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짜 계열사 스마트저축은행까지 매각해 인수 자금 마련…인수한 기업마다 ‘대박’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자동차 부품 소재 전문 기업인 대유그룹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크게 불리고 있다.

업종도 가리지 않는다. 1960년 직물 가공 및 판매 사업을 영위하는 동인염색가공으로 출범한 대유그룹은 1980년부터 2010년까지 자동차 부품 소재 기업 설립과 M&A로 사세를 확장한데 이어 2010년 동강레저를 설립하고 스마트저축은행까지 인수하면서 사업 영역을 레저·금융 분야로까지 넓혔다.

2015년 김치냉장고 ‘딤채’로 유명한 위니아만도를 인수한데 이어 올 2월에는 국내 3위의 가전 기업 동부대우전자까지 품으며 명실상부한 가전업계의 큰손이 됐다. 대유그룹의 공격적인 M&A와 거침없는 질주의 배경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동부대우전자 인수하는 대유그룹, ‘M&A 마법’ 계속될까
(사진) 박영우 대유그룹 회장. /연합뉴스

◆ M&A 큰손 대유, 동부대우전자 깜짝 인수

대유그룹은 2월 9일 오후 11시 50분 동부대우전자 인수를 위한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대유그룹은 다음 날 동부대우전자 지분 84.8%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재계와 관련 업계에서는 놀라움과 우려의 시선이 쏟아졌다. 가전 사업에 진출한 지 4년밖에 되지 않은 대유그룹이 연매출 1조5000억원에 이르는 동부대우전자를 품을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었다.

하지만 대유그룹은 동부대우전자 인수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일단 매각 금액이 시장의 예측인 1200억원대 보다 낮은 금액으로 주요 계열사를 통해 투자목적회사(SPC)를 설립하고 재무적 투자자를 포함시키는 계획을 세운 대유그룹으로써는 인수 자금 계획은 큰 무리가 없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더해 박영우 대유그룹 회장의 인수 의지도 남다르다. 때문에 계열사인 대유에이텍과 대유플러스가 보유한 스마트저축은행 지분을 매각해 총 780억원의 실탄을 마련할 방침까지 세웠다. 스마트저축은행은 대유그룹에서 손에 꼽히는 알짜 기업이다. 2016년 기준 당기순이익만 187억원에 달한다.

박 회장은 동부대우전자 인수를 계열사 대유위니아의 사업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한 최적의 방안으로 보고 있다.

박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대유그룹은 지난해부터 그룹 차원의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전방위적으로 준비해 왔다. 대유그룹은 대유위니아를 인수했을 당시 종합 가전 업체를 표방하며 최근까지 다양한 변화를 주문해 왔다.

대유그룹 편입 전 80%에 달했던 김치냉장고 ‘딤채’의 비율을 60%대까지 줄이고 에어컨·밥솥 등 다양한 가전제품들을 키우는 작업도 이의 일환이다. 올해 대유위니아는 딤채의 비율을 최대 56%까지 줄일 계획이다.

대유위니아의 지난해 매출은 5026억원으로 대유그룹 편입 4년 만에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매출 구조만 보면 내수 비율이 약 90%다. 해외시장에서 판로가 확보돼야 외형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유위니아는 큰 약점을 갖고 있는 셈이다.

반면 동부대우전자는 멕시코·중국·말레이시아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고 매출 가운데 72%가 해외에서 발생할 정도로 해외시장의 영향력이 크다. 대유그룹이 적극적으로 동부대우전자 인수에 나섰던 이유다.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대유위니아는 대유그룹 편입 후 김치냉장고와 에어컨 이외에 가정용 냉장고·전기밥솥·주방가전 등으로 품목 다각화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김치냉장고 비율이 높아 타 제품군의 영향력은 미미한 편이다.

동부대우전자는 이에 비해 냉장고·세탁기·TV·전자레인지 등으로 품목이 다각화돼 있다. 주력 품목 간 서로 보완해 줄 수 있는 구조다. 일부 겹치는 품목이 있더라도 대유그룹을 통한 양 사의 품목 조정 등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일단 대유그룹 측은 양 사의 겹치는 품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수 후에도 ‘대우’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동부대우전자를 독립된 계열사로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대우전자 인수하는 대유그룹, ‘M&A 마법’ 계속될까
◆ 대유에이텍, 2003년 이후 100배 성장

대유그룹의 동부대우전자 M&A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박 회장의 M&A 마법’이 이번에도 성공할지다. 그동안 박 회장이 보여준 대유그룹의 M&A는 대부분 큰 성공을 거뒀다.

대유그룹은 크게 2003년 이전과 이후로 구분해 봐야 한다. 이유는 대유그룹의 모태인 동인염색가공을 박 회장이 설립한 대유에스텍(현 대유에이텍)이 인수하면서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세간에는 대유그룹이 처음부터 자동차 부품 소재 사업을 해 온 기업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시초 사업은 직물 가공과 판매였다. 1960년 동일방직의 자회사로 동인염색가공이 설립됐고 1975년 자동차 부품 소재 기업인 대유신소재라는 계열사를 세우며 본격적인 자동차 부품 소재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1984년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의 자동차 부품을 처음 자동차 제조사에 공급했고 공급 물량이 점차 증가하자 연구소와 공장까지 지어 자동차 부품 회사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자동차 시트를 제작하는 기업으로 전문화된 영역을 구축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물론 일본의 미쓰비시에도 부품을 공급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1997년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수차례 주인이 바뀌는 어려움을 겪은 끝에 2003년 박 회장의 품에 안기게 됐다. 이 과정에서 사명도 중앙디지텍(2002년)으로 바뀌었다. 현재는 중앙디지텍→대유디엠씨(2003년)→대유에이텍(2010년)으로 사명이 변경됐다.

