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제 1154호 (2018년 01월 10일)

워런 버핏 뛰어넘는 AI 투자, 가능한 시대 온다!

[스페셜 리포트 Ⅱ-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 박천웅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 특별 대담]
카이스트·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딥러닝 알고리즘 공동 개발 '손 잡았다'



(사진)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오)와 박천웅 이스트스프링 자산운용 대표/ 사진=서범세 기자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합리적인 투자자들이 소수이기 때문에 그들의 행동은 시장을 크게 좌우하지 못한다.”

영국의 경제학자인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일찍이 ‘금융시장의 비이성적인 속성’을 꿰뚫었다. 비이성적인 투자 심리가 크게 작용하는 금융시장은 그래서 인간에겐 완전히 해부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다. 여전히 통찰력과 직관이 필요한 까닭이다. 

인공지능(AI)이 이 ‘미지의 영역’을 밝힐 수 있을까.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와 박천웅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가 이 물음에 답을 찾아 나섰다. 김 교수는 국내 대표적인 AI 과학자 중 한 명으로 독일 막스플랑크 뇌과학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 대표는 홍콩·싱가포르·미국·영국 등 글로벌 금융 중심에서 경력을 쌓아 온 국내 대표적인 금융 전문가다. 뇌과학을 연구하는 ‘학자(학계)’와 투자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금융 전문가(금융업계)’의 만남인 셈이다.

박 대표가 수장을 맡고 있는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은 2017년 11월 28일 김 교수와 ‘딥러닝 알고리즘’을 금융 투자에 접목하기 위한 공동 연구 업무 협약을 맺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12월 28일 두 사람이 만나 ‘AI가 가져올 금융시장의 변화’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먼저 공동 연구의 내용이 궁금합니다. 

김대식 교수(이하 ‘김’) “2016년 3월 이세돌 기사와 알파고의 바둑 대결을 기억할 거예요. 알파고가 바둑을 배우는 데 활용한 AI가 ‘딥러닝’이에요. 알파고는 엄청난 바둑 기보(데이터)를 분석해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이 기사와의 대결에서 이겼습니다. 알파고가 딥러닝을 활용해 바둑을 배울 수 있었다면 방대한 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투자’를 배우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조금 더 간단하게 말해 볼게요. AI가 이 기사를 바둑에서 이겼듯이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보다 투자를 잘하는 AI를 만드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연구하고자 하는 내용은 그 답을 찾아나가는 시도인거죠. ”

박천웅 대표(이하 ‘박’) “올해 상반기에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에서 딥러닝을 적용한 AI 헤지펀드도 출시할 계획이에요. 다만, 분명히 해야 할 부분이 있어요. 이 펀드 상품은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에서 책임 지고 우리의 브랜드로 만드는 것입니다. 카이스트와 협력을 하는 것은 상품의 ‘엔진’을 개발하는 겁니다. 예를 들면, 현대차가 자동차 제품을 출시하는데 그 제품에 들어가는 엔진은 자체 개발할 수도 있고 다른 기관과 협력해 개발할 수도 있죠. 우리가 이 엔진을 공개하는 이유는 ‘딥러닝’이라고 하는 혁신적인 기술의 중요성 때문입니다. 뇌과학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가진 카이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엔진’의 성능을 그야말로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나면 그에 맞는 상품을 조만간 출시하는 것이 계획입니다.”

-현재 진행 상황은 어떤가요.

김 “‘딥러닝을 활용해 알고리즘을 개발한다’는 의미부터 짚어보죠. 이 기사와의 대국 당시 알파고는 인간 바둑 기사가 둔 기보 30만 건을 학습했습니다.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도 마찬가지로 AI가 스스로 투자의 룰을 익힐 수 있는 방대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이 정보는 인간이 제공해 줘야 학습이 가능해요. 이스트스프링에서 보유하고 있는 금융 데이터가 ‘바둑 기보’가 되는 거죠. 현재는 우리 연구팀이 이스트스프링으로부터 금융 데이터를 넘겨받아 이를 바탕으로 첫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한 번 돌려본 상태입니다.”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어려운 점은 없나요.

김 “물론 있습니다. 아무래도 금융 데이터는 굉장히 특수한 데이터잖아요. 우리 연구팀은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본 경험이 있지만 ‘금융 데이터’는 이번에 처음 다뤄보는 겁니다. 데이터 분석이라는 게 ‘콤마(,)’ 하나만 잘못 해석해도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연구팀과 이스트스프링의 금융 전문가들이 매주 만나 이해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어요. 이 과정에서 연구팀 역시 금융 전문가들로부터 금융 지식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점은 현재 딥러닝에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들은 모두 다 영상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최적화돼 있어요. 금융 데이터를 갖고 있더라도 이 데이터를 소프트웨어가 읽을 수 있도록 ‘번역(포팅)’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현재는 이런 과정을 거쳐 실제로 번역된 데이터를 딥러닝으로 읽을 수 있는지 시도해 본 결과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단계예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데이터가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도 시행착오가 많이 필요할 겁니다. 지금까지는 ‘연습 게임’이었다면 이제부터가 ‘진짜 게임’의 시작입니다.”


(사진)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는 "금융과 AI는 완전히 새로운 분야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답을 모른다"며 "현 시점에서 가장 똑똑한 전략은 남들보다 일찍 시작해 남들보다 일찍 실패해 보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AI를 특히 ‘투자’ 분야에 접목하는 데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박 “2016년 국내에서 역사적인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알파고와 이 기사의 바둑 대결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변화는 그전부터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지만 이 대결을 통해 ‘그 변화가 생각보다 일러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다가올 변화를 준비하기 위해 전문가를 초빙해 강연을 들었는데, 그 과정에서 교수님과 인연을 맺었어요. 그리고 이를 금융 분야에 접목해 보는 시도를 같이 해보자고 지난해 초 제가 먼저 교수님께 e메일로 제안했죠.”

김 “개인적으로는 이 기사와 알파고의 대결에 초청 받아 그 현장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인공지능․뇌과학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제게도 그 결과는 상당히 충격이었어요. 이론적으로 ‘언젠가는 기계가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능력을 갖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 장면을 제 눈으로 처음 본 거니까요.”

