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A to Z]
-과거의 범주와 정의는 이제 잊을 때…‘블록체인의 혁신성’이해해야
‘금본위’ 사라지고 ‘다이아몬드본위’ 화폐 탄생
[오태민 크립토 비트코인 연구소장, ‘비트코인은 강했다’ 저자] 비트코인 회의론자들은 단지 전자적 코드에 지나지 않는 비트코인이 고가로 거래되는 현실을 납득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 그들에게 만약 “값나가는 제품의 소유권이 전자 코드로 존재하고 그 코드를 보유한 사람에게 그 물건이 확실하게 전달된다는 전제하에 사람들이 그 코드를 네트워크상에서 결제 수단이나 변제 수단으로 사용한다면 그것은 화폐일까”라고 묻는다면 그들은 이 타이틀이 비트코인보다 훨씬 화폐에 가깝다고 대답할 것이다.

다이아몬드 하나하나를 블록체인으로 관리하려는 기업 에버렛저의 야심은 단지 사랑의 징표인 보석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에 멈추지 않는다. 블록체인은 비싼 시스템이기 때문에 하나의 상품을 위해 여러 기업들이 분산 장부를 같이 운영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기도 하다. 에버렛저는 다른 귀금속과 명품, 고급술들을 다이아몬드와 같이 ID를 부여해 관리하는 사업에 뜻이 있다.

리안 캠프 에버렛저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아마존이 책으로 시작했듯이 에버렛저는 시작이 다이아몬드였을 뿐 회사의 비전은 더 먼 곳을 바라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8년 1월에는 시핑(Shping)과 손잡고 향후 소매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삼는다는 계획도 밝혔다.

시핑은 ‘현명한 소비’를 내건 기업으로,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구입하려는 제품의 생산자 정보는 물론 소비자 경험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플랫폼을 에버렛저의 블록체인이 제공한다. 매장에 제품의 바코드에 폰을 가져다 대는 것만으로도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데 소비자 경험을 업로드할 때마다 보상으로 시핑코인(Shping coin)을 받는다. 이런 계획으로 2018년 2월 코인 공개(ICO)를 진행하기도 했다.

은행의 시작은 ‘귀금속 보관업’

다이아몬드의 블록체인이 여러 기업들의 연합체인 하이퍼레저와 결합하건 아니면 하나의 독립된 공개 블록체인으로 성장하건 이 블록체인에 다양한 상품들의 유통 경로가 올라온다는 사실의 의미는 크다. 다이아몬드의 전자적 인증서, 즉 타이틀이 물물교환의 형태로 시작돼 점차 결제 수단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종이 화폐의 기원은 상품에 대한 권리 증서였다. 일반적인 상품은 지역에 따라 가격이 달랐기 때문에 금이나 은에 한정됐다. 금이나 은을 보관하고 보관 업자로부터 보관증을 받으면 사람들은 금과 은을 들고 다니지 않으면서도 금과 은을 교환의 매개로 사용할 수 있었다. 보관증을 발부한 곳이 금이나 은을 상환한다는 보장만 있으면 됐다. 금이나 은을 보관하던 영세 업체들이 서로 네트워크를 이루거나 통합되면 더 좋았다. 신뢰가 증진됐을 뿐만 아니라 다른 지점에 가도 동일한 금을 상환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은행은 귀금속의 보관업과 이를 연결한 네트워크로 생겨났다. 차차 은행들은 보관 중인 금이나 은보다 더 많은 보관증을 발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람들이 동시에 금이나 은을 찾으러 오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에 의한 신용화폐의 창출 과정은 이런 허구로 시작됐다. 이는 허구이기는 하지만 보편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사실은 은행만이 아니라 신뢰받는 주체는 그가 개인이건 회사이건 간에 신용화폐를 창출할 능력이 있고 실제로 어느 정도는 그렇게 하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허구 위에서 돌아가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국가는 이런 행위를 엄격하게 규제하려고 한다. 실제로 보유하지 않은 상품이나 본원통화를 근거로 신용화폐를 만들어 내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보의 비대칭이 문제를 확대하기 때문에 신용화폐를 창출하는 기관이나 개인은 꽤 오랫동안 사람들을 기만할 수도 있다.