박 회장은 대유에이텍 인수 이후 본격적인 자동차 부품 소재 전문 기업으로 그룹을 키우기 시작했다. 2005년 말 성용하이테크로부터 알루미늄휠·스티어링휠 등을 생산하는 대유엠텍을 추가로 인수했다. 이 회사는 대유엠텍→대유신소재(2008년)→대유플러스(2016년)로 사명이 바뀌었다.

박 회장은 이들 기업들을 인수한 이후 자동차 부품 사업에만 집중하면서 대유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키워내는 한편 놀라운 실적 상승을 이끌어 냈다. 대유에이텍은 2003년 매출(개별 기준)이 36억원에 불과했지만 2016년 매출은 3469억원으로 100배 가까이 불어났다. 현재 대유에이텍은 기아차 광주·화성공장과 쌍용차 등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대유플러스 역시 박 회장이 인수할 당시인 2005년의 매출은 787억원이었지만 현대차·기아차·한국GM 등에 물량을 공급하며 2016년 매출 1775억원을 달성했다.

이 밖에 대유그룹에 인수된 대유위니아(2016년 매출 4452억원)·대유플러스(1775억원)·대유글로벌(1256억원)·스마트저축은행(797억원) 등이 꾸준히 성장하며 주요 계열사로 자리 잡았다.

대유그룹의 지배구조는 대유그룹의 역사만큼이나 복잡하다. 동강홀딩스가 대유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지만 내부에 수많은 순환 출자 고리가 형성돼 있다. 대유그룹은 공시 대상 기업집단에 포함되지 않아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특별한 압박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순환 출자 고리는 그간 대유그룹이 여러 계열사를 동원해 M&A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유에이텍·대유플러스·대유위니아 등 대유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은 모두 박 회장이 인수한 회사들이다.
동부대우전자 인수하는 대유그룹, ‘M&A 마법’ 계속될까
◆ ‘다스’와 카시트 시장 양분

박 회장은 이들 회사들에 대해 그동안 여러 차례 계열사 간 합병과 분할 등을 거치면서 지금의 지배구조를 만들어냈고 이 과정에서 신주인수권 행사, 유상증자 등을 통해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했다.

하지만 박 회장을 비롯해 오너 일가는 대유그룹 계열사에 임원으로 등기돼 있지 않다. 심지어 지주사 역할을 하면서 오너 일가 회사나 다름없는 동강홀딩스의 대표이사는 물론 등기이사로도 이름이 올라 있지 않다. 박 회장은 그룹의 회장으로 대표 계열사인 대유에이텍 회장을 겸직하고 있지만 ‘비상근·미등기임원’이다.

한편, 현재 카시트 시장은 대유그룹과 다스가 양분하고 있다. 감사보고서에 나와 있는 연결 기준으로 다스의 매출액은 2004년 2283억원, 2016년 1조2727억원이다. 대유에이텍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16년 1조213억원이다. 근소한 차이로 다스가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동부대우전자 인수하는 대유그룹, ‘M&A 마법’ 계속될까
◆ 또다시 팔려가는 대우전자의 기구한 역사

대유그룹에 인수되는 동부대우전자는 1974년 설립됐다. 1995년에는 전 세계 22개국에서 대우전자 33개 제품이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당시 한국 가전제품 수출의 38.8%를 대우전자가 차지할 정도였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로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사업 구조조정과 매각 등 기구한 운명을 겪게 된다. 2002년 ‘대우일렉트로닉스’로 이름을 바꾼 후 에어컨·TV·청소기 사업 등을 차례로 매각했고 냉장고·세탁기·전자레인지 위주로 사업 분야가 축소됐다.

2013년엔 동부그룹(현 DB그룹)이 2750억원에 인수하면서 동부대우전자로 새롭게 출발했다. 당시 동부그룹과 함께 인수에 나선 재무적 투자자들은 ‘동부대우가 순자산 1800억원 이상을 유지하지 못하면 회사를 매각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고 2016년 말 순자산이 1600억원대로 떨어지자 지난해 매물로 나왔다.

작년 동부대우 인수전에 이란 가전 업체 엔텍합, 터키 가전 업체 베스텔 등이 뛰어들었지만 고용 감축을 우려한 노조의 반대 등으로 무산되기도 했다.

끈질긴 ‘대우’의 생명력은 해외에서 인정받는 브랜드 파워 덕분이다. 동부대우는 연매출 1조5000억원 중 7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린다. 특히 중국·동남아시아·중동·남미 지역에서 ‘대우’ 브랜드를 앞세워 선방해 왔다는 평가다.

cw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