-알파고의 바둑 대결 전에도 IBM의 딥블루가 체스 게임에서 이겼는데요.

김 “두 경우는 좀 다릅니다. IBM의 딥블루는 ‘룰 베이스 인공지능’이라고 해요. 체스 게임의 전문가들이 체스에 필요한 ‘룰’을 슈퍼컴퓨터에 입력한 겁니다. 컴퓨터는 이 룰을 빠르게 검토하고 계산해 이긴 것이고요. 알파고의 특징은 컴퓨터에 바둑을 잘 두는 방법을 가르친 게 아니라는 겁니다. 인간이 둔 바둑 기보(데이터)를 기반으로 알파고가 스스로 이기는 방법을 터득한 거예요. 과거 체스 게임과 같은 방식은 인간이 알고 있는 모든 룰을 바탕으로 컴퓨터의 결정이 이뤄져요.

하지만 알파고는 아닙니다. 알파고와 이 기사의 경기가 끝난 뒤 개발자인 데미스 하사비스와 잠깐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때 그는 ‘알파고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우리도 모른다’고 했어요. 알파고는 인간이 둔 방대한 바둑 기보를 바탕으로 학습했지만, 이를 통해 어떤 룰을 만들었는지 인간이 모를 수 있다는 거죠.

투자 분야도 마찬가지예요. 투자는 과학과 예술, 인간의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분야예요. 현재 수준에서 인간은 ‘투자의 룰’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해요. 알파고가 보여주는 가능성은 우리(인간)가 이해하지 못한 지적인 행위에 대해서도 충분한 데이터가 제공된다면 ‘인간도 파악하지 못한 룰’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한편으로는 소름끼치는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상당히 매력적인 일입니다.”

박 “알파고가 이 기사를 이겼을 때 첫째로 든 생각은 ‘아, 사람의 직관이 해부가 됐구나’였어요. 사람이 어떤 전문 분야에서 사유하고 결론을 얻고 이런 과정들을 정말 많이 반복하다 보면 ‘직관’이 형성돼요. 직관은 결국 엄청난 경험적 데이터가 축적되고 그에 대한 통찰력․훈련․습관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사고죠. 그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 ‘직관’에 대해 엄청난 긍지를 갖고 있어요. 바둑이 그렇고, 투자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기계가 이와 같은 인간의 직관을 이긴 겁니다. 딥러닝 기술을 활용하면 투자에서도 많은 부분을 보완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유추하게 하죠.”

-국내에서는 금융업계와 학계가 손잡은 첫 사례입니다. 의미를 짚어주신다면.

김 “기계 학습 기반의 AI, 그러니까 ‘딥러닝’의 핵심은 알고리즘과 데이터예요. 어떤 영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영역에 해당하는 데이터가 필요하겠죠. 그런데 그 양이 방대해야 해요. 예를 들어 ‘고양이’를 알아보고 싶다면 고양이 사진 10장이 아니라 1000만 장이 필요합니다.

그런 방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곳은 구글․페이스북․바이두 등의 회사들이에요. 적어도 구글과 페이스북은 그들이 수집한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아마 대학에서 이뤄지는 AI 연구의 99%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조금 바꿔 내놓는 결과일 거예요. 다시 말해 아무리 버둥거려도 구글과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데이터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해요. 처음부터 ‘이길 수 없는 게임’인 거죠.

그런데 구글과 페이스북이 갖고 있지 않은 데이터가 있어요. 금융과 의료 분야예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 연구팀은 이스트스프링을 통해 방대한 금융 데이터를 분석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겁니다. 학자로서는 엄청난 행운이죠.”

박 “개인적으로는 모건스탠리에서 근무하던 2003년쯤 ‘인베스트먼트 클락’이라는 투자 프레임워크를 제시한 적이 있어요. 투자를 결정하는 데 기업의 이익, 밸류에이션 외에 사람들의 투자 심리와 같은 요소들에 대한 변화를 관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어느 투자 시점’에 와 있는지 판별하는 겁니다. 펀드매니저로서 이런 변화들은 제가 쌓아 온 경험과 지식, 직관을 바탕으로 판단하죠. 하지만 거기에는 근거가 되는 ‘데이터 포인트’들이 있고요. 딥러닝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나왔을 때 저는 ‘이제야 비로소 인베스트먼트 클락을 정말 과학적으로 구현할 수 있겠구나’란 생각을 했어요. 데이터 포인트들에 대해 이전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섬세하고 정교한 판단이 가능해지니까요.”


(사진) 박천웅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는 "알파고가 이세돌 기사를 이겼을 때 '아, 사람의 직관이 해부됐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딥러닝 기술로 투자의 많은 부분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AI가 발전한다면 ‘사람(금융 전문가)’의 역할을 대체할 것이란 두려움이 있습니다.

김 “‘기계가 지적인 일을 하기 시작하면 사람은 뭐 해’라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골 질문이죠. 그리고 매우 중요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솔직히 아직까지 이 답은 그 누구도 모릅니다. 이번 연구는 궁극적으로는 ‘사람과 기계의 협업 모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것이기도 해요. AI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인간과 기계의 협업이 특히 중요한 영역이 ‘금융’과 ‘의료’입니다. 알파고가 바둑을 이겼어요. 알파고가 바둑을 잘 두든 못 두든 우리가 이걸 이해하지 못한다고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금융과 의료는 달라요. AI가 인간의 수술을 진행하다가 실패했다고 쳐요. 그런데 인간이 AI가 실패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해요. 이는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죠. 따라서 인간의 행복과 삶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이 두 영역에서만큼은 항상 기계의 지적인 판단에 대해 사람이 ‘더블 체크’를 해야 합니다.”

