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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7-12-1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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