블록체인에서 존재와 위치가 확인되는 다이아몬드의 타이틀이 화폐로 쓰이지 않을 이유는 조금도 없다. 종이로 만든 금 보관증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확실하다. 이 타이틀을 결제로 받으려는 이들에게 블록체인은 여러 정보를 제공하며 결정적으로 진짜 다이아몬드라는 것을 보증한다.

이때 다이아몬드를 직접 전달 받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다이아몬드가 믿을 수 있는 금고에 들어가 있고 그 금고의 해시 값이 블록체인에 등록돼 있다면 다이아몬드 타이틀의 비밀 키를 소유한 이가 원하기만 하면 그 금고를 열고 실제로 다이아몬드를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다. 블록체인의 다이아몬드 인증 코드는 부동산 등기처럼 매매 내역이 모두 기록되기 때문에 인증서로 결제하려는 이가 실제의 주인인지도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금 보관증보다 더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실제의 다이아몬드와 인증서의 관계가 일대일이라는 사실이다. 합의에 의하지 않고는 신용화폐의 창출이 불가능하다. 즉 1억원어치의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10억원어치의 다이아몬드 인증서를 발행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정보 비대칭이 없는 블록체인의 속성 때문이다.

블록체인에 등록된 금고에 안전하게 보관 중인 다이아몬드는 미국 뉴욕 중앙은행(Fed)의 지하 벙커에 있는 금괴들처럼 물리적으로 위치를 바꾸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제품들의 교환과 신용의 매개가 될 수 있다. 블록체인의 다이아몬드는 금이나 담배에 비해 대체성(fungibility)이 현격하게 떨어지며 신용을 창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규제 당국의 눈에는 화폐라기보다 물물교환의 매개물이나 담보 약정 같은 계약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분류가 의미가 있었던 곳은 네트워크가 아닌 현실에서다. 네트워크의 디지털 자산은 금융 수단에 대한 기존의 범주들을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리는 힘이 있다. 화폐와 유가증권의 구별에 대한 기존의 범주와 이에 기초해 구성한 규제는 디지털 자산이 네트워크에서 빛의 속도로 이전되는 시대에는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다.

[돋보기] 진짜 암호화폐와 ICO 토큰은 과연 다를까

미국 상원은 2월 6일 청문회를 열고 금융 기업들의 규제 당국인 미 증권감독위원회(SEC)와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책임자를 증인으로 출석시켜 암호화폐 광풍에 대한 대책을 물었다. 청문회는 규제 당국이 몇 가지 기준을 가지고 신중하게 접근하려는 모습을 크게 부각시켰다. 특히 제이 클레이튼 SEC 회장은 진짜 암호화폐와 ICO 토큰을 구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진짜 암호화폐(true cryptocurrency)와 달리 ICO 토큰들은 유가증권(securities)으로서 미국 연방법에 의해 규제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만 발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합리적이고 타당한 기준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향후 ICO 토큰의 판매는 어느 나라에서 시작됐는지와 관계없이 미 수사 당국에 의해 제재를 받을 것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암호화폐의 발명과 성장은 유가증권에 대한 정의를 무력화할 것이다.

‘화폐인가’, ‘상품인가’, ‘유가증권인가’라는 범주는 모두 암호화폐가 만들어지기 이전의 범주들이다. 블록체인은 진짜 금과 금에 대한 청구권의 구별을 무의미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국가가 발행한 화폐와 특정 개인이 쌓아온 신뢰, 진품이 확실한 자산의 담보들 간의 경계들도 무의미하게 만들 것이고 규제 당국은 이 모든 것들을 일일이 쫓아다니며 개념을 규정하며 단속하려는 시도를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