박 “만약 투자에서 AI가 정말로 사람을 뛰어넘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기계들끼리 투자한다고 해도 그중에는 승자가 있고 패자가 있습니다. 그 패자의 손실에 대해서는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최소한 기계끼리 경쟁하는 시장이라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그 기계를 투입할 것인지’, ‘얼마나 경쟁력 있는 기계를 투입할 것인지’, ‘어느 정도 투입할 것인지’ 등에 대한 판단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투자라는 영역에 있어서만큼은 ‘사람’이 의사결정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금융에 AI를 접목하는 시도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나요. 

박 “글로벌 시장에서도 규모가 큰 헤지펀드들은 투자에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얘기를 하는 곳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자신들의 투자 룰을 잘 공개하지 않아요. 이 때문에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인지는 알 수 없죠. 다만 현재 이들의 투자 스타일을 보면 대체로 AI를 기술적 분석(주가와 거래량의 과거 흐름을 분석해 미래의 주가를 예측하는 방법)에 활용하는 것이 많지 않을까 짐작하고 있습니다. 투자에 AI를 활용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해요. 사실 가장 즉각적인 결과를 기대한다고 하면 ‘기술적 분석’에 활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쉬운 방법이에요. AI를 활용해 지금 이 순간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종목들을 찾아내고 이를 단기 트레이딩에 활용하는 겁니다. 하지만 카이스트와 우리는 AI를 활용해 빠르고 쉬운 길보다는 투자 영역에서 조금 더 '근본적인 원리'에 접근해 보려고 합니다. 지금껏 사람이 정성적으로 판단을 해 오던 ‘기본적 분석(주식의 내재적 가치를 분석해 미래의 주가를 예측하는 방법)'에서도 AI는 통계적 관점에서 이를 보완해줄 수 있는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 “현재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AI로 비슷한(기본적 분석) 연구를 하겠다고 발표한 곳은 많아요. 그중에서 자신들의 연구에 대해 공개한 곳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금융과 AI의 결합이 ‘완전히 새로운’ 분야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연구가 실제로 구현될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어요. 그러니까 현시점에서 가장 똑똑한 전략은 ‘남들보다 일찍 시작해 남들보다 일찍 실패해 보는’ 거죠.”

-이번 연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기대하는 성과가 있나요.

김 “거듭 강조했듯이 향후 AI가 적용돼야 할 매우 큰 영역 중 하나가 ‘금융’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금융 관련 전문 지식과 AI 관련 전문 지식을 동시에 가진 전문가가 거의 없어요. 현재로서는 학계에서도 없고 금융계 쪽에도 없고요. 그래서 ‘교육’이 매우 중요해요. 다행스러운 것은 그래도 국내에는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젊은 인재들이 많다는 거예요. 저는 이번 연구를 진행하면서 우리 연구팀과 이스트스프링의 금융 전문가 모두 ‘금융’과 ‘인공지능’의 전문 지식을 동시에 익힐 수 있는 훌륭한 기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전문 지식을 훈련받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생태계가 만들어진다면 앞으로 AI 투자 전문가의 중심지가 대한민국 서울 여의도가 될 수도 있다고 기대합니다.” 

박 “금융공학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매우 정교해졌죠. 인간은 금융 분야에 대해 많은 부분들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파헤칠 것들이 더 많아요. 투자의 영역에서 ‘우리가 뭘 모르는지 알아가는 것’이 중요한 거죠. AI가 이와 같은 금융시장의 비밀을 어디까지 파헤쳐 줄 수 있을지는 아직 모릅니다. 개인적으로는 단 몇 개의 ‘투자 룰’만 밝혀낸다고 하더라도 상당히 큰 수확이라고 생각해요. 그 파장이 거기에서 끝나지 않을 테니까요. 우리는 그 도전의 일부가 되고 싶어요. 그래야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테니까요. 이 분야에 발을 담그고 있는 것과 담그지 않고 있는 것은 추후 어마어마한 차이를 만들어 낼 겁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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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 공개]  

-공동 연구 내용은.

김 “2016년 3월 이세돌 기사와 알파고의 바둑 대결을 기억할 거예요. 알파고가 바둑을 배우는 데 활용한 AI가 ‘딥러닝’이에요. 알파고는 엄청난 바둑 기보(데이터)를 분석해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이 기사와의 대결에서 이겼습니다. 알파고가 딥러닝을 활용해 바둑을 배울 수 있었다면 방대한 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투자’를 배우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조금 더 간단하게 말해 볼게요. AI가 이 기사를 바둑에서 이겼듯이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보다 투자를 잘하는 AI를 만드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구는 그 답을 찾아나가는 시도인거죠. "

박 “올해 상반기에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에서 딥러닝을 적용한 AI 헤지펀드를 출시할 계획이에요. 펀드 상품자체는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에서 책임지고 우리의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고요, 카이스트와 협력을 하는 부분은 상품의 ‘엔진’을 개발하는 겁니다. 예를 들면, 현대차가 자동차 제품을 출시하는데 그 제품에 들어가는 엔진은 자체 개발할 수도 있고 다른 기관과 협력해 개발할 수도 있죠. 그런데 현대자동차가 이 엔진을 누구와 개발했는지를 꼭 밝힐 필요는 없죠. 그럼에도 우리가 이 엔진을 공개하는 이유는 ‘딥러닝’이라고 하는 혁신적인 기술의 중요성 때문입니다. 뇌과학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가진 카이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엔진’의 성능을 그야말로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나면 그에 맞는 상품을 조만간 출시하는 것이 계획입니다.”

김 “사실 이스트스프링에서 준비하는 상품에 대해서 저는 전혀 몰라요. 아마 저희가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거기의 한 파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저희가 공동연구를 통해 기여하는 부분이 있을 테고요, 공동연구의 성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마 카이스트가 개발한 알고리즘에 이스트스프링이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과 투자경험들을 녹여내서 최종적인 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 상황은.

김 “‘딥러닝을 활용해 알고리즘을 개발한다’는 의미부터 짚어봐야할 것 같아요. 이 기사와의 대국 당시 알파고는 인간 바둑 기사가 둔 기보 30만 건을 학습했습니다.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도 마찬가지로 AI가 스스로 투자의 룰을 익힐 수 있는 방대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이 정보는 인간이 제공해 줘야 학습이 가능해요. 이스트스프링에서 보유하고 있는 금융 데이터가 ‘바둑 기보’가 되는 거죠. 현재는 우리 연구팀이 이스트스프링으로부터 금융 데이터를 넘겨받아 이를 바탕으로 첫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한 번 돌려본 상태입니다.”
 
