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 대한민국 신인맥 :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외환 위기 이후 ‘3각 체제’…10년 뒤 금융위·금감원…문 정부, 감독 분리 추진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불편한 동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두고 하는 얘기다.

그러나 태생은 달랐다. 설립연도로 따지자면 금융감독원이 ‘형’이다. 형이 아우를 모시는 격이다.

최근 들어 두 기관을 중심으로 한 금융 감독 체계 개편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목표는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금융 쇄신’이다.
10년마다 수술대 오른 금융감독 역사
◆2008년 이후 지속된 ‘통합형’ 감독체계

‘금융 산업 구조 선진화를 위해 금융위원회 조직을 기능별로 재편하고 정부 조직 개편과 연계해 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2017년 12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문재인 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 중 금융 감독 체제 개편의 내용이다.

금융 산업을 증진하는 정책 기능과 금융 산업을 관리·감독하는 상반된 기능을 한 기관에서 관할하다 보니 관치금융 등 다양한 부작용이 생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정책과 금융 감독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개편 내용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현행 금융 감독 체계가 만들어진 이명박 정부 이후 지난 10년여간 개편 논의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금융 감독 체계를 둘러싼 논란은 그 이전인 1997년 외환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거 금융회사를 관리하는 업무는 은행감독원·증권감독원·보험감독원 등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계기로 이러한 감독 체계가 비효율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정부는 먼저 관치금융을 해소하기 위해 소규모 공무원으로 구성된 금융감독위원회를 설립했다.

이어 기존의 3개 감독 기관에 신용관리기금을 더해 모두 4개 기구를 통합한 특수 기관을 출범시켰다. 바로 1999년 1월 탄생한 금융감독원이다.

이때부터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감독과 정책 결정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 등 3개 기구에서 이뤄졌다.
10년마다 수술대 오른 금융감독 역사
정부 부처인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이 금융정책을 결정하고 법률을 제정 및 개정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정부 기구인 금융감독위원회는 금융회사를 감독하는 권한을 보유했다.

또 금융 감독과 관련한 주요 사안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역할을 했다. 민간 기구인 금융감독원은 금융감독위원회의 지시를 받아 금융회사를 실제로 감독하는 역할을 맡았다. 당시에는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이 금융감독원장을 겸직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2008년 이명박 정부는 또 한 번 금융 감독 체계를 수술대 위에 올렸다. 3원화된 조직 구조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 때문이었다.

이때 금융위원회를 설립해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가 나눠 맡고 있던 금융정책과 금융 감독의 총괄 기능을 모두 이관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정책 결정을 비롯해 모든 관련 법률 제정 및 개정의 권한을 가졌고 금융회사 인허가, 검사 및 제재 권한도 행사할 수 있는 금융 분야 최고 의사결정 기구가 됐다.

금융위원회가 생기면서 민간 기구인 금융감독원은 금융위원회가 위임하는 ‘감시 업무’를 수행하게 됐다. 주요 업무는 △금융회사의 감독과 검사 △자본시장 감독 △회계 감독 △금융 소비자 보호 활동 △국제 협력 및 교류 등이다.

즉, 은행·증권·보험사 등 금융회사의 인허가를 담당하며 이들 금융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감독하는 기능을 한다. 또 감사 보고서의 회계 기준을 마련하고 불공정 거래를 적발하는 업무와 금융 분쟁을 조정하고 금융위원회 등 상위 기관의 업무를 돕는 일도 병행한다.

당시 정부는 정부 관료가 민간 기구인 금융감독원의 수장이 될 수 없도록 했다.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의 겸직이 금지된 것이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사태 이후 금융 감독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최적의 금융 감독 체계’ 보고서에서 “지난 20년 동안 한국에서 금융 감독 체계에 대한 개편 논의가 끊이지 않고 계속 있어 왔다”며 “1997년 관료 조직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 감독 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했지만 2017년 현재 금융 감독 체계는 1997년 이전과 비슷하거나 더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물론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2017년 9월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그 어디에도 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터를 각기 다른 사람이 밟는 법이 없고 한 사람이 밟아야 상황과 여건에 맞춰 운전할 수 있다”며 “금융정책과 감독은 실질적인 구분이 어려운 만큼 지난 10년간 안정화된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의지는 단호하다. 금융시장의 견제와 균형이 이뤄져야 소비자들의 편익도 증대된다는 판단이다.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