-어려운 점은.

김 “물론 있습니다. 아무래도 금융 데이터는 굉장히 특수한 데이터잖아요. 우리 연구팀은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본 경험이 있지만 ‘금융 데이터’는 이번에 처음 다뤄보는 겁니다. 데이터 분석이라는 게 ‘콤마(,)’ 하나만 잘못 해석해도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연구팀과 이스트스프링의 금융 전문가들이 매주 만나 이해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어요. 이 과정에서 연구팀 역시 금융 전문가들로부터 금융 지식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점은 현재 딥러닝에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들은 모두 다 영상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최적화돼 있어요. 금융 데이터를 갖고 있더라도 이 데이터를 소프트웨어가 읽을 수 있도록 ‘번역(포팅)’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현재는 이런 과정을 거쳐 실제로 번역된 데이터를 딥러닝으로 읽을 수 있는지 시도해 본 결과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단계예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데이터가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도 시행착오가 많이 필요할 겁니다. 지금까지는 연습 게임이었다면 이제부터가 ‘진짜 게임’의 시작인 거죠.

사실 딥러닝 연구를 진행할 때는 이런 기초 작업들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딥러닝은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모델이 점점 더 복잡해집니다. 더 복잡한 모델을 만들기 전 단계에서, 모델이 단순하고 우리가 스스로 데이터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일 때, 그러니까 인간이 손으로 검토 가능한 수준일 때 하나하나 확인을 해보는 게 기본이에요. 이 단계에서 데이터 인포팅에 문제가 없다면 그 다음에는 컴퓨터가 자동화되는 거구요, 자동화 단계로 넘어가면 데이터가 워낙 많기 때문에 인간은 컴퓨터가 내놓은 결과를 믿을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어, 엑셀 시트 10장 정도는 인간이 검토 가능하지만 엑셀 시트 몇십만장, 몇백만장이 넘어가면 인간이 직접 검토하는 게 불가능해요. 그러니까 컴퓨터를 사용하는 거겠죠. 사실 데이터가 얼마 되지 않는다면 인간이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게 제일 맞습니다. 하지만 워낙 데이터가 많다보니까 ‘자동화’하고 싶은 거죠.“

-AI를 활용해 투자에 접목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

박 “2016년은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바프 회장이 ‘4차 산업 혁명’을 처음 언급했습니다. 어떻게 보자면 ‘4차 산업 혁명’이라는 게 공식화되는 선언적 의미가 있었죠. 그리고 그해 국내에서도 역사적인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알파고와 이 기사의 바둑 대결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변화는 그전부터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지만 이 대결을 통해 ‘그 변화가 생각보다 일러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다가올 변화를 준비하기 위해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을 초빙해 강연을 들었는데, 그 과정에서 교수님과 인연을 맺었어요. 그리고 이와 같은 변화를 금융 분야에 접목해 보는 시도를 같이 해보자고 지난해 초 제가 먼저 교수님께 e메일로 제안했습니다.”

김 “제 기억으로는 제가 국내에서 ‘딥 러닝’이란 용어를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 중 한명이었습니다. 2015년 1월1일 KBS의 신년 생방송에 초대를 받아서 ‘딥러닝’이라는 게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바꿔갈 것인지를 얘기한 적이 있거든요. 하지만 당시에는 딥러닝이라는 개념조차 낯선 상태였기 때문에, 얘기를 꺼내더라도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드물었습니다.

그러다가 2016년 알파고가 한국을 찾아왔죠. 개인적으로는 이 기사와 알파고의 대결에 초청 받아 그 현장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인공지능․뇌과학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제게도 그 결과는 상당히 충격이었어요. 이론적으로 ‘언젠가는 기계가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능력을 갖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 장면을 제 눈으로 처음 본 거니까요. 예를 들자면, 바다를 평생 연구했지만 한번도 직접 보지 못했던 사람이 바다를 처음 마주했을 때는 그 느낌이 완전 다른 거잖아요. 저도 오랜 시절 연구를 해 온 분야였고, 물론 바둑이라는 특정 게임이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지적인 행위에서 기계가 사람을 추월한 첫 번째 사례였으니까요. 추후 역사에 기록될 사건이라고 생각해요.“

-알파고의 바둑 대결 전에도 IBM의 딥블루가 체스 게임에서 이겼는데.

김 “두 경우는 좀 다릅니다. IBM의 딥블루는 ‘룰 베이스 인공지능’이라고 해요. 체스 게임의 전문가들이 체스에 필요한 ‘룰’을 슈퍼컴퓨터에 입력한 겁니다. 컴퓨터는 이 룰을 빠르게 검토하고 계산해 이긴 것이고요. 알파고의 특징은 컴퓨터에 바둑을 잘 두는 방법을 가르친 게 아니라는 겁니다. 인간이 둔 바둑 기보(데이터)를 기반으로 알파고가 스스로 이기는 방법을 터득한 거예요. 과거 체스 게임과 같은 방식은 인간이 알고 있는 모든 룰을 바탕으로 컴퓨터의 결정이 이뤄져요. 하지만 알파고는 아닙니다.

알파고와 이 기사의 경기가 끝난 뒤 개발자인 데미스 하사비스와 잠깐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때 그는 ‘알파고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우리도 모른다’고 했어요. 알파고는 인간이 둔 방대한 바둑 기보를 바탕으로 학습했지만, 이를 통해 어떤 룰을 만들었는지 인간이 모를 수 있다는 거죠.

왜 이게 큰 차이를 만들어 내는 걸까요. 예를 들어, 과거 체스 게임과 같은 식이라면 기계가 인간과 비슷한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룰들이 존재를 해야 합니다. 그 룰을 인간이 이미 이해를 해야지만 기계한테 설명해줄 수 있는 거잖아요. 예를 들어, 인간이 투자 기법의 모든 룰을 다 알고 있다면 누구나 다 그런 룰을 적용하면 되겠죠. 전자계산기를 사용하면 더 빨리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거고요.

하지만 투자의 영역은 현재 인간이 완벽한 룰을 모르고 있잖아요. 알파고가 보여주는 가능성이 뭐냐면, 우리가 우리조차 이해하지 못한 지적인 행위에 대해서도 데이터만 많이 있다면 기계가 ‘인간도 파악하지 못한 그 무언가, 새로운 룰’을 찾아낼 수 있다는 데 있어요. 한편으로는 소름끼치는 일이지만 지적으로 상당히 매력적인 일 인거죠.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그런 게 가능하지 않을까’하고 항상 생각해오다가 알파고가 ‘그런 게 가능하다’라고 그냥 보여준 거죠.

어떻게 보면 알파고와 이 기사의 바둑 대결이 다른 곳도 아닌 ‘대한민국의 서울’에서 있었다는 건 미래의 대한민국에 아주 결정적인 행운이라고 생각을 해요. 덕분에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국민 대부분이 인공지능에 대한 얘기를 하잖아요. 때로는 기대도 하고 때로는 걱정도 하고요. 그렇지만 독일이나 스웨덴 이런 곳에 가면, 물론 전문가들이야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평범한 서민들이 인공지능을 이야기하진 않거든요. 알파고 덕분에 대한민국 시민들의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 수준’이 매우 높아진 거죠. 다만 이런 부분은 ‘필요조건’인거고요, 물론 대한민국이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죠. 충분조건이 아니니까요. 충분조건이 되려면 이 ‘알파고 충격’에서 우리가 무언가 교훈을 얻어서 행위로 연결되는 노력이 필요해요. 아직 이 단계는 오지 않은 것 같지만, 앞으로 점점 더 이와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져서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 되길 바라고 있어요.“

박 “알파고가 이 기사를 이겼을 때 첫째로 든 생각은 ‘아, 사람의 직관이 해부가 됐구나’였어요. 사람이 어떤 전문 분야에서 사유하고 결론을 얻고 이런 과정들을 정말 많이 반복하다 보면 ‘직관’이 형성돼요. 직관은 결국 엄청난 경험적 데이터가 축적되고 그에 대한 통찰력․훈련․습관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사고죠. 그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 ‘직관’에 대해 엄청난 긍지를 갖고 있어요. 바둑이 그렇고, 투자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기계가 이와 같은 인간의 직관을 이긴 겁니다. 딥러닝 기술을 활용하면 투자에서도 많은 부분을 보완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유추하게 하죠.”

-국내에서는 금융업계와 학계가 손잡은 첫 사례.

김 “기계 학습 기반의 AI, 그러니까 ‘딥러닝’의 핵심은 알고리즘과 데이터예요. 어떤 영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영역에 해당하는 데이터가 필요하겠죠. 그런데 그 양이 방대해야 해요. 예를 들어 ‘고양이’를 알아보고 싶다면 고양이 사진 10장이 아니라 1000만 장이 필요합니다. 그런 방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곳은 구글․페이스북․바이두 등의 회사들이에요. 적어도 구글과 페이스북은 그들이 수집한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아마 대학에서 이뤄지는 AI 연구의 99%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조금 바꿔 내놓는 결과일 거예요. 다시 말해 아무리 버둥거려도 구글과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데이터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해요. 처음부터 ‘이길 수 없는 게임’인 거죠. 그래서 많은 연구자들이 관심 있어 하는 것은 ‘공개되지 않은 데이터’에요.

그런데 구글과 페이스북 등이 갖고 있지 않은 데이터가 있어요. 금융과 의료 분야예요. 병원 데이터는 구글이 갖고 있으면 큰일 나는 거잖아요. 사실 지금도 구글과 페이스북은 금융과 의료 데이터를 갖고 싶어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직은 이 분야의 규제가 높기 때문에 구글과 페이스북이 이들 데이터를 쉽게 넘겨받지 못하는 거죠. 사실 금융, 의료 분야의 문제를 빨리 풀고 싶다면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곳들이 가장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당히 위험한 유혹이죠. 예를 들어 구글이 뱅킹을 할 수 있겠죠. 의료와 금융 같은 우리 삶의 치명적인 영역들에 대한 데이터가 모두 구글이나 페이스북으로 넘어갈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연구팀은 이스트스프링을 통해 방대한 금융 데이터를 분석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겁니다. 학자로서는 엄청난 행운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사진사라고 하면, 이런 데이터를 통해 한번도 가보지 않은 풍경을 가 볼 수 있는 겁니다. 나는 맨날 바다 사진만 찍었는데, 누군가 산에 데려다준다고 하는 거죠. 물론 산에 간다고 다 좋은 사진이 나오는 건 아니죠. 하지만 적어도 가보지 않은 곳의 사진을 찍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어마어마한 매력이 있는 겁니다.“

박 “AI를 통한 금융의 변화가 어디까지 일지는 현재로선 짐작하기 어렵죠. 다만, 지금 있는 새로운 기술들을 활용한다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겠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2000년 무렵 펀드매니저를 하던 시절부터 투자에 있어서 기본적으로는 정성적으로 분석을 하지만, 이용할 수 있는 과학 기술은 최대한 이용하자는 주의였어요. 말하자면 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로 진화를 했는데, 그 청동기를 이용하지 않는 자는 석기를 갖고 아무리 노력해도 청동기를 이용하는 자들을 이기기 어려운 거잖아요. 새로운 기술을 최대한 자기 것으로 만들어서 활용을 해서 투자에 접목을 시켜야 투자라는 경쟁에서도 ‘이길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죠.

모건스탠리에서 근무하던 2003년쯤 ‘인베스트먼트 클락’이라는 투자 프레임워크를 제시한 적이 있어요. 투자를 결정하는 데 기업의 이익, 밸류에이션 외에 사람들의 투자 심리와 같은 요소들에 대한 변화를 관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어느 투자 시점’에 와 있는지 판별하는 겁니다. 펀드매니저로서 이런 변화들은 제가 쌓아 온 경험과 지식, 직관을 바탕으로 판단하죠. 하지만 거기에는 근거가 되는 ‘데이터 포인트’들이 있고요. 딥러닝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나왔을 때 저는 ‘이제야 비로소 인베스트먼트 클락을 정말 과학적으로 구현할 수 있겠구나’란 생각을 했어요. 데이터 포인트들에 대해 이전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섬세하고 정교한 판단이 가능해지니까요. 현재는 그런 것들을 구현하는 첫 번째 작업인 거고요, 순조롭게 진행이 된다면 향후 기계와의 협업을 통해 훨씬 더 정교하고 세련된 방법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AI가  ‘사람(금융 전문가)’을 대체할 것이란 두려움이 크다.

김 “카이스트와 이스프링자산운용의 이번 협업을 통해 기대하는 결과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순수하게 학문적인 것인데요, 인공지능 기계학습 분야에서 공개되지 않은 금융데이터를 분석하고 새로운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겁니다. 두 번째는,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의 관점에서 ‘추가 엔진’을 얻을 수 있겠죠. 물론 이게 유일한 엔진은 아닐 겁니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이 갖고 있는 여러 노하우를 좋은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또 하나의 부스터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기계학습이란 방법을 통해 ‘더 좋은 상품’을 만들어내는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겁니다.

세 번째는 조금 더 거시적인 의견입니다. ‘기계가 지적인 일을 하기 시작하면 사람은 뭐 해’라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골 질문이죠. 그리고 매우 중요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솔직히 아직까지 이 답은 그 누구도 모릅니다. 이번 연구는 궁극적으로는 ‘사람과 기계의 협업 모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것이기도 해요. 저는 공학자에요. 공학자가 어려운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방법은 ‘일단 해보는’ 겁니다. 일단 실행해 보고, 그 결과를 보여주는 거죠.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자 분야에 있어서 기계와 사람이 어떻게 협력해야 할지 그 ‘협력 모델’에 대한 정답은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그 답을 찾기 위해 우리가 먼저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큽니다.

박 “만약 투자에서 AI가 정말로 사람을 뛰어넘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기계들끼리 투자한다고 해도 그중에는 승자가 있고 패자가 있습니다. 그 패자의 손실에 대해서는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최소한 기계끼리 경쟁하는 시장이라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그 기계를 투입할 것인지’, ‘얼마나 경쟁력 있는 기계를 투입할 것인지’, ‘어느 정도 투입할 것인지’ 등에 대한 판단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투자라는 영역에 있어서만큼은 ‘사람’이 의사결정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AI와 인간의 협업 모델’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

김 “AI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인간과 기계의 협업이 특히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분야가 ‘금융’과 ‘의료’입니다. 알파고가 바둑을 이겼어요. 알파고가 바둑을 잘 두든 못 두든 우리가 이걸 이해하지 못한다고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금융과 의료는 달라요. AI가 인간의 수술을 진행하다가 실패했다고 쳐요. 그런데 인간이 AI가 실패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해요. 이는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죠. 따라서 인간의 행복과 삶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이 두 영역에서만큼은 항상 기계의 지적인 판단에 대해 사람이 ‘더블 체크’를 해야 하는 겁니다.

투자는 과학과 예술과 심리가 종합적으로 작용하는 분야입니다. ‘투자 심리’가 큰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어떻게 보자면 그만큼 ‘예측이 어려운’ 것입니다. 투자에 있어서 인간이 완벽하게 이성적으로 판단을 내리지 못하기 때문에 ‘튤립버블’같은 현상도 생겨나는 거잖아요. 투자심리가 작용하다보면 이처럼 다른 사람을 쫓아가면서 버블을 키우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기계는 어떨까요. 예를 들어, 투자 시장에 기계들만 100% 참여한다고 해도 ‘비이성적인 판단’에 의한 불균형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기계 또한 다른 기계들의 투자 판단에 대해 피드백을 받으니까요. 다른 기계가 어떤 현상을 쫓아가기 시작하면 나머지 기계들까지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겁니다. 문제는 기계의 경우 이 쫓아가는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겁니다. 순식간에 인간이 손을 볼 수 없는 수준으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더욱더 이 분야에서 기계와 인간의 긍정적인 협업이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비이성적 판단을 기계가 확인해주고, 마찬가지로 기계의 비이성적 판단에 대해서도 인간이 확인을 해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서로 ‘균형’을 맞춰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요.

이와 같은 ‘매커니즘’을 구성하기 위해 가장 핵심적인 기술은 ‘유저 인터페이스’에요. 투자 전문가와 인공지능 시스템의 ‘유저 인터페이스’가 어떻게 돼있냐, 예를 들어 투자자가 한번 투자를 진행할 때마다 확인을 해야 하는지, 인공지능이 사람에게 어느 정도 피드백을 줘야하는지 등등과 같은 세세한 디자인을 이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겁니다. 이건 저희도 조금 더 깊이 생각해야 하는 문제이면서도 재미있는 주제에요. 정리를 하자면, 인간과 기계의 협업의 실체가 뭐냐고 했을 때 그 핵심은 첫째 인간과 기계가 서로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 그리고 둘째는 UI디자인의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자면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일인데 두려움은 없나?

박 “ 아뇨.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더 큽니다. 만약 이 기술자체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이런 도전에 두려움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앞서 알파고가 이 기사를 바둑 대결에서 이기는 것을 보면서 투자에서도 딥러닝을 통해 많은 부분이 보완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이런 확신이 있기 때문에, 저희 입장에서는 이 길을 빨리 같은 것이 훨씬 더 이득일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예상했던 정도의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고, 생각보다 먼 길을 돌아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 해도 저희로서는 엄청난 자산을 갖게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예상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왜 우리의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는지’를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투자라는 본질에 한 발 짝 더 깊이 들어가 볼 수 있을 테니까요.”

김: “네 저도 대표님 말씀에 100% 동의합니다. 하하. 그런데 철학적 두려움은 하나 있습니다. 알고리즘을 활용해서 금융 시장을 분석을 해봤는데, 그 결과 통계적으로 금융 시장의 흐름을 살펴보니 근본적으로 ‘규칙이 없더라(랜덤)’이더라는 결론이 나올 수 있잖아요. 그런 결론이 나올 것 같진 않지만,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거니까요. 만약 이런 결론이 나온다면 철학적으로는 재미있는 사유거리가 될 수 있는 것이지만, 비즈니스 측면에서 봤을 땐 두려움이 있을 수 있죠. 하하. 그러나 실제로 연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런 결론이 나오지는 않을 것 같고요, 그래서 이 부분은 현재로선 걱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박 : “사실 지금도 금융 서적은 금융 시장을 ‘랜덤’이라고 가르치고 있죠. 아직도 시장에서는 ‘효율적 시장 가설(자본 시장의 가격이 이용 가능한 정보를 즉각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초과 수익을 올릴 수 없다는 주장)’이 지배적인 이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투자가 아니라 ‘다트’를 던져야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가 계속적으로 일어나는 건, 시장이 시장의 어떤 효율적이지 않은 부분들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부분들을 찾아내기 위해서 시장이 많은 노력을 지금도 하고 있고요. 그런 노력을 인공지능, 딥러닝의 힘을 빌어서 강화시키려고 하는 겁니다. 그게 설사 결과가 우리의 기대보다 덜 나온다고 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는 겁니다.

저희 회사에는 몇 개의 투자 팀이 있는데, 그중 인공지능팀에게는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최대한 정량적으로(quantitative하게) 분석을 하길 요구합니다. 지금까지 정성적으로 판단을 투자 판단을 해 온 전문가들에게도 인공지능이 굉장히 중요한 부속품이 될 수 있다는 걸 주지시키기 위함입니다. 기본적으로 인공지능이라는 도구는 기술적분석(주가와 거래량의 과거 흐름을 분석해 미래의 주가를 예측하는 방법)뿐 아니라 기본적분석(주식의 내재적 가치를 분석해 미래의 주가를 예측하는 방법)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중요한 보완 도구가 될 겁니다. 지금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새로운 기술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글로벌 시장에서도 금융에 AI를 접목하는 시도는 활발하게 진행 중? 

박 “글로벌 시장에서도 규모가 큰 헤지펀드들은 투자에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얘기를 하는 곳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자신들의 투자 룰을 잘 공개하지 않아요. 이 때문에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인지는 알 수 없죠. 다만 현재 이들의 투자 스타일을 보면 대체로 AI를 기술적 분석(주가와 거래량의 과거 흐름을 분석해 미래의 주가를 예측하는 방법)에 활용하는 것이 많지 않을까 짐작하고 있습니다.

투자에 AI를 활용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해요. 사실 가장 즉각적인 결과를 기대한다고 하면 ‘기술적 분석’에 활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쉬운 방법이에요. AI를 활용해 지금 이 순간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종목들을 찾아내고 이를 단기 트레이딩에 활용하는 겁니다. 이에 비해 지금 카이스트와 우리가 하려는 것은 ‘기본적 분석’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빠르고 쉬운 길보다 투자 영역에서 조금 더 ‘근본적인 원리’에 접근하고자 합니다.”

김 “현재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AI로 비슷한(기본적 분석) 연구를 하겠다고 발표한 곳은 많아요. 그중에서 자신들의 연구에 대해 공개한 곳은 없습니다. 사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 중에서도 금융과 의료 분야에 당장 뛰어들 준비를 갖추고 규제와 같은 보호장벽이 허물어지기를 기다리는 세력들이 적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금융과 AI의 결합이 ‘완전히 새로운’ 분야잖아요. 이 분야의 연구를 하겠다고 말을 하는 데서부터 이를 실제로 구현하기까지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현시점에서 가장 똑똑한 전략은 ‘남들보다 일찍 시작해 남들보다 일찍 실패해 보는’ 거죠.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잖아요. 일찍 시작할수록 지뢰를 피할 수 있는 방법 또한 더 많이 터득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번 연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기대하는 성과는.

김 “거듭 강조했듯이 향후 AI가 적용돼야 할 매우 큰 영역 중 하나가 ‘금융’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금융 관련 전문 지식과 AI 관련 전문 지식을 동시에 가진 전문가가 거의 없어요. 현재로서는 학계에서도 없고 금융계 쪽에도 없고요. 그래서 ‘교육’이 매우 중요해요. 다행스러운 것은 그래도 국내에는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젊은 인재들이 많다는 거예요. 저는 이번 연구를 진행하면서 우리 연구팀과 이스트스프링의 금융 전문가 모두 ‘금융’과 ‘인공지능’의 전문 지식을 동시에 익힐 수 있는 훌륭한 기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기회를 통해 성장한 전문가가 이스트스프링에서 독립한 뒤 인공지능 투자를 접목해 새로운 회사를 운영할 수도 있겠죠. 그것 또한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흐름들이 더 커지게 되면, 이스트스프링과 카이스트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투자’라는 또 하나의 새로운 생태계가 자리잡을 가능성도 커지는 거니까요.

예를 들어, 지금은 주류인 퀀트들도 1970년대 후반 아폴로 계획(달 유인탐사 계획)이 종료되면서부터 1980년대까지 뉴욕 은행들에 물리학자들이 대거 고용되기 시작합니다. 그들을 중심으로 월 스트리트에 유명한 ‘퀀트’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하나의 큰 흐름이 된 거잖아요. 지금은 ‘인공지능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이들을 일컫는 정확한 명칭조차 없지만, 이런 분들이 대한민국 서울 여의도를 중심으로 많이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새로운 흐름이 바로 이곳에서부터 시작되는 거죠. 아직 전 세계에 이와 같은 중심지가 없기 때문에, 대한민국 서울 여의도가 AI 투자 전문가의 중심지가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기대합니다.
 
박 “그동안 금융공학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매우 정교해졌죠. 하지만 현재 우리가 투자에 활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툴이 개발된 것도 대부분 90년대 후반이에요. 그만큼 역사가 길지 않아요. 우리는 금융 시장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아직도 파헤칠 것들이 그만큼 많아요. 저는 늘 직원들에게도 강조하는 것이 있어요. 우리가 하는 일을 지식산업이라고 애기하잖아요. 그런데 그건 우리가 투자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정확하게 밝히고 알아야한다는 것을 늘 강조해요. 우리는 그런 면에서 지식산업이라고요. 그만큼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앞으로 밝혀내야 할 것도 많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충격이 왔어요. AI가 이와 같은 금융시장의 비밀을 어디까지 파헤쳐 줄 수 있을지는 아직 모릅니다. 개인적으로는 단 몇 개의 ‘투자 룰’만 밝혀낸다고 하더라도 상당히 큰 수확이라고 생각해요. 그 파장이 거기에서 끝나지 않을 테니까요. 우리가 그걸 다 할 수 있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그 도전의 일부가 되고 싶어요. 그래야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테니까요. 이 분야에 발을 담그고 있는 것과 담그지 않고 있는 것은 추후 어마어마한 차이를 만들어 낼 겁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씀?

박 “인공지능뿐만이 아니라 현재 애기되고 있는 다양한 혁신들, 특히 블록체인이나 빅데이터 같은 것들은 향후 금융업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가능성이 큽니다. 왜냐하면 금융이 다루는 ‘돈’이라는 건 사람 목숨 다음으로 중요하잖아요. 그만큼 안전성이 필수적이죠. 때문에 지금까지 금융은 대형은행, 대형보험과 같은 아주 대형 채널들을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안전성을 위해서요. 금융의 가장 큰 속성은 리스크를 재배분 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리스크를 재배분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사이즈가 필요했던 겁니다.

그런데 앞으로 본격화될 4차 산업 혁명의 핵심은 ‘분산화’ ‘공유’ 이런 것들입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 중의 하나가 블록체인인 거고요. 안전성을 담보하면서도 중앙집권화된 대형 기관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여기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가미된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금융의 양태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무엇이 나타날진 아직 모르죠. 다만 한번 시작되면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상당히 빨리 진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요. 금융은 기본적으로 규제산업입니다. 그 규제의 보호막에 깊이 갇혀 있을수록 이와 같은 변화들을 실제로 느끼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혁신이 조금 더 가능한 나라, 필드에서는 점점 더 적극적인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요. 금융업자들은 이와 같은 변화에 대해서 조금 더 열린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늘 규제를 탓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규제 라이선스 이런 것들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김 “대표님이 방금 말씀하신 새로운 트렌드들, 예를 들어 AI, 빅데이터, 블록체인과 같은 것들을 통틀어 IT라고 볼 수 있어요. 저 또한 IT업계의 사람이고, 실제로 IT는 우리 삶의 많은 부분들을 긍정적으로 바꿔 놓기도 했습니다. 다만 IT가 지나치게 빠르게 성장하면서 다른 산업의 영역을 점점 더 많이 침범해 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IT는 지금까지 인간이 만들어 낸 수많은 행위 중에서 유일하게 ‘기하급수적’으로 발달을 하고 있는 분야거든요. 특히 소프트웨어, 데이터 관련 분야가 그렇죠. 하드웨어는 기하급수적으로 발달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엔진이 좋아지는 데는 한계가 있잖아요. 만약 우리 사회 전체의 볼륨이 같은 속도로 성장한다면 균형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국가의 GDP는 아무리 늘어봤자 3% 안팎으로 비슷한 성장률을 유지하는데, IT는 혼자서 거듭 성장을 하는 겁니다. 그러면 IT의 입장에서는 남의 영역을 침범할 수밖에 없죠. 어떻게 보자면 이것 또한 그들의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해 당연한 선택인 겁니다.

그런데 IT가 가장 군침을 흘리고 있는 분야가 금융과 의료입니다. 실제로 제조업과 비교했을 때 금융업은 IT에서 더욱 잘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고요. 데이터와 똑똑한 일꾼들, 투자자 모두 다 갖추고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IT공룡들이 금융과 의료에 본격적으로 진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규제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보호를 받고 있는거죠. 하지만 이런 보호가 영원히 계속될 수는 없습니다. 더욱이 이미 세상은 글로벌화 돼있고, 어느 한 국가에서 이런 규제의 장벽을 조금씩 낮추기 시작한다면 다른 국가들도 따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국가들마다 서로 경쟁우위를 얻으려고 할테니까요. 그 다음부터는 ‘남들보다 먼저’ 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경쟁에 유리할 수밖에 없잖아요. 물론, 대한민국에 이런 국제적인 흐름과 반대로 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죠. 하지만 우리가 이런 세계화의 흐름을 쫓아간다면 언젠가는 이런 세상을 맞이하는 날이 올겁니다. 시점이 문제인거죠. 앞으로 10년 뒤인지 30년 뒤인지는 모르지만, 다만 지금과 같은 보호가 ‘영원히’ 계속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우리나라의 금융 시장에 영원히 보호 장벽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면 아무것도 안해도 돼요. 근데 저는 이를 상당히 위험한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평생 돈 벌 수 있으니 노후 대책은 안한다’랑 비슷한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현실적으로 이 보호장벽이 낮아지거나 사라질 확률이 꽤 높아보인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의 등장이 이미 우리가 그쪽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닌가요. 그 보호장벽이 무너지는 순간, 우리가 이미 아마존을 통해 책이나 컴퓨터, 시계와 같은 상품을 주문하는 것처럼, 모바일을 통해 금융상품을 주문하는 날이 곧 올거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더욱이 아마존 같은 회사들은 어마어마한 정보를 바탕으로 금융상품 추천 또한 얼마나 탁월하게 잘해주겠어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라는 거죠.

그렇다면 IT가 금융의 영역에 침범하기 전에 금융이 IT의 전문성을 먼저 선점해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금융산업의 입장에서 어떻게 보면 이건 생존을 위한 ‘정당방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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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8-01-09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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